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를 들고 가는 모습은 가장 프랑스적인 거리의 분위기 같다. 비 오는 날이면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도 달랑 종이 한 장 허리에 겨우 걸친 기다란 바게트를 손에 쥐고 처벅 처벅 걸어간다. 특히 갓 구워져 나왔을 때는 빵 끝을 뜯어먹으면서 집에 가는 길 곳곳의 주황빛이 은은하게 밝혀있는 노천카페의 천막을 잠깐씩 우산 삼아 비를 피해 가며 느긋하게도 간다.
나도 프랑스인들이 하는 행동이 궁금해서 바게트를 사고 나오면서 끝을 먹어 보았다. 정말인지 집에 가서 한참 후에 먹는 것과는 다른 빵 같다. 뜨끈한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포근포근한 빵은 입술을 포개기에 향긋한 알맞은 온도이며 겉은 딱딱해 보이지만 막상 바삭하게 깨물어지고, 속살은 촉촉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온기가 가득한 최상의 식감.
'아 이래서 프랑스 사람들이 길에서 뜯어먹는구나!'
그 순간의 황홀함을 맛봐버린 나는 그들처럼 바게트를 사면 문 밖을 나오면서 바로 뜯어먹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중간에 먹어 버리고 끝이 뜯겨있는 모양의 바게트를 안고 집에 도착하면 그는 말한다. "아이고 못살아. 그 빵집, 또 쥐가 파먹은 바게트를 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