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몰린 Jan 24. 2023

착공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

작업허가서, JCC, 품질 및 안전 절차


“네, 그럼 자재 승인 서류는 다 준비가 됐네요. 작업 착수에는 한 달이 남았으니 자재 반입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고... JCC는 어떻게 됐나요, 소장님?” 


매일 아침 나는 협력회사 사무실에서 현장소장님 공무차장님과 회의를 한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부터, 시간을 갖고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일까지 공사에 관련된 사항들을 협의하기 위해서 매일 만나서 이야기한다.   


“아, 그거는 다른 사람이 확인하고 있어요. 잠시만요. 리야스?” 


리야스는 인도 엔지니어로 협력회사의 품질 책임자(Supervisor)로써 품질 관련 서류 준비, 검사관과 협의 등 중요한 품질 사항을 모두 관장하고 있는 능력 있는 친구다. 


“Yes, sir.” 


“리야스, Plumber들 JCC(Job Clearance Certificate)는 어떻게 됐지?” 


“아, 그거는 자재 Vendor에서 받은 Certificate과 JCC 신청 서류를 Transmittal로 제출했어요. 아마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OK. 리야스. 좋아. 혹시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알려줘.” 


“Yes, Mr. Yun.” 


“소장님, Plumbing Inspector랑 WPR, Safety 등은 다 준비됐나요?” 


“WPR이랑 Safety는 빠르면 다음 주부터 출근할 것 같은데, Plumbing Inspector가 조금 늦어지고 있네요.” 


“다음 달 작업 착수 전에는 준비해 주셔야 해요. 제가 듣기론 Inspector 없이는 작업이 불가하다고 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


“윤 과장님!” 


협력업체 공무차장님의 전화였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뭔가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네, 백수종 차장님. 무슨 일이 있나요?” 


“뭐 좀 물어보려고요. 혹시, JSA (Job Safety Analysis) 승인을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JSA요? 그거 발주처 Safety가 확인하는 건이라서 저희가 독촉한다고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들었는데요. Plumbing 작업 JSA 승인이 늦어지고 있나요?” 


“네. 2주일 전에 제출했는데 아직도 답변을 못 받았어요.” 


“아, 그럼 제가 안전 팀에 확인할게요. 안전 팀에서 전에 발주처 승인에 2주 정도 걸린다고 했었거든요.”


...


"안녕하세요, 윤 과장님"


"응, 성준아. 바쁘지?"


안전 (Safety)을 담당하고 있는 박성준 과장이다. 본래는 HVAC 팀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었는데, 플랜트 경기가 나빠진 이후에 안전 팀으로 넘어가서 지금은 안전을 담당하고 있다. 신입사원이었을 때 나와 본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서, 평소에도 HVAC 팀을 잘 챙겨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아닙니다, 과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응, 뭐 좀 물어보려고. JSA 있잖아. 우리 협력업체인 대성기공에서 JSA를 낸 지 2주 전에 제출했는데, 아직 승인을 못 받았다고 하더라고."


"아, 그래요? 아시다시피, JSA는 발주처 Safety가 직접 확인하고 사인하는 문서라서 제가 찾아가도 발주처 애들이 빨리 승인해주지 않거든요."


"그래? 아... 이거 큰일 났네..."


"일단 제가 발주처 Safety 사무실에 찾아가서 뭐가 문제인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알려 드릴게요."


"아, 그래줄래? 고마워 성준아."


"아닙니다. 과장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확인하고 알려 드릴게요."


"응. 수고해"


...


"응, 성준아."


"네, 과장님. 제가 발주처 Safety 사무실에 가서 확인해 봤더니, 대성기공이 2 Weeks Lookahead Schedule을 제출하지 않았었나 봐요. 발주처 Safety는 2 Weeks에 명시되지 않은 작업에 대해서는 JSA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평소에도 계속 이야기했었거든요."


