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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May 28. 2018

타자라 기차

#14. 잠비아

뉴 카피리 음포시(New kapiri mposhi)로 이동하여 죽음의 기차라 불리는 타자라(Tazara) 기차를 타고 탄자니아로 넘어간다. 기차를 타고 2박 3일 길게는 3박 4일 동안 이동하는 여정이다. 타자라 기차는 신형과 구형, 이 두 가지로 운영되고 있다. 구형 기차는 이전에 타본 경험이 있어, 신형 기차를 타기 위해 스케줄에 맞추어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를 대비하여 벼락치기로 몸을 불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쓸데없는 움직임은 배고픔만 불러일으킨다.

넓고 깊은 잠비아의 하늘. 잠비아를 여행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비에 젖는 일 없이 날씨가 참 좋았다. 그러나 불어오는 역풍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우리를 맞받아쳤다. 

카피리 음포시로 이동하는 동안 카프웨(Kabewe)로 출장을 온 친구 프란시스코를 만날 수 있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친구인 그와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서로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어 기쁨 가득한 시간이었고, 이전보다 깊어진 주름을 보고 있자니 괜히 더 시간이 훌쩍 갔음이 느껴져 초조해지는 마음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며칠을 큰 이슈 없이 이동한다. 자전거 타고, 밥해먹고, 캠핑하고 이것이 여행의 전부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 안에서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다. 먹을 수 있어 감사하고, 하루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안심이다. 그저 아무 탈 없음에 감지덕지할 뿐이다. 이 감정을 기억함으로써 일상으로 돌아간 나의 삶이 더 풍요로워 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카피리 음포시까지 5km.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가 진짜다. 이때부터는 정말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타자라 기차의 시작 지점이자 종착지점인 뉴 카피리 음포시(New kapiri mposhi) 역. 화요일, 금요일 두 차례 기차가 있으며 화요일은 Express, 금요일은 Ordinary를 이용할 수 있다. 

Express 기차를 타기 위해 시간에 맞춰 도착한 우리는, 선로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로 기차가 운영되지 않아, 카피리 음포시에 일주일간 발이 묶이게 됐다. 그리고 다가오는 금요일에는 Ordinary기차를 운행한다니 Express를 타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무엇이든 계획대로 될 수만은 없는 법. 시간은 조금 딜레이 되었지만 다가오는 금요일에 Ordinary기차라도 운행되어 감사하지 않은가. 그리고 딜레이 된 시간 동안 재충전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그만이다. 

카피리 음포시에서의 1주일이 가고 Ordinary 타자라 기차로 여행길에 오른다. 이제 2박 3일, 아니 기차가 다르에스 살람에 도착할 때까지 치킨 & 라이스를 먹으며, 광활한 풍경을 가로질러 탄자니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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