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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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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Dec 07. 2023

반가운 손님

자식 사랑


2년여 전 에니어그램 수업을 들으셨던 H 님이 연락과 함께 마음 공작소를 방문해 주셨다.

당시 H 님은 모범생이었던 아들의 혹독한 사춘기로 몸과 마음이 매우 지친 상태로 수업을 들으셨는데, 얼굴에 그 마음의 고통이 여실히 드러나 걱정과 화와 두려움이 서린 눈빛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아들이 이번에 수능을 치렀다고 하시며 자리에 앉는데, 순간  그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순하고 맑은 눈빛에 부드러운 인상. 두 해 전 그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간 자신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면서, 아들에겐 무척 괴로웠을 엄마인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되었고, 이제는 비울 줄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음이 꽤 편해졌다고 했다.  주위에서도 인상이 순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미소 짓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화의 기운이 가라앉고, 평온함이 깃든 얼굴.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 너머 치열하게 성찰한 시간의 결이 느껴졌다.

세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며 내 마음마저 은은하게 편안했다.



대부분 부모는 자식을 위해 최선으로 애쓴다지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애쓰다 보면(즉, 자신의 성격만을 고집하다 보면) 그야말로 자식을 망치는 길로 내모는 격이 될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어긋난 마음으로 부모에게 맞설 땐 '버릇없다, 내 말이 맞다, 넌 몰라서 그런다'로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왜 소리치는지, 왜 반항하는지, 왜 말을 듣지 않는지...

그 소리침 속에는 마음이 병들어가니 내 마음을 좀 알아 달라는 사인이 들어있다.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알아주고 품어 주고, 조건 없는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그거면 된다!

그러면 방황하고 거칠었던 아이도 언젠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잠시의 방황도, 오랜 반항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랑을 이길 순 없다.

단, 그 기다림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말로는 사랑한다면서 속으론 밉다고 밀어내고 있진 않았는지..



예전 오래 방황하는 아들 때문에 힘들어하던 친구에게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하고 기다려봐'라고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친구는 매우 비웃었다. 평소 집에서 음식 하는 걸 가장 싫어하고 주방 일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넌지시 건넨 말이었는데 그 말의 참뜻을 알지 못한 것 같다.

내 어린 시절 부엌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도마 소리, 된장찌개와 구수한 밥 냄새, 주말에 튀겨주던 도넛의 추억을 안고 있는 내게 엄마의 사랑은 집밥이다. 집안에 음식 냄새가 풍기고, 따뜻함과 안온함이 노란 전구처럼 켜져 있다면 아이들은 절대 밖으로 돌지 않는다. 밖에서 추워진 마음을 사랑의 온기로 녹일 수 있을 때라야 집은 안식처가 되는 것이다.

오히려 집이 차고 냉랭해서 밖으로만 나가고 싶다면 그 아이의 마음은 늘 추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는 부모들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사고를 치고 말을 듣지 않으니 밉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부모도 사람이니까. 그런데 부모는 그야말로 부모 아닌가.

내가 밀어낸 그 아이는 어느 곳에도 쉴 곳이 없다.

매일 잠만 자고 무위도식하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은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야 하지 않겠나.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


자식 사랑!

그냥 저절로 우러나는 거 아니다.

순간순간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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