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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n 04. 2018

킬리만자로로 가는 길

#16. 탄자니아

잔지바르를 빠져나와 다시 여행을 재개했다. 부득이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메인 로드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다르에스살람부터 모시(Moshi)까지는 해안 근처 도로로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Saadani National Park를 지나야 하는데, 자전거로 이동 가능할지 우려가 됐다. 우선 국립공원 근처까지 이동한 후 현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해안 근처 도로를 따라 북상하다 보니 어느덧 바가모요(Bagamoyo)까지 왔다. 마을에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었다. Saadani National Park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좋은 기회였기에 망설임 없이 직원에게 말 걸었다.

"초베(Chobe)국립공원과 진배없음"

보츠와나 초베(Chobe)에서의 어미 코끼리 사건 이후, 현지인의 조언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돌아서 메인 로드로 가라는 그의 도움의 말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여 우회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왕 해안 근처에 왔으니, 인도양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바가모요(Bagamoyo)에서 A14메인 도로로 가는 길. 조금은 혹독했다.

그러나 하염없이 페달을 굴리다 보면 언젠가 이동에 수월한 포장도로에 닿는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이제야 오늘 하늘이 이렇게나 높고 푸르렇는지 실감하게 된다.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 우리에게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필요하다.

탄자니아의 도로 상태는 대부분 좋았으나 방지턱이 너무 많아 급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일이 빈번했다. 신나게 달리다가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를 잡아야 할 때면 시간은 시간대로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진다. 다른 특징으로는 오르막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바람만 제대로 불어준다면 오르막은 큰 장애가 아니다. 오르막 너머에는 항상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니까.

짜파티 / 딸기잼과 식빵

잔지바르 야시장에서 먹은 음식 때문에 속이 끓어 탄자니아를 여행하는 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얻어야 했기에 식사를 거를 순 없었다. 현지 음식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짜파티를 포장해 다니며 허기를 달랬다. 탄자니아에서는 짜파티와 식빵으로 대부분의 끼니를 때웠다.

점심시간. 귀여운 염소 두 마리가 앞을 지난다. 어쩐지 즐겁다.

쉬어가는 시간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나라면 엄두도 못 낼 짐을, 자전거에 싣고 이동하는 한 사내를 봤다. 그리고는 내 자전거를 보고 있자니, 인생을 살아가면서 겸손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불편함에 무심코 내뱉는 작은 불만이 누군가에게는 삶 그 자체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숙연해진다.

8월, 탄자니아를 여행하는 동안 여러 차례 소나기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음산한 날씨에 만나는 바분은 어쩐지 공포의 대상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그래도 가끔은 시원하게 내리는 소나기가 고마울 때가 있다. 해가 뜨면 젖지 않아 감사하고, 비가 내리면 덥지 않아 감사하다. 그저 오늘도 이동할 수 있어 즐거운 하루다.

개인적으로 코로그웨(Korogwe)에서 모시(Moshi)까지 이어지는 B1도로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킬리만자로 산맥과 어우러진 빼어난 자연경관이 인상적인 구간으로 기억된다.

최소 이곳에서 마을이 수십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을 텐데... 예전에 어르신들 등굣길 이야기가 겹쳐온다.

탄자니아도 잠비아와 마찬가지로 마을과 마을 사이가 그리 멀지 않아 식량 구하기 수월했다.

목적지 모시(Moshi)에 가까워 오니 다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전환된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풍경의 변화에 지루하지 않은 바이킹(biking)이다.

여러 날에 걸쳐 목적지 모시(Moshi)에 도착했다. 팀원과 재회하기로 한 게스트 하우스 rafiki backpackers.  나는, 강대원, 정대원 그리고 제이콥이 5일에 걸쳐 이곳으로 오는 동안 킬리만자로 등반에 나설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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