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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Nov 20. 2021

서비스 기획자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1)

이름부터가 간지

1. 분열을 경험하다


팀이 폭파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만드는 팀이었고 비즈니스 기획과 서비스 기획의 난이도가 많이 높았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서비스 기획자의 포지션이었습니다. 비즈니스 오너(CEO를 포함하여 비즈니스 기획을 하는 실무자들) 본인이 속한 시장을 혁신하고자 하는 전문가였고 저와 디자이너, 개발자는 도메인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어느 팀보다 협력이 중요했고,  역시       없이 배우고  가르쳐주며 기획을 완성해나갔습니다. 디자인 초안이 나오던 시점에 오너 중 한 명과 디자이너의 싸움이 벌어졌고  내용은 " 너의 업무 범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나에게 미루느냐?"였습니다. 물론 중간에 끼어있는 제가 제대로 못한 도 컸습니다.


2. 100% 때문에 실패한 팀


저보다 높은 직급 간의 싸움에 나서지 못했고 결국 상대적 약자인 디자이너가 경질되며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빈자리는 다른 디자이너로 채워졌고 프로젝트는 계속되었습니다.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각자 조금씩 양보하고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은 아니었는데 팀이 와해될 때까지 저는 무력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팀에 대해, 그리고 협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100% 해서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없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은 일도 나서서 해야 협업이 된다.


물론 저도 이 명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을 100% 해내지 못했고 저의 부족함은 양 사이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3. 책임을 회피하다


저의 기존 태도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고자 하는 협업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주니어라는, 서비스 기획자라는 타이틀에 숨어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에 구멍이 보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비즈니스 오너가 정의해주는 대로 스토리보드를 그렸습니다. 괜히 사업 기획에 영향을 미쳤다가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두려웠습니다. 비즈니스 오너가 해달라는 대로 스토리보드를 그려주면 실패의 책임은 모두 그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구멍이 난 채로 런칭한 프로덕트는 퀄리티가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구멍이 났는데도 메우지 않는다면 그 구멍에는 제 책임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도 프로덕트의 성패에 책임이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4. 인스파이어드, PM을 접하다


그러던 중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스파이어드>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팀 안에서 외주를 주듯 협업을 하면 안 된다'는 문장이 많이 와닿았고 저 또한 '프로덕트의 성공을 위해 무대 뒤에서 최선을 다하는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기로 하다


저는 아직 프로덕트 매니저에 대해 잘 모릅니다. 고작 <인스파이어드>라는 책 한 권만 읽은, 가장 무식하고 편협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앞선 실패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서비스 기획자에 머무르는 게 아닌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느낀 프로덕트 매니저를 정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로덕트의 성공을 위해 여기저기 나대는 사람


이젠 더 이상 프로덕트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즈니스에 구멍이 보이면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비즈니스 오너를 설득할 것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구멍이라도 담당자를 호출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작업자들을 조율해 구멍을 메울 것입니다. 물론 이 일을 한다고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덕트 매니저가 해야 할 한 가지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에 있습니다. 에이전시 기획자로서 대부분 작은 팀에 속해 일을 하고 있으며 보통은 프로덕트 매니저와 서비스 기획자를 구분해 뽑지 않습니다. 이제 제가 속한 팀에서 좀 더 나대면서 성공을 위해 힘쓰고 실패에 책임을 져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프로덕트 매니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느낀 것에 대해 써나가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있는 서비스 기획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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