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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Apr 26. 2018

우리가 망한 일곱 가지 이유

찾으면 100개는 더 있겠지...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잉여들의 놀이터가 되고자 했던 놀잉은 기획 단계에서 폐기되었다. "사업을 시도했다 망했다."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했고, 실패라는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닌 실패를 되짚어 보는 건 충분히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첫 번째 시도를 반성하며 시작한 두 번째 시도는 훨씬 나아졌고, 이 글을 보는 (창업을 희망하는) 흔한 문과생에게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이정표 비슷한 거라도 돼주지 않을까 싶다.



1. '느낌'만 따라다녔다.


나의 가장 큰 맹점은 언제나 '막연함'이었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 것인지 정확한 정의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몰랐고, 결국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 느낌만으로 팀원을 꼬셨다. 느낌으로 모인 팀은 스타트업을 한다는 느낌에 취해 허우적대다 (수개월 동안)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자비를 들여 액티비티를 체험하며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관심을 갖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 사공(기획자)만 많았다.


앱 서비스 하나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팀 구성은 어떻게 될까?


한 명이 있어야 한다면 개발자가 있어야 한다.
둘이 있어야 한다면 개발자 둘이 있어야 한다.
셋이 있어야 한다면 개발자 둘과 디자이너 한 명이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디자인, 개발에 비해 기획의 진입장벽이 더 낮다.
디자이너, 개발자도 (막상) 기획을 잘 한다.
기획할 거리가 끝나면 기획자가 잉여가 되는 상황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 팀은 기획자 셋에 개발자 하나였다.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기에 에디터가 필요했고, 기획자가 디자이너를 땜빵할 수 있었지만 앱을 완성할 수 있는 조합은 아니었다. 넘치는 기획 인력을 위해 일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으니 말 다했다.



3. 구글링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


내가 떠올린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미 누군가는 만들고 있다.


창업 관련 세미나를 다니며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놀잉은 여기저기 (블로그에) 흩어져 있는 '놀 거리 정보'를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 한 데에 모으려고 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트래픽을 모은 뒤 광고(더 나아가 커머스)를 붙일 생각이었다. 우리가 생각한 경쟁 서비스로 데이트팝, 프립, 와그 등이 있었지만 와그, 프립은 콘텐츠 중심이 아니었고 데이트팝은 콘텐츠(퀄리티)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작도 못해보고 망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당시 놀잉은 어느 정도 기획의 가닥을 잡고 열심히 콘텐츠를 만드는 중이었는데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주모라는 앱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ZUMO - 주말에 뭐하지?


당황스러웠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게 딱 이거다."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굳이 이 서비스를 두고 비슷한 걸 만들겠다는 건 괜한 짓이었다. 당시 신생 서비스여서 검색 최적화가 덜 되어있긴 했지만 어쨌든 못 찾은 쪽이 잘못한 거다. 우리가 망할 이유는 많았지만 결국 포기하게 한 건 (찾지 못한) 강력한 기존 서비스의 존재였다.



4. 액티비티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액티비티 체험 횟수가 많아지며 '내가 집돌이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부터가 액티비티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인데 '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말이 안 됐다. 현실은 비루해도 계속 버틸 수 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사업 분야로 삼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5. 조급했다.


스타트업이라면 무조건 빠르게, 대박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3달 안에 페이스북 팔로워 10만'과 같은 과한 목표 설정을 했고, 실패 경험이 누적되며 쉽게 지쳐갔다. 속도가 중요하지만 '광속을 목표로 삼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6. 잠재고객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냥 블로그 보면 되는 거 아니야?


간혹 (내 사업 계획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다. 제품을 파는 건 설득의 과정이라는 걸 그땐 몰랐고 난 그저 자존심이 상해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왜 필요로 하지 않는지?
대부분의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지?
이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무얼 바라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지불의사가 있는지?


이런 질문이 필요했다. 결국 난 상상으로 고객을 만들고 상상으로 서비스를 기획했다. 



7. 제품을 완성할 정도의 역량이 안 됐다.


다른 모든 이유를 포함하는 이유다. 나름의 기획 경험, 디자인 경험, 코딩 경험이 있었지만 놀잉이라는 서비스를 정확히 정의하고 완성하기에는 풋내기 수준이었다. 물론 가장 부족했던 건 팀을 조직하고 프로젝트를 리드해야 하는 리더(글쓴이)의 능력이었다. 무작정 부딪쳐 보기에 창업의 벽은 높았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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