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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꾸미 Jun 21. 2022

좋아하는 일을 해도 만족감이 크지 않은 이유

나를 위한 글쓰기와 타인을 위한 글쓰기

글쓰기에 길을 잃었다. 근 한 달간 글을 쓰지 못했다. 다시 부담감이 올라왔다는 뜻이다. 부담감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그 주도권이 갈 때 드는 감정이라고 나는 정의한다. 일기장에 혼자 끄적이는 글이라면 지금이라도 노트를 꺼내어 몇 자 적어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나를 위한 글 쓰리고 시작했던 브런치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커지다 보니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어떤 방향성으로 어떤 글을 써야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글을 쓰지 못한 채로 많은 시간이 흐르다 보니 글 쓰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를 위한 글쓰기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은 그 목적 자체가 아주 다르다. 나를 위해 쓰는 것을 나는 취미라고 말하고 싶으며 그런 사람은 아마추어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글을 쓰는 목적이 “나의 욕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글쓰기의 프로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아닌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며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그만한 값어치를 그 작가에게 지불하게 되어있다.


고로, 프로란 직업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직업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한다는 건 맞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내가 그랬다.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미술을 하고 싶은 것도 그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억압된 내 감정이나 욕구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의 동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음악이나 미술을 통해 나의 감정을 해소하는 “승화”의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한 음, 한 음 손에 굳은살이 박힐 때까지 기타 줄을 튕겨야 하며 한 줄, 한 줄 선 긋는 연습을 무한 반복함으로써 한 편의 미술 작품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만족감이 크지 않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일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과 상대방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심리학 전공자이다. 전공을 살리려면 대학원도 가고 수많은 임상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심리상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그 수많은 과정과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전공과 상관없이 일반 사무직에 취직했다. 직업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은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퇴사를 하고 나서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지금은 재능 플랫폼에서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심리상담은 내가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분야이면서도 어린 시절 나의 결핍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군이다. 하지만 심리상담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하고 나는 2시간 동안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대가로 돈을 받는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수많은 시간을 의미 없는 일에 쏟으며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이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수준의 성취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통해서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가? 프로가 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아마추어로 살고 싶은가? 사실 나는 글쓰기가 좋고 그래서 이 일로 돈도 벌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도, 이 글을 쓰게 된 목적도 이 한 줄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글을 쓸 자신은 아직 없다.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고 프로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그것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기필코 그 분야에서 프로가 된다. 꾸준함은 성공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이 행동을 하는 그 동기와 이유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행동이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인가? 그래서 나는 우선은 나를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 나에게 의미가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올리기 전에 퇴고하면서 다듬는 행위를 한다.


이것은 결국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커서 즐기지 못하는 한 작가 지망생의 고뇌를 담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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