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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Jan 26. 2020

일하는 기술 : 관리자 병

회사 밖에서 당신은 그냥 아저씨입니다. 

[관리자병]

의외로 나이와 경력과 무관하게 관리자로 일년 이상 지내나보면 나타나기 시작하는 병으로 회사 밖에서도 본인이 관리자인 줄 알고, 지적하고 지시하려고 드는 병.


보통 관리자는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는 역할인데, 크게는 동기를 찾아주거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거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가장 빈번하게 실행된다. 


이 방법은 관리자 ‘그렇게 지시할 수 있다’ 라고 강하게 생가하면 생각할 수록 빈번하게 발현된다. 문제는 이런 지시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보다, 그냥 맞다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기존의 방식이나 구성원들에게 지시를 하게 된다. 

매우 실용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 큰 부작용이 따른다. 대부분의 개선의 방식이 관리자 개인에 최적화된 방식인 경우가 많고, 더 문제인 것은 구체적인 개선 점보다 안좋은 부분에 대한 ‘지적’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아무 효과 없는 ‘소위 꼰대소리’가 되어 버린다. 


- 자신의 경험과 기준에 대한 확신.

- 구성원을 개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

-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할 수 있다는 권한

- 현재 상황, 구성원에 대한 명확한 판단의 부재

- 지적이 목적이 아니라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목적에 대한 인식과 사후 측정의 부재


이 것들이 버무려지면, 그냥 아무 도움안되는 잔소리하는 부장님, 이사님, 사장님이 된다. 

사실, 누군가의 방식을 개선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유능한 관리자들이 급여를 많이 받는다. 


동기부여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 하는 훌륭한 관리자들도 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도 정말 드물게 있다.

동기부여는 말로만 들었지, 실제 가능한지 확인하기 어려운 일들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모든 생존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아들에게도 동기부여가 거의 불가능하다. 동기는 누가 억지로 부여하는게 아니라, 조직이 잘되면 나도 잘되겠지라는 아주 단순한 공식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 조직의 발전이 눈에 보여야 하고, 그것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명확한 공식이 전달이 된면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전달은 연초 시무식이나 비젼 선포보다는, 조직이 잘되면 나도 잘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례’ 일 것이라, 이런 것은 한 두명의 관리자가 아니라 전사적인 시스템과 문화에 대한 것이라 관리자 병과는 조금은 무관할 수 있겠다. 


여튼, 이런 흔한 관리자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관리자로 발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니고, 극단적인 예를들었지만, 어느정도는 이런 요소들이 적절히 섞여서 또 돌아가기 때문에, 특별히 이런 관리자를 비난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관리자로 몇 년을 보내면, 관리자 병이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이런 성향이 조직 밖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기준에 대한 확신.

OOO을 개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할 수 있다는 권한

현재 상황, OOO에 대한 명확한 판단의 부재

지적이 목적이 아니라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목적에 대한 인식과 사후 측정의 부재


가족, 친목 모임 등에 강하진 않지만 이런 성향이 서서히 나타난다. 심지어 관리자의 미션이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그런 역할이라고 인지해버린다. 어쩌면 꼰대라고 불리는 단어가 가장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초기 가벼운 중세는 어떤 모임에서건 ‘이건 이렇게 해서 모든 회원에게 돈을 걷어야지 돌아가는거에요’ 라고 등산모임 총무에게 훈수두는 많은 사람들, 아이들에게 마치 직원 다루듯이 KPI 를 요구하는 아버지들, 가족 모임에서 여행을 계획할 때 조직원 다루듯이 불쑥 불쑥 업무처럼 이야기 시작한다.


관리자병이 심화되면 환자는 업무 밖에서의 모든 상황에 대해서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게 나이랑 무관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겠다. 누구나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이나 시간이 매우 가치 있고 (실제로도) 그것이 맞다는 확신이 있느데, 그걸 너무 맹신하는 바람에 모든 어긋나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기본으로 장착된다면, 그런 시선을 마주하는 사람은 무슨 부하직원의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병의 무서운 점은, 스스로 병의 인지를 못 하는데 있다. 하나 둘 주변 사람들이 그에 대한 태도가 바뀌게 되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냥 찡그리고 화나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이 병을 극복하려고 쓰는 침상일기 같은 글이다.  그리고 어딘가 모를 이런 유사한 병을 (희귀병인지, 아주 흔한 만성질환인지는 통계가 없어서 모르겠다) 다른 이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정도이다. 


관리자가 아니라 프리랜서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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