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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장수 Jul 02. 2020

이젠 지구를 지켜줘

먹이사슬 최강자로 군림하는 인간에게


TV에 동물이 나오기만 하면 눈길이 간다. 동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성우의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보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다. 최근에는 BBC에서 만든 다큐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일곱 개의 대륙, 하나의 지구’라는 제목의 이 다큐는 지구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듬성듬성 초목이 자라나 있고, 적갈색 흙바닥이 드넓게 펼쳐진 다소 황량해 보이는 평원에서 암사자가 임팔라를 쫓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암사자는 무리를 지어있는 임팔라를 쫒아간다. 기다란 다리로 팔짝팔짝 달리기를 잘하는 임팔라는 암사자의 맹렬한 추적을 아슬하게 따돌린다. 숨 죽이며 이 장면을 보던 나도 한숨을 돌린다. 암사자는 포기하자 않고 주변에 몰래 몸을 숨긴다. 일격의 순간을 노리던 암사자는 운 좋게 사냥감의 목을 앞발로 붙잡지만, 사냥감은 긴 목을 위아래로 흔들며 암사자를 땅에 냅다 꽂아버린다. 동그란 맑은 눈동자를 가진 임팔라가 부디 사자에게서 멀리 달라나기를 바랐다.


“얼른 도망가. 빨리빨리”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런데 옆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Y는,

“도망치기 전에 얼른 잡아!”


나는 Y를 쳐다봤다. 씨익 웃는 표정으로 사냥 장면을 보고 있는 Y가 조금 섬뜩하게 느껴졌다. 내가 쳐다보는 것을 의식했는지 나직이 말했다.

“쟤도 먹고살아야 되잖아. “  




임팔라는 무리를 지어 암사자의 영역 밖으로 도망쳤다. 암사자는 임팔라 무리가 다른 수사자들의 영역에 들어간 것을 보고 추적했다. 다른 수사자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 띄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오늘 먹잇감을 허탕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암사자는 좀 전 임팔라와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어 몸 여기저기 살이 찢겨 피가 났고, 많이 지쳤다. 마지막 일격이라고 생각한 암사자는 임팔라가 방심한 틈을 타 죽을힘을 다해 따라붙어 목을 물었고 사냥에 마침내 성공했다.


쓰러진 임팔라의 눈은 맑고 투명했다. 가슴이 아팠다. 긴 목을 물고 암사자는 그 불쌍한 임팔라를 바닥에 질질 끌고 왔다. 그렇게 1킬로를 끌고 오니, 암사자 앞에는 3마리의 어린 새끼들이 따라 나왔다. 암사자는 홀로 3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싱글맘이었던 거다.  새끼 3마리는 옹기종기 모여서 엄마가 사냥해온 임팔라 고기를 냠냠 맛있게 먹었다. 그런 모습을 암사자는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Y는 나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봐. 자기 새끼 주려고 죽을힘을 다해 사냥한 거잖아. 쟤들도 먹고살아야지. “


“그렇네....”

나는 마침내 인정했다



먹고 먹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로 보였는데, 구성원 모두 치열한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먹이사슬 구조에서 적당한 개체수를 유지하며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일 게다.


우습게도 임팔라를 보며 동정심을 보였던 나는, 이 지구에 살고 있는 하나의 종이자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간’이다.  하위 포식자에게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내가 흘리는 눈물이 마치 악어의 눈물처럼 가식처럼 비치진 않을까?


“ 쟤 치킨 뜯으면서,  닭장에 갇힌 어린 닭을 보며 닭똥 같은 눈물 흘리는 거 봐봐~ 어머어머! 극혐이다”

치킨이 나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종으로서 , 인간은 땅을 정복하면서 나무를 자르고, 강을 흙으로 메우고, 건축물을 세우고, 필요한 물건의 생산에 필요한 자원들을 자연에서 무한정 채취하면서 자연은 파괴되었다. 그 속에 살던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빠르게 사라졌다. 생활 터전을 잃은 원래의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했다. 생태계가 교란되기도 하고, 급작스럽게 변한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멸종되었다.


만약 내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동물이라면 인간을 제일 경계해야 할 적으로 삼을 듯하다. 우월한 지능을 가진 이 종족은 자기 종의 번식을 위해서라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다른 종을 무참히 학살할 수 있는 비정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먼바다에 둥둥 떠다니며 거대한 섬을 이루고, 파도에 쓸리며 조각난 작은 플라스틱은 바다생물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증가하는 탄소배출량은 지구를 뜨겁게 만들며 극지방의 얼음을 녹이고, 이상기후를 만들어낸다. 돈벌이가 되는 작물을 키우기 위해 나무를 자르면서 초목 지역은 빠르게 사라져 간다. 46억 년이라는 지구 나이에 손톱에 낀 때만큼도 안 되는 1~2백 년의 짧은 시간 속에 지구는 너무 빠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일천 년의 시간이 지난 뒤, 지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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