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_오카방고 델타
때는 7월의 보츠와나
베이스캠프인 마운(Maun)에 도착했다. 희귀 사례 중 하나인 내륙 삼각주 오카방고 델타를 관광하기 위해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빛나는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를 방문하게 되어 벌써부터 들썽거리는 마음이다.
우리는 1박 2일로 오카방고 델타 투어에 나섰다. 모코로(Mokoro)를 타고 내륙 삼각주를 유랑하다가, 적당한 시간에 육지에 정박하여 워킹 사파리(Walking Safari)를 하는 것이 1박 2일 투어 내용의 전부다. (1박은 캠핑) “걸어서 하는 사파리라?”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모코로 투어보다 워킹 사파리에 대한 기대가 컸다.
모코로를 타고 오카방고 델타를 유랑하는 것으로 투어가 시작된다. 모코로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가는 소리가 제법 근사하다. 가만히 앉아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니, 딱히 막힌 것 없는 가슴마저 확 뚫리는 기분이다. 그러나 이내 얼굴로 날아드는 수많은 벌레에 무드가 깨지고 만다. 조용히 가지고 있던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코로가 멈춰 섰다.
"벌써 내려?"
이름 모를 곳에 내려 텐트를 친다. 이곳이 하루를 묵어갈 베이스캠프인 모양이다. 혹시 나타날지 모를 야생동물에 대비하여 불도 지펴야 했다. 모든 채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워킹 사파리 투어에 나선다.
베이스캠프로부터 모코로를 타고 약 10분 정도 이동했을까? 또다시 이름 모를 곳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투어에 앞서 가이드는 야생동물과 마주쳤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사자를 만났을 경우 일렬로 천천히 걸을 것" (정확한 내용 아님)
"얼룩말을 만났을 땐 지그재그로 걸을 것"(정확한 내용 아님)
등등 민간요법 같은 대처 방법을 우리에게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괜히 더 긴장이 된다. 그땐 어찌나 그의 말이 교과서처럼 들리던지... 지금 생각해보니 만약 배고픈 사자를 만났다면, 일렬로 잡아 먹혔을 것만 같다. 아무튼 우리는 진지하게 워킹 사파리에 임했다.(웃음)
5분 정도 걸었을까?
가이드가 소리쳤다.
"헤이 미스터 킴!"
오! 벌써 무언가 나온 것인가?
이름 모를 누군가의 뒤처리 현장이었다.
"그래 이것도 알아두면 써먹을 곳이 있겠지"
벌써부터 야생동물의 흔적이 발견되니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헤이 미스터 킴!"
그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오! 이번에는 틀림없다."
"디스 이즈 제브라's..."
이번엔 얼룩말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것이었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그의 친절한 설명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어 다니며 온갖 뒤처리 현장을 조사했다. 이날 장담하건대 평생 볼 동물 변은 다 본 게 분명하다. 가뜩이나 머리에 든 게 뭐 밖에 없냐고들 하는데... 이대로라면 그 말이 현실이 될게 분명하다.
1시간 반 동안 그 어떤 동물도 나오지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하니 가이드가 발걸음 서두른다. 모코로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향하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지... 눈앞에 펼쳐진 오카방고 델타의 풍경은 속도 모르고 너무나 아름답기만 하다.
내일은 얼마나 걷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내일이 두려웠던 적이 있었던지...?
다음날. 다시 시작된 워킹 사파리. 사자가 됐든 개미가 됐든 오늘은 숨 쉬고 움직이는 뭐든 간에 나오길 희망하며 투어에 나선다.
오! 오늘은 뭔가 다르다. 첫 손님은 코끼리 발자국이다. 무언가 나올 모양이구나! 아니 그보다 코끼리가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닌가?(땀)
이제는 그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오케이, 코끼리's..."
오... 오늘은 뭔가 특별하긴 하다. 뭔가 인위적이긴 하나 코끼리 뼈를 발견했다. (오징어도 한 마리...)
그리고는 한참을 또 걷기만 한다.
오늘도 허탕 치는 건 아닌지... 하던 그때! (식상한 전개)
2시간 만에 그들이 나타났다. 멀리 볼 수 있어 유리한 기린과 소리를 듣는 힘이 좋은 얼룩말이 함께 모여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시간.
한참을 구경하다 그림자로 인증샷을 남기고 돌아서려는데 아차 싶었다.
"어?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하잖아?"
돌아가는 길이 조금 달랐는지 와일드 비스트 무리와 스프링복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이날도 무지하게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행복한 시간, 마운(Maun)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모든 사람이 오카방고 델타 1박 2일 투어에서 이 같은 경험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글은 심심풀이로 읽고 넘기는 글이 됐으면 하는 바람과 다시 돌아간다면 당일 투어를 할 것이다!라는 다짐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