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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캣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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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트린 Jan 31. 2019

고양이 꼬리가 하는 말


주말이라 늦잠을 잤던가 보다. 눈을 떠보니 8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평소엔 7시 안에 사료 배달을 나갔으니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게 뻔했다.

급한 마음에 베란다 쪽으로 가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헉!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삼총사가 분명 우리집 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느낌인지 나하고 눈도 마주친 것 같았다.   

 

가끔 배달 끝내고 돌아가는 나를 따라오는 건 눈치챘지만, 그래서 내가 어느 동에 사는지

알고 있으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정확히 우리집 쪽을 올려다보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고양이들은 지금이 몇 시냐, 어디 사는지 다 알고 있으니 빨리 밥 갖고 나와라,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주민들이라도 볼세라 눈꼽만 겨우 떼고 물과 사료와 간식을 챙겨 들고 현관문을 나서니

바닥에 몸을 눕히고 기다리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났다.

한참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삼순이와 고돌이는 꼬리를 있는 힘껏 세우며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씐나씐나, 드디어 나왔다!!

기뻐하며 외치는 소리가 눈으로도 귀로도 들리는 듯했다.





치솟은 꼬리만 봐도 반가움과 친밀감이 온몸으로 느껴지듯이 고양이 꼬리는

여러 가지 감정과 이야기를 전한다.

 

크게 부풀린 꼬리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고,

바닥을 탁탁 치며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몸 주변에 잘 말려 있는 꼬리는 편안한 상태를 표현한다고 한다.


어미나 집사, 캣맘의 돌봄을 받는 고양이, 그중에서도 어린 고양이들은

작은 일에도 하늘 높이 꼬리를 세우며 세상에 대한 호감을 표현한다. 그야말로 '묘생은 즐거워'다.


영역 싸움을 하는 숫냥이들은 본격적인 몸싸움에 들어가기 전에 꼬리로 좌우 바닥을 치며 상대를 위협한다.

잠시 후면 생존을 건 무서운 전쟁이 시작될 수 있으니 이럴 땐 멀찍이 물러서는 게 상책이다.


캣초딩을 벗어나 이제 좀 어른스러워진 고양이들은 사진 속의 시도(턱시도)처럼 꼬리를 말고

앉아 밥이 올 때까지 점잖게 기다린다.


고양이끼리 꼬리를 감는 건 어깨동무를 하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다.


인터넷에서 본 이 사진의 제목은 <냥깨동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고양이가 얻어 터지고 들어오자 한 집에 사는 고양이들이

어깨동무하고 복수하러 가는 사진이라고 한다.

사실이야 확인할 수 없지만 함께 꼬리를 감은 녀석들의 표정만은 더없이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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