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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린 Jan 12. 2023

현장설명회

시공사 구하기


“안녕하십니까, 한국건설의 윤성지 과장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당 프로젝트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간단하게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금번 입찰의 주의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저기 질문이 있습니다. ITB (Invitation To Bid)에서 Saudization 24.5% 요건을 봤습니다. 이게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적용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Saudization은 발주처가 아니라 사우디 정부에서 요청한 사안이라서 모든 회사가 다 따라야 합니다.” 


“저도 질문이 있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품질 인원 전부를 채용해야 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당 프로젝트는 품질 인원에 대한 요건이 까다로운 편인데요. 계약서에 명시된 모든 종류의 품질 인원을 전부 채용해야 합니다. 만약에 별도의 지사 없이 우리 회사의 비자 지원을 받아서 공사하신다면 QC Manager, QA Manager, QC Supervisor, Material Receiving Inspector 등은 채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비자 업무 등 한국건설의 지원에 대해서 매월 기성의 3%를 공제하게 됩니다.” 


… 


"오, 윤 과장. 오늘 현장설명회 잘 끝났나?"


"아, 공무부장님. 네. 초대했던 업체들 모두 참석했고, 업체들에게 현장 특이시방이나 주의사항에 대해서 잘 설명했습니다. 특히, 견적 금액 산정할 때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래? 음... 발주처가 요즘 들어 부쩍 강조하는 게, 사우디에 지사 있는 시공사를 사용하라는 거라는 거 알지?"


"네, 그럼요."


"업체들 견적 받으면 바로 정리해서 가지고 와. HVAC는 금액이 별로 크지도 않으니 빨리 끝내자. 나 다른 거 할 일 많아."


"아, 네. 알겠습니다. 부장님. 최대한 빨리 비교표 만들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고생하십시오."


공무팀의 김재용 부장님은 인사도 받지 않고 어디론가 급하게 걸어가셨다. 이 프로젝트의 PM (Project Manager)으로써, 발주처, 협력업체, Vendor 등 다른 회사와 계약은 물론이고, 대외 공문 발송, 프로젝트 일정 작성, 주요 기자재 구매 등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업무를 총괄로 담당하는 분이다. HVAC 현장설명회 계획에 대해서 어디서 들으셨는지, 현장설명회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는 나를 마주치시곤 바로 결과를 물어보셨다. 역시 겉모습처럼 날카롭다. 따뜻한 인간미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이제 시작이다. 어서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 착수 준비를 해야 한다. 아람코의 시방서와 도면을 공부하면 할수록, 이번 프로젝트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절차는 다른 프로젝트들에 비해 복잡하고, 시방서는 수십 수백 개 문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완벽하게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동안 몇 주를 시방서와 도면만 봤던 내게도 이렇게 어려운 데, 협력업체 담당자들이 시방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최대한 업체선정을 빨리하고,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아직 현장에 나가려면 3달은 더 남았는데, 제대로 준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회사들의 종류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발주처(COMPANY), 시행사(CONTRACTOR), 시공사(Subcontractor), 기계 및 장비 제작사(Vendor)입니다. 발주처는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추후에 건설될 공장을 사용할 회사입니다. 시행사는 해당 프로젝트의 EPC(설계, 구매, 시공) 모든 부분의 공사를 약속한 기간 내에 일정한 품질 기준 이상으로 완료할 의무를 가진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회사들이 해외 EPC 프로젝트의 시행사 들입니다. 보통 발주처는 시행사와 계약을 하게 됩니다. 시공사는 실제 공사를 수행하는 회사로 시행사와 계약을 합니다. Vendor는 보통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주요 기계 및 장치를 제작하는 회사로, 계약에 따라서 발주처, 시행사 혹은 시공사와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특성 및 상황에 따라서 어떤 기계 장치를 시행사가 공급할 수도 있고, 시공사가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냉수 순환 펌프를 공급하는 주체는 프로젝트에 따라서 시행사 혹은 시공사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행사는 공사를 수행할 시공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토목, 건축, 설비, 기계, 배관 등 각 공종에서 현장설명회를 진행해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 견적을 요청합니다. 이를 위해서 시행사는 보통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에 ITB (Invitation To Bid)를 송부합니다. 이 ITB는 프로젝트의 위치, 특별한 주의사항, 공사 범위 등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장설명회는 시행사가 입찰에 참여할 업체들을 초대해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입찰에 초대된 협력업체들은 현장설명회 때 시행사가 공지한 날짜까지 견적서를 접수해야 합니다. 그러면 시행사는 견적서를 금액 및 기술적으로 검토하여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시공사를 선정하게 됩니다. 협력업체의 견적서를 금액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를 CBE (Commercial Bid Evaluation)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견적서를 검토하는 절차를 TBE (Techinical Bid Evaluation)이라고 부릅니다. 시공사는 보통 견적서와 함께 프로젝트 수행계획(물량소화계획, 인원동원계획, 장비동원계획, 품질 및 안전 관리 계획 등)을 제출하게 되는데, 이런 서류가 해당 프로젝트의 시방서(Project Specification)/FEED/(발주처와 시행사 사이의) 계약서에 명시된 요건들 등에 비교해서 부족하거나 누락된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TBE라고 부릅니다. 


