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하루

by 재재형제맘

지난 며칠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월요일은 하던 운동도 못할 만큼 심적인 타격이 커서

애들 등교 후 이불속에서 꼼짝을 않더랬다.


하교가 이른 초등학교 1학년 둘째를 데리러 겨우 일어나서

놀이터 투어를 하고

형아 하교 시간에 맞춰 집에 같이 들어가

간식을 챙겨 먹이고 학원에 데려다주는 일상이었다.


마음에는 돌덩이를 품은 채.


해맑게 웃는 아이들에게

사실은 웃는 가면을 썼더랬다.


그렇게 그날 하루를 버텼다.


그다음 날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일단 제안받은 번역 테스트 시험을 보고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괜찮은 영어강사 자리도 찾아보고

이력서, 포트폴리오 다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날 하루를 붙잡았다.


그런데 어제 다시 현실에 부딪혔다.

이사를 가는 것밖에 돌파구가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


애 학원 들여보내놓고 복도에 서서

울었다.


차 안에 앉아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오는 길...


운전하는 동안 계속 눈물이 났다.


"엄마 우는 거야? 왜?"

둘째가 해맑게 묻는다.


괜한 화살이 아이들에게 갈까 봐

맥주 한 캔을 들이키며...

저녁을 만들면서...

후드를 켜고 조금 소리 내서

울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경력이 단절된 기간에도

난 끊임없이 읽고...

듣고... 공부했다...


이제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늘은 영문, 국문 이력서를 다듬고

초안뿐이었던 영문, 국문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했다.



생각보다 자리 잡는데 오래 걸리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건 알지만

며칠 전 제안받은 터무니없이 낮은 요율과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걸며 연락온 외국계 에이젼시를

거절해 버렸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답답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생각이 정리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차분한 하루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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