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일기
겨우내 어둠 속에서 기침을 하던 아이가 너였구나.
작고 희끄무레하다고 생각했던 녀석의 얼굴을 이제야 똑똑히 보았다.
따뜻한 물과 사료를 나란히 부어주면 조심스레 다가와 물을 먼저 찹찹대던 아이였다.
겨울이 가고 해뜨는 시간이 빨라지자,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스쳐가던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눈을 마주친 건 처음이지만 그동안 익힌 기척이 낯설지 않았는지 아이의 눈빛엔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어렸다.
쌕쌕 콧소리와 기침 소리를 내던 녀석답지 않게 콧물 자국 말고는 얼굴이며 털이 꽤 깨끗했다.
태도로 보나 용모로 보나 주변에 의지하는 형제나 친구들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침마다 이 아이가 밥을 먹으러 오는 곳은 얼마 전까지 다른 어미가 새끼를 낳아 돌보던 곳이다.
새끼들이 웬만큼 자라자 어미는 밥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버렸고
남은 형제들은 흩어지지 않고 똘똘 뭉쳐 이곳에서 겨울을 났다.
아직은 싸울 줄 모르는 순한 아이들이 머물러서일까,
주변의 고만고만한 어린 고양이들이 아지트 삼아 수시로 드나드는 눈치였다.
이 예쁜 아이도 그런 멤버 중 하나였을 것이다.
밝아진 아침의 갑작스러운 대면에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드는 내 심장에서는 쿵 소리가 났지만,
아이는 멀뚱한 눈으로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바로 시크하게 다가왔다.
사료 그릇 옆, 뚜껑이 열린채 강렬한 냄새를 뿜어내는 참치 캔을 향해서.
그렇지, 그래야 고양이지.
콧물 찔찔 흘리며 숨소리 거칠어도 걱정하고 애태우는 건 사람 몫,
고양이가 할 일은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거지.
그러니 오늘 하루도 배부르게 먹고 늘어지게 자고 동네 탐험도 하면서
재미있고 신나게, 부디 무탈하게 살아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