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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Apr 04. 2021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내 귀를 보호하는 법?

- 데이비드 오언 저, <볼륨을 낮춰라>에 대한 서평

산업안전보건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그 다음해인 1971년, 미국에서는 산업안전보건국(OSHA)과 산업안전보건원(NIOSH)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두 기구의 역할이 여전히 소음과 관련된 근로현장의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러한 문제제기의 근거는 주로 OSHA의 복잡한 지침, 일관성 없는 기준 시행, 규제 범위가 협소하다는 점 등에 있었다.


가까운 미래를 내다봤을 때 유일하게 그럴듯한 해결책은 일상적으로 위험한 수준의 소음에 노출되는 사람들(사실상 우리 모두)이 자신의 귀를 스스로 책임지고, 규제받지 않는 산업에 종사하는 고용주들을 포함해 모든 고용주가 그들의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청력을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 볼륨을 낮춰라, 316면.


고용주 - 직원, 윗집 - 아래집이 소음분쟁의 당사자라고 생각해보자. 서로 사이좋게 양보하며 자발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소음으로부터의 보호'도 (민간에 자발적으로 맡기기보다는)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갈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저자의 표현과 같이, '시끄러움'은 기준이 모호하며  '괴로움'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라는 점에 있다.


특정 유형의 피해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해서 구제해주어야한다는(입법, 행정 등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그 피해의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일 경우, 보통 최대한의 배상보다는 최소한의 배상으로 제도가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이나 피해가 다른만큼,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해주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소음분쟁의 합리적 해결을 도모하는 환경부 산하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는데, 2016년경 공사장 소음, 교통소음 등과 관련해서 배상기준 개선, 기본 배상액 40%인상 등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그동안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액 인정에 매우 인색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위 보도자료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소음분쟁 중에 요즘 특히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어봤을 층간소음 문제이다.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함께 공동부령으로 규칙을 만든 것이 있다. 바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다.





만약 위 별표 기준에 따른 층간소음이 발생할 경우, 층간소음 피해자는 층간소음을 내는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가해자는 인근소란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경범죄 처벌법 제3조제1항제21호). 그런데 이런 형사적 해결의 난점은, 1. 처벌수위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매우 낮다는 점, 2. 고의가 없으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경찰에 신고해봤자 10만 원의 과태료밖에 나오지 않는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다음 해결책은 또 무엇이 있을까. 우선 관리주체(관리사무소장 등)에게 층간소음 발생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이 경우 관리주체는 피해를 끼친 입주자등에게 층간소음 발생을 중단하거나 차음조치를 권고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만약 관리주체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 발생이 계속될 경우에는 층간소음 피해를 입은 입주자등은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1600-7004) 또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1661-2642)를 통해 층간소음 상담 등을 받을 수 있고,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오죽하면 '두팔체'를 이용하라는 웃픈 사연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화제가 되었을까.


출처: 출처: https://funnypani.com/1530


이 책의 부제는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내 귀를 보호하는 법"이다. 만약 아무리 귀를 틀어막아도 보호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7년째 개정되지 않고 있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를 형으로 정한 경범죄처벌법 등으로는 해결이 요원할 것 같다.


결국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이나 민사소송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들이느니 그냥  '두팔체'로 해결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전혀 비합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한 편의 슬픈 코미디 같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12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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