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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Jan 08. 2023

<호흡의 기술>, 다시는 이전처럼 숨쉬지 못하게 될 책

부제, 한평생 호흡하는 존재를 위한 숨쉬기의 과학

 지난 모든 여행과 고행을 통해 내가 믿게 된 하나의 교훈, 하나의 등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건강과 행복과 장수의 근원은 곧 숨쉬기라는 것이다. 이것을 알아내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말하자니 좀 머쓱하기도 하고, 왠지 시시해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잊지 말자. 자연은 단순하지만 미묘하다.

 완벽한 호흡이란 이런 것이다. 약 5.5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5.5초 동안 내쉰다. 1분 동안 5.5회 호흡을 하며 모두 약 5.5리터의 공기를 호흡한다.



 호흡을 닮은 시원한 파란색 표지의 책, <호흡의 기술>을 만났다. 읽는 내내 경이로웠다.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인간은 병이 든다는 내 기존의 믿음을 공고히 하게 되었고, 현대의학이 미처 알지 못하는, 그러나 고대 인류는 익히부터 알고 있던 신비롭고 유기체적인 인간의 몸과 마음의 작용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감탄했다. 책을 읽고 무엇이 바뀌었는가. 우선 자세를 곧추세우고 바르게 앉고 서게 되었으며, 음식을 먹을 때 영양소뿐 아니라 내 고조할아버지가 먹던 음식인지, 그러니까 충분히 딱딱해서 내 치아근육을 발달시킬만 한지 신경쓰게 되었으며, 내가 모든 숨을 다 내뱉고 있는지 의식하게 되었다. 또, 평생의 과제로 요가를 수련하고 싶어져 인근의 요가 클래스를 알아보게 되었다.



 ‘삶의 마지막 숨을 내뱉을 때까지, 호흡의 치유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과학적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네스터가 자료 조사와 집필에 무려 10년이 걸린 책이다. 그는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자기 몸으로 실험을 하고 호흡에 대해 연구해온 요기, 호흡기내과 의사, 과학자 등을 찾아다니며 연구한다. 그 실험정신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나는 좀 두려워지기도, 그러나 동시에 그와 정확히 똑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 부러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어떤 경험을 했는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코를 막고 입으로만 10일간 숨쉬는 실험에 참가했다. 통제 하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인 공기를 들이마쉬곤 환각과 발작을 경험했다. 투모, 크리야 등의 온갖 호흡법을 경험했다. 내가 눈을 질끈 감고 싶어질 정도로 괴이하고 오싹한 수련의 연속이었다. 나는 호흡이 중요한 줄은 알았으나 이렇게 중요한지,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큼 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책에는 호흡법으로 신체를 단련한 사람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의사들이 손 놓은 병을 치료한 사람들, 눈 덮인 숲을 맨발로 뛰어다니고,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240킬로미터를 달린 사람들, 심장을 30분동안 멈출 수 있으며, 손가락 간의 온도를 6도 차이나게 만들 수 있는 요기들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고대부터 전해져온 수행법이었으며, 결코 이 특정한 사람들이 뛰어나거나 괴이한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가. 절대 입이 아닌 코로, 느리게 호흡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산소가 아닌 이산화탄소이다. 숨을 모두 다 내뱉을 때까지 기다리라. 우리는 폐활량의 극히 일부분만 쓰고 있다. 갓난아기일 때부터 저작운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 가공된 부드러운 음식만 섭취하지 말고, 의식적으로 필요하다면 껌을 씹어가며 하루에 한두시간씩은 반드시 치아 근육에 자극을 줘야 한다. 일생의 어느 때라도 새로운 근육과 뼈를 발전시킬 수 있고,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느린 호흡이 어떻게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서 우리의 마음에 안정을 가져오는지, 짧고 거친 호흡이 필연적으로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끌어내고 결과적으로 질병을 얻게 만드는지 우리에게 이해시킨다.



 책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인간은 호모 역사상 최악의 호흡을 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 “인간은 유기체일 뿐만 아니라…, 몸이 동요할 때 회복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우리는 호흡을 통해서 통제 불가능한 여객선에 올라탄 승객이 아닌 조종사가 될 수 있다. 책은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 이면에 전혀 탐험되지 않은 분야의 한계를 제시한다. 바로 호흡이다. 호흡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저자는 불안장애 등의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접근 방법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ㅡ올바른 호흡요법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새해 첫 책으로 <호흡의 기술>을 고른 것은, 내가 습관적으로 숨을 참거나 짧은 호흡을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해부터는 올바르게 숨쉬며 온전한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잘못된 숨쉬기 습관의 해악에 대해서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한국에도 숨쉬기 훈련을 하는 센터들이 곳곳에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책을 읽다가 71세의 나이에도 히말라야 산맥에서 자전거를 탔다는 사람들처럼 내 몸의 온 잠재력을 끌어내어 겨우 살아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생생히 살아있고 싶어졌다. 직장을 그만두고 인도에 가서 요가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갑자기 솟아올라, 바람처럼 자유로운 내 영혼이 이성을 거의 잠식시킬뻔 했으나… 우선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요가를 수련하려고 한다. 너무나 흥미롭고 뜻깊은 책이었다. 이렇게 깊고 체계적인 자료조사를 통해 책을 집필한 저자를 만나면 그 고행의 세월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손쉽게 습득하고 입을 닦는 기분이라 고맙기도 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사는 권태로운 현대인으로서 그 모험을 모두 함께 한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수면 무호흡에 시달리거나 류마티스관절염, 불면증, 과호흡, 불안장애 등의 완전히 치료될 수 없다고 절망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있다. 손을 뻗어 잡을 힘과 의지만 있다면. 나는 사람들이 자기 안의 빛을 발견하기를 두려워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진실은, 그러한 빛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발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각자 가장 알맞은 때에 그 빛이 우리 안에 늘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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