"아.... 그랬구나. 그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제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2주 전에 제출한 JSA이니까 이번에는 진행시켜 달라고 요청했어요. 아마 오늘 아니면 내일 승인이 날 거예요."


"아, 고마워 성준아. 너 아니었으면 공사부장님께 대차게 욕먹을 뻔했다."


"아닙니다, 과장님. 대신에 대성기공 담당자한테 앞으로는 2 Weeks Lookahead Schedule에 꼭 표시해 두라고 해주세요. 앞으로는 발주처 Safety가 더 깐깐하게 볼 것 같아요."


"응. 알았어. 고마워~ 나중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내가 한 턱 낼게."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그럼 오늘도 고생하세요."


"응. 수고해"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3가지 주요 관리 요소는 바로 자재, 인원, 장비이다. 나도 이 3가지가 공사 일정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외 EPC 프로젝트에서는 필요한 절차들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재, 인원, 장비가 있는데도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공사에 필요한 절차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공사를 진행할 때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작업허가서(Working Permit)이다. 작업허가서는 어떤 작업을 진행할 것인지, 어느 지역에서 작업할 것인지, 어떤 공구나 장비를 사용할 것인지 등을 표시한 문서로 작업시작 최소 하루 전에 제출해서 시행사 시공 엔지니어, 안전 관리 팀장 등 관련된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 작업허가서를 만드는 사람을 WPR(Work Permit Receiver)이라고 한다. 이 WPR은 원칙상 작업 별, 작업지역 별로 1명씩 배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건물의 1층과 5층 화장실 2개에 Plumbing 배관을 설치한다면, 2명의 WPR이 각각 작업허가서를 만들어야 하고, 각 WPR은 작업 중에 작업현장에 있어야 한다. 


또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인원 중 한 명은 Safety 엔지니어이다. 각 시공사는 안전을 관리하는 인원으로 작업자 수에 따라서 일정 비율의 Safety 엔지니어를 보유해야 한다. (예: 작업자 12명당 Safety 엔지니어 1명) 그리고 모든 작업 현장에는 1명의 Safety 엔지니어가 배치되어야 한다. 해외 EPC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앞으로 2주 작업 내용을 미리 예상해서 일일 작업 내용(2 Weeks Lookahead Schedule)을 발주처에 미리 제출해야 한다. 또 모든 작업허가서에는 JSA (Job Safety Analisys)를 첨부해야 하는데, 이 JSA는 발주처의 승인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Safety 엔지니어는 작업 중 안전 관리 외에도 이런 문서들을 작성하고 발주처 승인을 받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의 경우 해당 작업자가 적절한 교육을 받고 Test를 통과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우디아람코는 JCC(Job Clearance Certificate) 카드를 발행해서, 해당 작업자가 관련된 작업에 대한 교육을 받고, Test를 통과했다는 것을 확인한다. 다행히 모든 종류의 작업자가 JCC를 발급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HVAC에 관련된 작업자 중에 Plumbing, 용접사(Welder), 도장공(Painter) 등은 관련 Vendor에서 제품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한 후에 JCC를 발급받아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사우디아람코의 경우 JCC를 준비해야 하는 공종에 대한 내용을 Schedule Q라는 문서에 명시하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또 품질 관련 엔지니어도 공사를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전에도 설명했듯이 모든 자재는 자재인수검사(Material Receiving Inspection)를 완료해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검사 (Inspection)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품질 엔지니어이다. 요즘에는 이 품질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람코 프로젝트의 경우 품질 Manager, 품질 Supervisor, 공종별 품질 Inspector (Plumbing, Ducting, Piping, Welding, Control & Electrical 등), Material Receiving Inspector, Document Controller 등을 갖춰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시공사가 화장실 배관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품질 Manager, 품질 Supervisor, Plumbing Inspector,  Material Reciving Inspector를 보유해야 현장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해외 EPC 프로젝트에서는 1.6m 이상의 높이에서 작업하는 것은 고소작업(Working at Height)으로 분류한다. 고소작업을 위해서는 비계 (Sccafolding)를 사용하거나 Scissors Lift 등의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비계를 사용한다면 비계 Superviosr, 비계 Inspector 등을 보유해야 비계 설치 및 철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또 비계는 매주 그 상태를 검사해서 색깔이 있는 꼬리표(Tag)를 비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 가능한 비계는 녹색 꼬리표, 사용 불가하거나 검사가 끝나지 않은 비계는 빨간색 꼬리표를 붙여야 한다. (빨간색 꼬리표가 붙은 비계는 사용할 수 없다.) 