CBE와 TBE가 완료된 이후에 내부 협의 및 결재과정을 거쳐서 시행사는 시공사를 선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정한 시공사, 시행사, 발주처는 함께 착수회의(KOM : Kick Off Meeting)를 진행하며 프로젝트 수행 계획에 대해서 함께 검토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KOM을 완료한 후에 해당 시공사는 현장에서 공사를 착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시행사의 HVAC 시공 엔지니어의 업무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장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시공 엔지니어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장설명회(입찰)에 초대할 업체 선정

현장설명회 자료(ITB) 준비

현장설명회 진행

견적서 검토 (CBE, TBE)

시공사 선정 내부 결재


업체를 선정하는 업무는 보통 공무(Project Control) 팀에서 담당하므로, 현장설명회는 시공 엔지니어와 공무팀의 협력업체 계약 담당자와 협조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계약을 위한 서류 및 실제 계약서는 공무팀의 협력업체 계약 담당자가 진행하고, 현장설명회에 필요한 자료(ITB)는 시공 엔지니어가 준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또 ITB 자료는 주요 자재의 종류 및 수량 정보(BOQ : Bill Of Quantity), 공사범위, 해당 프로젝트의 특별사항 등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포함됩니다. 즉, 시공 엔지니어는 설계 엔지니어를 통해서 관련자료(BOQ, 공사범위, 해당 프로젝트의 특별 사항들)를 받아서 업체 담당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요약 및 정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공엔지니어는 현장설명회 당일 업체들에게 해당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주의할 사항들을 전달해야 합니다. 특별히 사용해야 할 자재, 공사 방법, 인원의 종류 등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업체들에 공지하고 관련된 사항이 견적 금액에 반영할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업체들이 제출한 견적서 및 프로젝트 수행계획을 검토하는 것도 시공엔지니어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련된 업무를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CBE : 금액을 검토할 때(CBE)에는 설계 팀에서 작성한 주요 자재의 물량 정보(BOQ : Bill Of Quantity)에 포함된 모든 품목에 금액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대비표를 만듭니다. 대비표에는 견적을 제출한 모든 업체의 정보를 한눈에 비교하기 쉽게 정리한 자료를 말합니다. 보통 대비표의 왼쪽에는 BOQ 정보가 있고, 그 오른쪽에 업체 A의 금액을 정리하고, 그 오른쪽에 업체 B의 금액을 정리하는 식으로 표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TBE : 기술적인 부분을 검토할 때에는, 프로젝트의 대표 스케줄(Project Master Schedule)에 따라서 공사수행계획이 작성됐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공사수행계획에 대비해서 적절한 인원을 사용할 계획인지를 인원동원계획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또, 공사에 필요한 장비의 종류를 적절히 사용할 계획인지를 장비동원계획을 통해서 확인합니다. 

품질 및 안전 관리계획 : 품질 관리를 위해서 필수적인 인원이 인원동원계획에 모두 포함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 발주처의 안전관리 요건을 검토하여 필요한 인원의 종류 및 숫자가 인원동원계획에 포함됐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상기 언급한 절차의 담당자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품질 관리계획은 품질팀이 검토할 수도 있고, 안전 관리계획은 안전팀이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시공엔지니어가 품질 및 안전 관리계획 모두를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에 CBE 및 TBE 중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업체들에 견적을 수정해서 다시 제출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업체들이 견적하는 기준이 같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야 각 업체가 제출한 금액을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업체는 TAB(Testing, Adjusting, air-Balancing) 항목에 금액을 입력했는데, B라는 업체가 TAB 항목에 금액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에 B업체의 총 견적금액이 A업체의 총 견적금액보다 적다고 해서 B업체의 금액이 A업체보다 싸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B업체의 견적금액에는 TAB를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같은 기준으로 견적을 작성할 수 있도록 확인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바로 CBE와 TB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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