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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봉 Aug 21. 2023

인간관계는 주눅들지 않아야 한다

모든 자신감의 원천은, 긍정에서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10년지기 친구였다.


"너 8시에 갈 거야? 되도록이면 나랑 같이 왔으면 좋겠다고 00이가 그러던데."


00이는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다. 5년은 넘게 얼굴을 안 보고 살다가 최근에서야 집앞 선술집에서 왕왕 만났기 때문에 다시 연락을 하고 있었다. 여자애였는데, 관심이 없는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연락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 10년지기 친구는 그간 00이를 자주 만나왔었기에 둘은 꽤 친한 상황이다.

00이에게는 일본인 친구가 있었다. 나는 선술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00이에게 일본인 친구를 소개시켜달라고 했다. 최근에 외국어에 관심이 생겼는데, 외국 친구가 있으면 금방 는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00이는 흔쾌히 수락했고, 다음주 금요일 다같이 만나기로 했으니 너도 오라고 내게 말했던 상태였다.


하지만 약속일을 하루 앞두고 있는 시점에 10년지기 친구에게서 위와 같은 말을 들은 것이다.


"왜? 어색할 것 같대?"


내가 물었더니, 10년지기 친구는 그런 것 같아, 라고 일축했다.

00이는 평소 워낙 활발하고 말이 많아 전혀 그런 낌새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역시 오랜만에 본 친구라 그런가 전부 알지는 못했구나 싶었다.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누군들 안 어색하리.

그래도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근에 만났을 때 그렇게 어색하게 행동하진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10년지기 친구가 말했다.


"너 E인척좀 하지마(웃음). 술만 마시면 항상 텐션이 너무 올라가."


선술집에서 고등학교 동창과, 옆 자리 모르는 사람들과 술마시다 함께 친해졌었는데 그 때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에 조용하고 귀찮아서 말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잘 전달되지가 않는다. 그런 난데, 텐션이 올라가면 좋은 거 아닌가? 싶어 말했다.


"그냥 즐거운 분위기 맞추려고 한 거지. 나 혼자만 가만히 있으면 분위기 안 좋잖아.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mbti를 맹신하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I라고 해도 상황에 맞는 스탠스를 취할 수는 있는 거니까. 그게 내 에너지를 쓰는 것이든,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든 간에 눈치없이 분위기를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친구의 눈에는 내가 너무 신이 나 보였던 모양이다. 그동안은 조용한 모습만 보이다가 술이 들어가니 업텐션이 된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법 하긴 한데.


"그것도 적당히지. 목소리가 너무 컸어. 다른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곳이 작은 술집이라 내 목소리만 너무 쩌렁쩌렁하게 울렸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텐션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잘못된 것이라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확실히 부담스럽고 당황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쩌면 어색하다고 한 것은 그런 뜻에서 한 말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이해해보려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싱숭생숭했다.

아니, 오히려 불편했다.


왜 그런가 오랫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취한 방법이 잘 먹히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서 오는 좌절감이었다. 실패에 대한 후회, 좌절. 으레 겪는 '처음'이라는 것의 고통이었다. 꽤 아팠다. 내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그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인정을 하고 나니 오히려 머리가 개운해졌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음에 이렇게 해볼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랫동안 모르는 사람과는 말을 잘 섞지 않았던 사람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능수능란하게 실수 하나 하지 않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물며 가족, 친구들 사이에서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가족, 친구 사이에서도 말실수를 한다.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고 화해하고 가까워지기도 한다. 평생가도 이해를 못하는 관계도 있다.

아는 사람들끼리도 이런데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그때의 분위기, 상황에 따라 버벅대기도 할 것이고, 나처럼 목소리가 커지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용할 수 있는 자세다. 내가 목소리가 컸다면 조금 줄이고, 텐션이 너무 높아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웠다면 다음엔 조금 줄여볼까? 하는 자세. 수용의 자세 또는 도전의 자세이다.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어떨까? 실수도 하고 깨지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부딪히다 보면 인정받는 곳이 결국 회사다. 칭찬에 인색한 삶을 살았다면 회사에 가서 칭찬도 좀 해주고, 그렇게 조금씩 자신만의 기술을 연마해 나가는 것이다.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고유 장점이 있다. 누군가는 조용히 들어주는 것을 잘하고, 누군가는 상대가 심심하지 않게 말을 잘 하고, 또 누군가는 지식이 많아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칭찬의 달인이라 상대를 기분좋게 해주는 법을 안다.

이것을 다른 면으로 보게 된다면 너무 조용해서 재미가 없는 사람, 심심하진 않은데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은 사람, 지식이 많아 알려주는데 꼰대 같은 사람, 칭찬의 달인은 아부만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없느니만 못한 것이라 했다. 자신이 재미가 없다면 유머와 재치를 배우고,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다면 조금은 줄이고 상대의 말을 듣는 연습을 하면 된다.

스스로가 '나는 아부왕이야.', '나는 꼰대야.'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난 칭찬을 잘해. 그래서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줄 수 있어.', '나는 아는 게 많아. 그래서 상대가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알려줄 수 있어.' 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에서 주눅들지 않는 방법이다. 자신만의 강점을 적용하고 그 위에 또 다른 좋은 점들을 쌓아나가는 것. 그렇게 가시 뻗친 성게 모양 성향이 둥글둥글 육각형 모양으로 변해가는 것.


'나는 상대의 말을 잘 들어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상대를 존중해주는 장점이 있어.'라고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처음은 원래 다 어렵다. 그러나, 그 어려운 것을 해내기 때문에 인생이 재밌는 것이다.

주눅들지 말자. 긍정의 힘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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