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어색해.”
혜향이 입양을 결정한 후 처음으로 산초와 나의 투샷을 본 친구가 말했다. 강아지와 함께 있는 내가 신기했겠지만, 그보다는 정말로 내가 산초와 데면데면하고 있어서였다. 다른 친구도 말했다. “아니, 무슨 강아지를 사람 대하듯 하고 있어.” 낯가리는 사람답게,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서는 나와 비슷한 면을 찾는다. 강아지라고 다를 게 없다. 사고의 로직이 다른 존재라도 닮은 점이 있어야 익숙해지는 법이다.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내가 이런 인간이라서다.
산초는 종종 공허한 눈빛으로 소파에 늘어져있는데, 그건 공연 관람이 끝나고 비척비척 들어와 눕는 나처럼 보였다. 늘어진 포즈와 헝클어진 머리카락, 텅 빈 눈빛이 주는 어떤 정서. (산초의 마음은 알 길이 없다) 전반적인 외형의 그림체가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실내 배변 훈련 때문에 산책을 가지 않고 있었는데, 넥 카라를 쓰고서도 나가겠다고 낑낑대는 모습에서 고집 센 나를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와 다른 면을 자주 본다. 나는 긴장도가 높은 편이라 새로운 것이나 낯선 것은 일단 피하는 편이다. 어쩔 수 없이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불편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말이 많아지거나 산만해지는 방식으로 인간 자체가 과해진다.
산초는 세상이 다 궁금하다. 아직 어리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 없다. 새로운 냄새와 발바닥에 닿는 새로운 감촉, 처음 보는 새와 물소리가 다 좋다. 겁을 내지 않고 훅 다가가 땡글땡글 눈을 굴리고, 이리저리 만져보고, 가만히 앉아 듣는다. 다른 강아지들을 보면 놀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길을 가다 자신을 귀여워하는 이들의 소리를 들으면 훌쩍 뛰어올라 안기기까지 한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으면 쭈구러드는 나와는 영 딴판이다.요즘은 산초의 이런 태도가 제일 부럽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솔직함’이기 때문이겠지.
벽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존재. 온갖 것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높다란 성을 쌓아 올린 나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나는 언제나 내 불안함을 산초에게까지 전달하며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산초는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방식으로 잘 해낸다. 내가 해야 할 것은 걱정이 아니라 믿고 기다리는 것뿐인데 참 안 된다. 휴, 오늘도 자책과 반성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