 



작업허가서는 작업, 검사 등을 위해서 작업현장에 반드시 비치해야 하는 서류로 굉장히 주의해서 다뤄야 한다. 특히, Brown Zone(발주처의 기존 공장 혹은 신규 건설 지역 중 Energization이 된 지역)에서 작업할 때에는 발주처에 작업허가서를 직접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주처의 WPR(Work Permit Receiver) 시험에 합격해야 관련된 작업허가서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시공사의 WPR들이 모두 발주처의 시험에 떨어져서, 시행사 시공 엔지니어였던 내가 발주처 WPR 시험에 응시하고, 직접 작업허가서를 만들어서 작업을 진행시켰던 적도 있다. 


발주처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 요즘에 해외 EPC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인원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품질 인원은 발주처의 면접을 통과해야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관련된 절차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나는 사우디 아람코 프로젝트에서 협력업체 품질 매니저 1명을 채용하기 위해서 4번, 5번의 면접을 진행하며, 채용까지 총 4개월 이상의 시간을 사용한 적이 있다. (4개월 동안 발주처에게 사정하여 2달 반은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1달 반은 작업을 중지당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람코의 경우 품질 Manager, Supervisor, 각종 Inspector (Plumbing, Ducting, Piping, Welding, Control & Electrical, Material Receiving Inspector), Document Controller를 채용하지 않으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게 한다. 특히 HVAC처럼 다양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정말 많은 수의 품질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 품질인원의 채용 및 유지에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므로, 시공사 및 시행사 시공 관리 엔지니어들은 입찰 때 관련된 비용이 견적서에 포함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우디에서 시공사가 고용한 품질 매니저의 경우 한 달 월급이 1,000만 원이 넘었다. HVAC는 이런 고가의 품질 인원을 최소 7명을 보유해야 다양한 종류의 현장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특별한 교육 및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한 작업이 있다. 보통의 해외 EPC 프로젝트의 경우 TAB(Testing, Adjusting, air-Balancing)의 경우 NEBB 혹은 SMACNA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다. 또, 사우디아람코의 경우 배관 Pneumatic Test를 Special Process로 분류하여 특별 관리를 한다. Special Process는 JCC를 보유한 작업자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관련된 작업 절차서 2가지 (Method Statement 및 Quality Control Procedure)를 발주처에 승인받아야 하며, JCC를 위한 작업자 교육 자료까지 사전에 발주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해외 EPC 프로젝트에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절차를 밟아서 필요한 문서들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재승인원(FMAR : Field Material Approval Requisition), 자재 입고검사(Material Receiving Inspection), 작업절차서(Method Statement 및 Quality Control Procedure), 2 Weeks Lookahead Schedule, JSA(Job Safety Analisys), 작업허가서(Work Permit), JCC 등 여러 가지 문서/절차 중에 하나만 빠뜨려도 현장 작업이 불가하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작업을 착수하기 위해서 많고 복잡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 점이 해외 EPC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들 중 하나이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카타르, 쿠웨이트, UAE, 사우디의 발주처들은 품질 및 안전 관련 서류가 미비한 경우에 관련 작업에 대한 작업허가서를 절대 발급해 주지 않았다. 즉, 계획한 대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필요한 서류에 대한 승인 절차를 미리 완료해야 한다. 실제로, 나는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품질 및 안전 직원들에게 필요한 절차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서 나는 수십에서 수백일의 지연을 만들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해결할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자재승인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