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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린 Jan 27. 2023

착공 전에 예산 및 공사기간 줄이기

ITP 검토

“Mr. Yun?” 


“응, 찰리. 무슨 일 있어?” 


같이 일하는 필리핀 엔지니어 찰리가 나를 찾았다. 지금 진행 중인 작업에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발주처 검사관 이야기가 Plumbing 검사 중에 일부는 자기가 못한데. 일부 검사를 Civil 검사관에게 요청하라는데 어떻게 하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리차드가 Plumbing이랑 Piping이랑 다 검사 가능한 거 아니야?” 


“맞아. 그건 맞는데, 리차드가 Survey(측량: 설치한 Under Ground 배관의 높이가 도면에 일치하는지 현장에서 확인하는 과정으로 자격을 갖춘 측량사만이 측량할 수 있다.)랑 Backfill(되메우기: Under Ground 배관을 설치한 이후에 고운 모래로 배관을 덮는 작업)은 Civil 검사관 업무라서 자기가 검사 못한데.” 


“아…. 무슨 소리인지 알겠다. Survey랑 Backfill은 토목 팀 검사들로 분류되어 있다는 거지? 발주처 내부적으로 말이야.” 


“응. 맞아.” 


“이럴 줄 알았으면 ITP 제출할 때 관련 검사를 없앨 걸 그랬다.” 


“그럴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ITP를 승인해주지 않았을 거야.”


"맞네. 그럴 수도 있었겠다. 알았어. 내가 한 번 알아볼게. 측량사(Surveyor)는 건축팀에 있으니 Inspection 때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되고, 측량이랑 되메우기 작업에 대한 RFI (Rquest For Inspection)를 토목팀에서 작성해 주면 되는 건가?"


"그럴 거야. 토목 Inspector가 RFI를 올려야 해."


"알았어. 내가 이야기해 볼게."

 

...


"안녕하세요, 부장님."


건축팀 김성욱 부장님을 찾아왔다. 뭔가 부탁하려면 관련된 팀의 가장 높은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것이 빠르다. 


"응, 윤 과장. 화장실 배관 언제 끝내줄 거야? 우리가 다음 작업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 알지?"


"그럼요. 안 그래도 제가 찾아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에요."


"응? 무슨 일 있어? 내가 현장에서 보니까 배관 설치는 거의 끝났던데?"


"발주처에서 측량이랑 되메우기 작업들에 대해서 Inspection을 토목 Inspector에게 따로 올리라고 해서요. 건축팀 측량사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이 참. 발주처 놈들은 왜 같지도 않은 걸로 자꾸 시비야? 잠깐만... 우리가 다음 작업을 다음 주부터는 들어가야 하니까, 최대한 빨리 Inspection을 끝내자고. 오늘 RFI 올리고, 내일 오후에 Inspection 받는 거 어때?"


"아, 가능합니다, 부장님. 측량사만 빌려 주시면 내일 오후까지 Inspection을 완료해서 넘겨 드리겠습니다."


"알았어. 내가 로저한테 이야기해 둘 게. 오늘 오후에 측량하러 현장에 가라고 할까?"


"아뇨. 로저가 저희 작업 시작할 때 측량은 벌써 해줬습니다. 내일 오후에 Inspection 때 로저가 참석만 해주면 됩니다."


"알았어."


"감사합니다, 부장님"




해외 EPC 프로젝트에서 수행하는 Plumbing 배관 설치 작업 순서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자재승인원 승인, 자재인수 검사, 현장 설치, 설치 검사, Leakage Test이다. 자재승인원만을 발주처의 엔지니어가 담당하고, 나머지 검사는 현장에 배치된 발주처 Inspecter가 담당한다. 즉, 엔지니어가 승인한 자재승인원을 기준으로 발주처 검사관은 관련 자재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가 완료된 자재로 시공사는 현장에 배관을 설치하고, 설치 완료 후에 발주처 검사관에게 설치 검사를 받는다. 설치 검사가 완료된 후에는 배관에 누수가 없는지 Leakage Test로 발주처 검사관과 함께 누수여부를 확인한다. 


화장실 배관 설치 과정은 다음과 같다. 


