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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린 Jan 01. 2024

중국 유학을 마무리하며

많이 늦은 중국 유학 회고록

중국 유학이 끝이 난 지만 벌써 6개월이 지난 지금

2024년 첫 해 1월 1일을 맞아 간단히 유학 생활 마지막 학기를 반추하고자 한다.


이제 학사가 아닌 "석사 졸"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고, 아직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많기에 완전한 졸업의 느낌은 없다. 하지만, 과제도 읽을 논문도 없다는 것이 석사 졸업의 반증이 아닐까 싶다.


브런치에 올린 마지막 글 이후 코로나 시국에서 2번째 격리를 하면서, 다시 학교로 입국했던 험난한 과정을 떠올리면 끔찍하지만 이제는 봉쇄도 격리도 없는 일상생활로 돌아와 상해에서 어엿한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우연히, 예상치 못하게 온 상해에서의 삶은 석사 생활보다 훨씬 바빴고, 연말이 된 지금에서야 북경에서 상해로 왔던 삶을 정리할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어쩌면 이 글의 마지막이 다음 브런치 시리즈의 시작이겠지만 짤막하게나마 그간의 일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끝없는 봉쇄

중국의 봉쇄는 지난 글에 이어 정말 허무하게 사라졌다. 북경을 상해처럼 전면 봉쇄할지 말 지 하면서 엄청 겁을 주고, 학교에서도 지금이 아니면 유학생들이 탈출할 기회가 없다며 공포심을 조성하다가 갑자기 예고 없이 QR코드며 자가격리며 모든 정책을 폐지하게 되었다. 코로나와의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다음학기부터는 그리고 가장 가까웠던 크리스마스부터는 즐겁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로 힘들었던 격리 생활 

모처럼의 일상을 마주했던 나는 석사 생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마지막 학기를 잘 보낼 수 있게 기숙사에서 운동-논문-운동의 생활 패턴을 반복했고 무력감에 빠져 무작정 북경과 상해에 인턴 원서를 내게 되었다. 사실 마음이 간사한 게 일을 할 때는 공부를 하고 싶고, 공부를 할 때는 이를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논문 first draft를 완성하며 인턴 지원도 틈틈이 하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석사 마지막 겨울방학이었다.


봉쇄와 자가격리를 겪으면서 다시는 중국에 있지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나였지만 또다시 찾아온 자유에 중국 생활을 더 연장해 볼까 고민하던 참이었고 이 도전이 지금의 상해 생활로 이어지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상해행

1월 춘절 직전, 논문 초고 제출 후 여유롭게 친구와 여행을 하던 참 상해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잡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HR이 phone interview를 진행하였고, 당황하지 않은 채 다음 면접을 통과하여 상해로 오게 되었다.


봉쇄도 풀리고 새로 사귄 친구들이 많아서 학교를 떠나기에는 아쉬웠지만, 마지막 학기를 또 베이징에서 보내기보단 "사회인"으로서의 상해를 경험해 봐야 졸업 후 커리어를 정할 수 있을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용감하게 결정하게 되었다.

동방명주가 아름다운 상해

일면식도 없는 상해는 아니었고, 가장 친한 친구가 상해에서 석사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서로 의지가 될 것 같아서 직장 offer을 바로 수락하였다. 하지만 이 때는 몰랐다.. 북경으로 수십 번은 더 가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것을..!


매콤한 상해 날씨의 기억

남방의 겨울이 북방보다 알싸하게 춥다는 말 믿지 않았는데 이제는 믿게 되었다. 북경에서 영하 10도 20도의 추위도 견뎠던 나인데 실내에 난방이 없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진짜로 너무너무 추워서 뼛속까지 추워서 집 안에서 덜덜 떨기만 했다.


집을 처음 구해본 나로서는 "북향"이 이렇게나 무시무시한 추위인지도 몰랐고, 햇빛이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얼음장 같은 집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해는 4월까지 이렇게 실내가 춥기 때문에 집에 한시도 있지 않고 계속 밖에서 시간을 보내면 덜덜 떨기만 했다.  


졸업

중국의 행정은 한 번이라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봤던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내 졸업도 다를 건 없었다. 졸업 원고 제출 및 수정 일정은 항상 3일 전에 알려주다 보니 언제나 나는 All to Ready 모드로 대기해야 했고, 아침 일찍 출근 1시간 전부터 와서 논문을 쓰고, 퇴근 후에는 집 근처 카페에서 틀여 박혀서 24시간 두뇌를 풀가동하는 모드로 살았다.

애용했던 하이난 항공.. 다시는 보지 말자 

비대면에서 모든 것이 대면으로 바뀌다 보니 "졸업 사진 / 졸업 논문 검토 / 졸업 논문 예비 발표" 등 어찌나 일정이 많았는지 당일치기로 북경을 갔다 오기도 하고, 3일 전에 통보를 받아서 급하게 휴가르 써서 북경을 떠나기도 했다. 아침 6시에 집을 나서 > 8시 비행기로 비행기를 탑승해 2시간이 걸려 북경을 도착하면 > 1시간 남짓 택시를 타고 달려 업무를 본 뒤 > 밤 비행기를 타고 상해에 밤 11시쯤 도착하는 일상이 만연했다.  이렇게 족히 4번은 했었는데, 워낙 유럽국가의 친구들이 많았던 우리 학과였다 보니 Korean들은 원래 다 이렇게 바쁘게 사냐며 혀를 내두리기도 했다.

2년만에 대면으로 진행했던 졸업식! 

그렇게 몇 번의 논문 수정과 북경 방문을 끝으로 6월 논문 최종 Defense를 통과하고, 학위 신청을 거쳐 졸업을 하게 되었다. 더운 여름에 하는 졸업이다 보니 학사모와 가운이 버거웠지만 2년 간의 석사 생활을 지난 나는 훌쩍 성장해 있었다. 지난 나의 모습 중 모난 모습도 많았던 것 같아 속상했지만 그렇게 보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고, 상하이라는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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