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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Jan 06. 2024

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

작별인사


2023.3.28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암 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나날이 수척해져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도 기적을 바라게 되고, 조금 더 그의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은 내려놓아지지 않았다.

音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삶을 향한 사랑이다. 그가 걸어온 진실한 삶의 여정이 그걸 말해준다.

사후에 그의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겁이 났다.

스크린에 비칠 그의 모습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이별을 맞기 불과 3개월 전 즈음의 시도였고, 이건 그의  마지막 무대다.

정신력으로 버틸 스무 곡 남짓의 연주가 듣기 전부터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영화<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스틸컷


표를 예매하고 극장을 찾았다.

손에 꼽을 만큼 몇 안 되는 객석의 관객.

검은 배경 사이 그와 피아노와 조명의 어울림으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첫 연주가 시작된 지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당황스럽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주체할 수없이 눈물이 흐르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이 올라오는 것이다.

늘 이성이 앞서 생각의 시간을 훑으며 사는 내게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일이라 스스로도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생각을 압도하는 감정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연주를 듣는 내내)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했다.

쏟아지는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멈출 수 없던 눈물의 이유를 물으며 눈은 스크린을, 귀는 피아노의 음을 따라 마음에게 묻고 답하고 떠오르고 지우며 넘실대는 상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는 흡사 명상과도, 혹은 기도와도 같은 시간이라 여겨지더라.

죽음을 앞둔,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병들고 나이 든 연주자의 音을 향한 열정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연주하는 모습은 매우 진지했으며, 때론 아이같이 가벼운 미소로 자신의 음악을 마주하기도 했다.

음 하나하나에 자신의 영혼을 담으며 채우고 또 채워 나간 그의 인생길이 너무도 선연히 느껴졌다.

삶과 죽음에 대한 내 안의 물음과 답이 음의 파도를 따라 흐른다.


영화<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포스터


71세. 그가 머물다 간 세월이다.

그의 작별 인사는 아름답고 깊고 슬펐다.

하지만 그 애처로운 가락 속에 단단하게 다듬어온 그의 인생이 보내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매듭지어야 하는지를.

그는 검은 피아노를 뒤로하고 빛을 향해 떠났지만 이것이 마지막일까? 아님, 이제 시작인 걸까?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은 늘 함께 한다.

삶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 채 그의 연주는 끝이 났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물음은 한줄기 빛처럼 마음에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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