건축 팀 건물 기초 설치를 위한 땅파기 (Excavation)

땅다지기 (Compaction)

고운 모래로 배관 설치 높이까지 채우기 (Sand Bedding: 땅 속에 있는 날카로운 돌 등으로부터 배관을 보호하기 위해서 배관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고운 모래로 층을 만드는 작업)

배관 높이 측량 (Survey)

배관 선 조립(Pre-Assembly)

배관 최종 조립(Final Assembly)

Leakage Test (Gravity Test: 설치한 배관의 가장 높은 배관을 3m 연장하고 모든 배관의 구멍을 막은 후에, 배관에 물을 채우고, 채운 물의 높이가 달라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검사)

고운 모래로 설치된 배관 덮기

땅 되메우기 (Backfilling)

땅다지기 (Compaction)


사우디아람코의 경우 배관 높이 측량과 땅다지기에 관한 검사를 토목 및 건축 검사관 (Inspector)가 담당한다. 즉, 배관 조립이나 Leakage Test는 Plumbing 검사관이 검사를 하고, 땅다지기나 되메우기 같은 작업은 토목 검사관(Civil Inspector)이 검사를 수행한다. 이런 경우에는 검사요청서류(RFI)를 담당 검사관(Inspector)에 각각 신청해야 한다. 즉, Plumbing 배관 설치 검사를 완료하기 위해선 Plumbing과 Civil 검사관 두 명이 모두 필요한 것이다. 




서울사무소에서 HVAC 시공 엔지니어가 해야 하는 일 중에는 ITP (Inspection & Test Plan) 검토가 있다. 현장에서 수행할 검사 및 테스트의 종류 및 방법에 대해 명시하는 ITP는 품질 엔지니어가 작성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품질 엔지니어가 작성한 ITP를 시공 엔지니어가 검토하여, 관련 프로젝트에 필요 없는 검사가 있지 않은지, 누락된 검사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발주처가 제출한 ITP를 승인하면, 해당 ITP에 따라서 검사 및 테스트를 수행하게 된다. 


발주처에 ITP를 제출하기 전에 시공 엔지니어는 과도한 검사가 없는지 혹은 꼭 필요한 검사 중에 누락된 것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검사는 조금 더 편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꾸고, 프로젝트 시방에 명시된 주요 검사 중에 누락된 항목이 있다면 ITP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내가 ITP를 검토할 때 살펴보는 사항은 아래와 같다. 

Gravity Test : 배관을 3m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 Pump를 사용해서 0.3 bar 압력으로 테스트하기

Duct Leakage Test : Pneumatic (공기압) Test를 Lighting Test (Duct 안에 밝은 조명을 집어넣은 후에 Duct 연결 부위 사이에 빛이 새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로 변경

Duct 설치 방법 변경 (Duct 설치 > Duct Leak Test > 보온 설치 > Cladding 설치에서 미리 보온재를 설치한 Duct 설치 > Leak Test > Cladding 설치)

냉매 배관 Pneumatic Test 시간 및 압력을 너무 길지 않은지 확인 (4시간 -> 30분, 테스트 압력을 운전 압력의 1.5배에서 1.2배로 변경 등)

Hydro Test 시간 및 압력 조정 (24시간 -> 1시간, 압력은 운전 압력의 1.5배 등)

HVAC Control Cable Meggering Test 전압 및 통과 기준 (1000V DC, 통과 기준 2MΩ 이상 등)

HVAC Control Cable Pre-commissioning (Pre-comm.) Test 시점 변경 (결선 후 Pre-comm. 진행 -> Pre-comm 완료 후 결선)

AHU Alignment 및 Belt Tensioning 추가


위에 명시한 사항들은 모두 HVAC 시공 및 시운전에 필요한 시간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서 Gravity Test 때 배관을 3m 연장을 해야 한다면 비계 (Sccaffolding)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해외 EPC 프로젝트에서 1.5m 이상의 높이에서 작업하기 위해선 비계를 설치하거나 Sissors Lift 같은 전용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수동 펌프를 사용한다면 화장실 배관에 0.3 bar의 압력을 가하는 것은 10분 안에 완료할 수 있다. 즉, 테스트에 필요한 시간 및 비용을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공기압으로 Duct의 Leakage를 확인하는 것도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Duct 내에 공기압으로 압력을 걸기 위해선 특별히 제작된 테스트 장비가 필요한데, 보통의 시공사는 이런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의 업체를 찾아 계약하고, 일정에 맞춰서 검사 인원을 부르고, 자체 테스트 후에 검사(Inspection)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Duct Leakage Test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조명을 사용하는 Lighting Test로 변경하면 밝은 빛을 내는 조명만 준비하면 된다. 연결된 Duct 내에 밝은 조명을 집어넣은 후, Duct 연결 부위에 빛이 새어 나오지 않으면 합격 (Pass)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ITP 뿐만 아니라 작업절차서(Method Statement)에도 Duct Leakage Test 항목에 Pressure Test와 Lighting Test 모두가 Duct Leakage Test가 가능하다고 명시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Duct Leakage Test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이 방법을 통해서 해외 프로젝트들에서, Duct Leakage Test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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