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글 Self-Study - 영자 신문 읽기
PM이 되면, 여러 서비스들을 써보면서 이 서비스를 기획한 PM은 어떤 생각과 흐름을 통해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상상해보며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종종 갖게 되는데, 기록의 차원에서 가끔 그런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몇 년 전에 써보았던 링글이랑 많이 달라졌다. 정말 순수하게 미국 명문대학생들과의 연결과 튜터링 그 자체만 있던 모습에서, 이런 저런 기능들이 많이 붙었다.
그중 영자 신문 읽기 서비스가 있어 유료로 결제하여 써보고 리뷰해본다.
서비스 소개 글, 그리고 컨텐츠 제공시 보내주는 안내 글을 통해 확인한 서비스의 기본적인 구조는 아래와 같다. 단순하다.
"매일 영자 신문 컨텐츠를 보내드릴게요.(새벽 배송)
- 기사 하나를 둘로 나눠서 월요일에 part1, 화요일에 part2를 보내드립니다.(어려울 법한 단어라고 생각되는 단어들을 모아 단어장 문서를 함께 보내준다.)
- 수요일에는 기사를 영어로 읽어주는 오디오 파일을 보내드립니다.
- 목요일에는 해당 기사의 배경 지식을 설명해주는 영어 원어민의 영상을 보내드립니다.
회사 출근 전 집에서 또는 출근하는 길에 효과적으로 공부하세요."
만든 사람이 직접 써보았는지 의심되는 MVP(Minimal Viable Product). 제품 경험 개선이 있기 전까지 재구매 의향 없음.
1.흥미가 갈만한, 그리고 미국 현지에서 생활하기에 필요할 법한 토픽을 잘 선정해줌
2.글이 아주 어렵지는 않고,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아서 글의 난이도도 좋은 편.
UX가 너무 raw 하다. 아무 영문 뉴스 사이트에서 원하는 주제로 짧은 기사글 하나 스스로 찾아서 읽고 공부하는게 더 낫다. 돈을 지불하고 이용할 유료 서비스로서의 가치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워드로 문서를 만들고 pdf로 저장한 다음에 구글 드라이브에 올린 문서의 링크를 공유해 주는 방식.(링글 사이트에서 동작하는, 개발 작업이 반영된 프로덕트가 아니다. 신청도 외부 이벤터스 사이트에서 하게끔 링크시킨다.) 이 자체는 괜찮다. 빠르게 가설 검증하는 스타트업으로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그런데,
- 한글 해석을 안 주는데, 문장을 복사해서 번역 사이트에 붙혀 넣으면.. 짜증이 많이 난다.
- 안들리는 부분은 반복해서 들으라고 하는데 오디오 파일 막대기는 짧고 구간 찾기는 매우 불편하다. 현미경으로 실험하듯 조심스럽게 드래그하고 해야 하는데, 번번히 실패해서 왔다 갔다 듣는게 반복된다. 심지어 모바일에서는 바로 재생도 안된다. 용량 문제인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 기사 내용 중에 아무리 해석을 잘해도 이해가 안되는 (추가적인 리서치를 해서 이해해야 하는)요소들이 있는데 단어장이나 본문에 설명이 없어서 거기서 시간 소요가 크게 걸린다.(기사 내용 가운데 Jefferey Epstein 이라는 사람이 나온 적이 있는데, 기사를 다 읽어봐도 누군지, 왜 나오는지 이해가 안됨..)
- 단어장에는 그 문장에 쓰인 뜻만 있고, 숙어는 단어장에 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별도로 스스로 검색해 봐야 하는 때가 많다.
보는 바와 같이, 문서에 단어별로 각주 번호가 달려 있어서, 복붙할 때 그 앞 뒤로 줄바꿈이 되고, 그게 없더라도 문서에서 줄이 바뀌면 그냥 줄이 바뀐 속성을 가진 채로 붙혀 넣어진다.(아이고 두야..)
쉽게 말해, 문장 하나 해석을 위해, 각주 다 지우고, 줄 바꿈 편집을 스스로 다 해서 봐야 한다. 이 서비스는 출근 전, 출근 길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이상적인 고객 저니로 상정하여 제안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 때문에, 그러기가 매우 힘들다.
아무래도 링글에서 영자 신문 읽기 서비스는, 내부적으로 아직 확신이 있지는 않아, 별도 개발 공수를 들이지 않고 빠르게 고객의 필요를 검증해 보기 위한 단계에 있거나,
셀프 스터디 자체가 큰 우선 순위의 프로젝트가 아닌 관계로, 최소한의 인풋만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만 최소한으로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전자든 후자든, 언제나 고객 문제가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가설들이 있을텐데, 어떤 문제를 주요한 문제라고 가설을 삼았는지 궁금하다.
만약, 영자 신문 컨텐츠 자체를 단어장과 함께 매일 이메일로 전달해 주는 그 자체가, 타겟하는 고객의 어떤 특정한 핵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설이라고 여겼고, 그 가설과 관련된 수치들이 잘 나왔다면 링글의 프로덕트 팀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게 잘 설계한, 좋은 MVP 프로덕트라고 평가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가설 검증의 결과 수치가 혹시 안좋게 나왔다면 위에 적어놓았던 저런 부분들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싶다.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 기사를 읽고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거나 자주 실패하는 이유는, 기사 컨텐츠의 전달이 아니라, 소비의 과정 경험의 매끄러움이라거나, 동기 부여 같은 것들이 더 큰 problem은 아닐지.
- MVP의 방점은 ‘minimal’이 아니라 ‘유의미하게 viable’해야 하는 부분에 있음을 유의하기. 그러려면 기획하기 전에 고객 목소리 잘 듣고, 기획할 때 고객 목소리 확인하고, 내보내고 또또 고객 목소리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