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베르 졸리 저, <하트 오브 비즈니스>에 대한 서평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부교수로 재직 중이고, 베스트바이라는 회사의 전직 CEO이자 회장이었던 위베르 졸리라는 전설적인 CEO가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세계 100대 CEO, 배런즈의 세계 30대 CEO, 싱커스50의 세계 50대 CEO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베르 졸리가 최근에 망해가던 베스트바이를 살린 경험을 토대로 책을 한 권 썼는데, 그 책이 바로 <하트 오브 비즈니스> 이다. 매일경제와 예스24에서 5월의 책으로 선정했는데, 읽어보니 왜 5월의 책으로 선정했는지 알 것 같다. 회사를 경영하는 리더부터, 신입사원들까지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많은 분석가가 ‘베스트바이는 2012년에 파산하거나 사모펀드 기업에 인수될 것’이라고 예측하던 상황에서, 위베르는 베스트바이의 경영을 맡게 되었다. 보통 다 죽어가는 기업을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를 맡으면 다음과 같은 전통적인 기업 회생 절차를 따른다.
(1) 매장의 30~40%를 폐쇄하고 부동산을 매각한다.
(2) 3~4만 명에 이르는 직원을 해고한다.
(3) 제품 카테고리를 줄인다.
(4) 공급업체를 쥐어짜 단가를 낮춘다.
(5) 그런 다음 높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대량 해고 등으로 비용 절감부터 확실하게 단행하는 것을 보면 전형적인 미국 느낌이 난다. 그러나 위베르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 위베르는 전 직원이 베스트바이의 기업 회생 계획인 ‘리뉴 블루(Renuw Blue)’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했으며, 일자리 축소와 매장 폐쇄를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 놓고, 매출 신장과 마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말이 쉬워 보이지, 굉장히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다. 전문경영인은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좇기 쉬운데 위베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회사가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 완전하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회사의 내실을 다지기 시작했다.
위베르는 공급업체를 압박하는 대신 최대 라이벌인 아마존을 포함한 모든 공급업체를 동반자로 삼았다. 예를 들어 매장 내에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의 ‘미니 매장’을 만들어 가전제품과 헬스케어 제품을 추가했다. 이런 조치들로 12만 5,000명에 달하는 베스트바이 직원들에게 희망과 열심히 일한 보상이 생겼다. 그러자 위베르가 추구하는 휴먼 매직이 생겨났다. 그 결과 매출이 늘고 마진이 개선되어 곤두박질쳤던 회사의 주가가 회복됐고, 주주들에게 수익배분도 가능하게 되었다. 2016년 베스트바이의 재건이 마무리 되자 위베르는 ‘기술로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는 것을 회사의 임무이자 목적으로 삼았다.
전설적인 CEO 위베르가 2012년에 망해가던 베스트바이를 살릴 때 처음 점검했던 부분은 바로 '일의 목적'이었다. 위베르는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 초빙 직전 미니애폴리스 교외 에디나라는 곳의 베스트바이 매장을 방문해보고, 또 다른 매장에 가서 핸드폰을 사기도 했었다. 그런데 국제전화가 안되어서 콜센터로 전화하고 매장을 방문하는 등의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위베르는 베스트바이가 진심으로 고객을 도우려하기보다, 제품을 파는 데 혈안이 된 회사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였다. 위베르는 이처럼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념하지 못하는 문제를 단 번에 파악했고, CEO로 취임하자마자 이 문제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위베르는 왜 직원들이 일에 전념을 못하는지 고민했는데, 이윽고 이러한 현상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일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인 유행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미국 ADP 연구소가 전 세계 19개 국가에서 1만 9,000명 이상의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작 16%만이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은 때가 되면 출근해 자신의 에너지, 창의력, 지력, 감정의 극히 일부만 쓰면서 시간을 때운다. 조립 라인의 노동자보다 고위직 임원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은 일에 더 전념할까? 그렇지 않았었다. 고위직 임원이라도 일에 전념하는 사람은 전체의 4분의 1미만이었고, 이 수치는 다른 직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에 전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생산성이 향상되고, 고객, 동료, 공급업체들에게 더 잘할 뿐 아니라 이직 가능성도 12배나 낮았다. 어떤 업계에 있든 어떤 역할을 맡든 상관없다. 일에 전념하는 직원들은 일하다 다칠가능성도 25%에서 50%나 적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에 전념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었다. 일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종의 부담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위베르는 직원들이 일의 목적, 의미, 원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게 그가 베스트바이를 부활시키기 위해 집중한 첫번째 목표였습니다. 위베르가 '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직원들의 일의 목적과 의미를 되찾는게 급선무다'라고 생각한 것은 그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받았다고 말하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관련이 깊다. 프랭클이 발견한 것은 "끔직한 경험과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내려 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는 것이며, 삶은 권력이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럼 목적이나 의미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론적으로는 다양한 것이 있지만, 여러 방법 중에 위베르가 굉장히 유용하다고 소개한 앙드레 주주나라는 작가의 방법을 하나 소개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일의 목적이라고 하면 뭔가 추상적이고 거창해보인다. 그런데 위의 앙드레 주주나가 고안한 그림을 보면 일의 목적을 구체화하기가 용이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위 그림의 '열정', 혹은 '직업'에 해당하는 것은 찾았을 것이다. '열정'과 '직업'은 2가지만 충족하면 되는데 '목적'은 4가지 요소를 전부 만족시켜야 한다. 현재 내 일은 위 4가지 요소를 전부 만족하는가?에 대해 나는 고민 끝에 YES라는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단 4가지 중에 살짝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부분이다. 내 일을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맞지만, 나 말고도 훌륭한 변호사분들이 많기에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베스트바이 직원들의 답은 단순하고 인간적이었다. 한 매니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셜리 할머니와 세상 곳곳을 둘러보는 것을, 다른 매니저는 직원과 고객이 자신의 희망과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돕는 것을, 한 인사 매니저는 사람들이 평소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이상을 해낼 수 있게 가르치고 계발하고 영삼을 주는 것이 자신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런 직원들의 원동력, 의미를 모으니, "베스트바이가 공동체와 사회에 기여하게끔 하자!"라는 공통의 목적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목적 하에 베스트바이는 완벽한 부활의 날개를 피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부활 스토리가 아니다. 베스트바이의 놀라운 변화는 달리 말해 이 기업이라는 조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직원들 한 명 한 명의 변화가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베스트바이 직원들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다.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으며 일하게 된 것이고, 이런 긍정적인 변화가 망해가는 기업을 되살린 것이다. 한편, 베스트바이의 놀라운 부활 스토리는 단순히 저 바다건너 낯선 기업의 얘기가 아니다. 이건 우리의 부활 스토리도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 연구에서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1만 9천명 중에 16%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우리는 이 16%에 속하는가?
위베르 CEO가 베스트바이 직원들에게 던졌던 질문처럼 한 번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당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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