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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Mar 21. 2021

법정에서 유머를 구사해도 될까?

- 제니퍼 에이커 외 1인 저, <유머의 마법>에 대한 서평





법정하면 무슨 분위기가 떠오를까? 아마 일반적으로는 엄숙함, 진지함, 무거움 등의 분위기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고압적인 자세로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님들도 많지 않고 대부분 젠틀하게 재판을 진행하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편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법정에 들어갔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한 번 뉴스에 묘사되는 법정의 모습(대부분 형사재판이 진행되는)을 생각해봤다. 생각나는 키워드 "탄식", "한숨",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 "반성" ...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혹은 민사소송에서의 피고나 피고 대리인이) 유머를 구사한다면 법정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올까 싸늘해질까. 


아마 어떤 맥락에서 어떤 유머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유머의 마법>을 읽고 이전에는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보니 궁금해지긴 했다. 이내 호기심이 생겼고, '다음에 나도 한 번 시도해볼까?'라는 무모하고도 용감한 생각을 해보았지만, 나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불안에 떨 의뢰인을 위해 이 생각은 잠시 넣어두기로 한다.


아마 법정에서 유머를 구사하게 된다면 그 목적은 단 하나일 것이다. 바로 '인간적인 유대감' 


법정은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사실관계를 주장입증하고 판단하는 곳이고, 때로는 치열한 법리공방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한마디로 인간미가 매우 떨어지는 곳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양보나 배려같은 미덕은 찾기 힘들다. 그것은 곧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숨막히는 장기간의 재판, 장시간의 증인신문 혹은 장시간의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적절한 유머는 그 사건에 접해 있는 모두에게 인간적인 유대감을 불러올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농을 던지거나 법정의 분위기를 밝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겉으로는 정반대의 편에서 서로 대립하고 있는(각자의 일에 충실히 임하는) 사람들이지만, 우리 모두 살아 숨 쉬는 인간임을 확인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을 위함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pfDw8Icamg

"저 고양이 아닙니다"…화상 재판 중 '변신'한 변호사 (현장영상) / SBS



<유머의 마법>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머는 '설득력'과도 매우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 법정에서 제일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법정은 모든 인간사와 관련된 수많은 유형의 분쟁과 사건을 마주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유형의 사건이 있고 그러기 어려운 유형의 사건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미있는 점은, 이전까지는 법정에서 유머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가 있을 거라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단 1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것, 지금은 1%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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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등장하는 두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스티븐스 항공은 '똑똑하게 비행하라'는 슬로건의 사용을 두고 법정 분쟁에 임박해있었지만, 두 기업의 CEO는 팔씨름을 통해 승자를 가리고 승자가 슬로건을 쓸 권리를 갖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이 '이벤트'는 모두가 승자가 되는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한 번 상상해봤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원고의 입장은 ~~~지만, 만약 이 자리에서 피고 대리인이 원고 대리인에게 팔씨름을 이긴다면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취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될까. 정말 궁금하긴 하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03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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