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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rky Oct 30. 2017

The Pink Floyd Exhibition

: Their Mortal Remains

전시명 : The Pink Floyd Exhibition ; Their Mortal Remains

전시관명 : Victoria and Albert Museum Rooms 38 & 39

주소 : Cromwell Road, London, SW7 2RL

전시면적 : 약 1,580㎡

전시기간 : 2017.5.13 ~ 2017.10.15.

관람시간 : 약 1시간 ~ 1시간 30분

관람료 : £22

관람일 : 2017.9.29


몇 년 전, 동대문 DDP에서 학교 선배를 만났을 때다. 중앙 벽면에는 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 예고편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는데, 선배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여기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음악까지 쫙 깔리면 정말 멋질 것 같지 않니?”라고 했었다. 어두워지고 조명이 켜지면서 왠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굴곡지고 이상한 느낌의 DDP 배경에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과 무대 연출까지 더한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았다.

그때 잠시 상상해보았던 환상적인 장면은, 올해 5월 13일부터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V&A Museum)에서 진행되었던 ‘Pink Floyd : Their Mortal Remains’를 통하여 구현되었다. 이 전시는 핑크 플로이드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하여 그들의 음악, 예술,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발매 앨범을 연대순으로 악보, 가사, 아이디어 메모, 사진, 뮤직비디오와 인터뷰 영상, 모형, 그래픽 디자인 등의 아트워크(Art work), 악기 실물 등 다양한 전시품을 함께 전시하여 그들의 음악과 반영된 시대상을 보여주며 존(Zone) 별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구성하였다. 또한 화려한 시각요소에 헤드폰 인식 기술을 적용한 청각 요소를 활용하여 관람객이 전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번 런던 여행을 계획했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전시이다. 음악과 전시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전시는 큰 기쁨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에 도착했을 때, 현장판매 티켓은 모든 시간대가 이미 매진이었고 예매한 시간에 맞추어 입장하려 했을 때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동양인은 거의 없었지만 지팡이를 짚은 노인부터 젊은 세대까지 연령층은 다양했다.

전시된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스케치

전시장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젠하이저(Sennheiser) 헤드폰을 끼고 입장하면 핑크 플로이드가 초기에 타고 다녔던 베드포드 벤(Bedford Van)의 모형이 보인다. 마치 초현실적인 세계로 빨려 들어가듯이 이 모형 안을 통과하면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연대 순서로 전시가 펼쳐진다. 헤드폰을 낀 상태에서 아이템 위치가 인식되면 음악이 바뀌는데, 각각 헤드폰을 끼고 있지만 같은 존, 같은 코너에서, 같은 음악을 듣고 있다 보니 몇몇 관람객들의 어깨와 머리가 같은 박자에 맞추어 살짝 흔들거리고 있었다. 같은 음악을 함께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들과 묘한 유대감을 느꼈다. 유독 낯선 이방인으로 느껴졌던 공간이 다르게 느껴졌다.


사전 예약한 시간대별 입장임에도 전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전시 아이템 별 체류시간도 꽤 길어졌고 허리가 내 머리쯤에 오는 젊고 건장한 남자들도 꽤 있어, 몇몇 영상은 가까이 가서 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영상과 관련한 주변의 화려한 모형과 시선을 사로잡는 그래픽이 있어 전시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전시는 60년대 초기 멤버였던 시드 베럿(Syd Barrett)을 시작으로 실험적이고 그로테스크(grotesque)한 분위기의 음악, 시드 베럿의 탈퇴와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의 영입, 그리고 70년대 유명한 The Dark Side Of The Moon앨범의 프리즘 디자인, The wall과 Battersea Power Station 등의 대형 모형과 무대장치 등 화려한 시각요소를 활용하여 연극적인 연출을 보여주면서 사회 풍자적이고 정치적인 색이 짙어진다. 전시 중간에는 핸즈온(Hands on) 체험도 있었다. <The Dark Side Of The Moon>에 수록된 곡 'Money'를 나만의 버전으로 믹싱 체험을 해볼 수 있는 ‘Mixing console’이었는데, 나열되어 있는 버튼을 올렸다가 내렸다 하면서 믹싱을 해 보았지만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젊은 남성 관객들은 꽤 흥미로워했다. 80년대는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탈퇴, 갈등, 90년대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를 주축으로 한 나머지 멤버들의 앨범 ‘The Division Bell’ ‘The Endless River’까지 핑크 플로이드 음악의 변화와 역사를 보여주었다.


The Wall
The Division Bell
The Endless River


마지막 퍼포먼스 존(Performance zone)에서는 2005년에 있던 4명 멤버 전체의 재결합이자 마지막 공연인 ‘라이브 8’ 공연 실황을 대형 화면을 통해 재현하였다. 

젠하이저의 3D 몰입형 오디오 기술이라고 하는' AMBEO 3D'를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콘서트 현장에 온 듯한 사운드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약 10분 정도 되는 영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닥에 앉거나 선 채로 즐기면서 마지막까지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상이 끝나고 마지막 존을 나오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전시를 보며 동선이 비슷했던 몇몇의 낯익은 모습들이 보였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나는 그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며 전시장을 나왔다.

Performance zone - Live 8 공연



이 전시는 첫 번째 존(Zone)인 베드포드 벤(Bedford Van)부터 마지막 존(Zone)의 퍼포먼스 영상까지, 관객이 지루해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컬렉션(Collection), 화려한 모형, 일러스트 등 다양한 시각 전시물과 영상, 헤드폰 인식 체험 등 감각(Sensory)을 활용한 전시물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핑크 플로이드'라는 그룹에 비중을 두어, 그 자체의 역사를 보여준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의 힘이 가장 크다(그룹 초기 시드 베럿에 대한 이야기부터 핑크 플로이드 멤버 각 개인에 대한 소개와 사연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이는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과 공연, 예술 등 그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연대별로 소개하며 핑크 플로이드는 왜 전설일 수밖에 없는지, 그들의 음악은 얼마만큼 창의적이고, 철학적이고 예술성이 있는지, 그리고 이들 자체가 영국의 훌륭한 문화 콘텐츠로써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밴드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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