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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셉 Jul 07. 2021

[행간의이미지] 넝쿨의 시선

Blooming Eyes - Ana Miminoshvili

ⓒ Ana Miminoshvili


Ana Miminoshvili의 <Blooming Eyes>는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합니다. 두려움은 식물에 뿌리내리고 어딘가를 계속 응시하게 만듭니다. 시선을 마주하려 해도 계속 실패하도록 만들도록 눈의 초점은 언제나 위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눈은 거기에 계속 묶인 채 꼼작 없이 당하고 맙니다.


타자의 눈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두 명의 20세기 철인이 있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와 임마누엘 레비나스.


사르트르는 소위 타자의 시선에서 지옥을 맛보았습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타인의 눈과 자신의 눈 사이에 놓인 간극, 결코 투명해질 수 없는 타자의 시선에서 우리는 출구 없는 지옥을 대면하고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물론 사르트르는 실존주의 철학자답게 이러한 지옥이라는 지반 위에서 모두가 자신의 실존을 위한 자리를 부단히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사르트르와 달리 레비나스는 타자의 시선을 넘어 그의 얼굴 그대로를 적극적으로 대면하기를 요청합니다. 그는 나와 타자 사이의 차이는 지옥과 같은 두려움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발현할 기회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바로 거기서 자기 자신의 독립성을 확인하는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 레비나스는 믿었습니다.


타자의 시선에 대하여 지옥을 근간으로 실존의 자유를 길러낼지 아니면 그의 얼굴을 대면하여 책임성의 윤리로 자신을 구출해낼지는 사실 각자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어느 경우를 선택하든 여전히 타자의 시선은 그와 우리 사이에 넝쿨처럼 얽혀 있는, 피할 수 없는 관계로서 우리는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행간의이미지 #넝쿨의시선



_저작이미지 출처

http://anamiminoshvi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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