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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지은 Jul 10. 2015

받는사람 : 지금 '썸타는' 여자

차라리 적극적인 여자이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썸탄다는 말은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친구에게 썸남 혹은 썸녀가 있는지를 묻는 일은 보편적인 안부인사 정도에 해당하게 되었고, 유행가에서는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썸남(썸녀)을 흥얼거렸다.


 심지어 모 코메디 프로그램에서는 썸이냐 쌈이냐를 두고 웃픈 상황을 그려냈었다. 물론 우리 모두의 썸은 '썸'이어야만 했다. 그리고 간절한 우리의 썸은 설레는 일임에 분명하다. 누군가와의 사랑의 시작을 그린다는 점에서, 충분히.


   당신은 지금 썸타는 여자인가? 나는 썸 타는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썸을 잘 견디는 여자가 이긴다고 했던가. 그 불확실한 순간을 마냥 즐기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결국은 누군가 확실히 책임져주는 사랑을 원해 두려움을 머금고 아슬아슬한 썸을 타는 그녀가 안되었다.


 차라리 적극적인 여자이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적극적이기에는 남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어쩌면 본래 그는 사랑을 주고 그녀는 받아야 하는 이상적인 그림이 보통의 남녀에게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영민한 센스로 타이밍을 잡든지, 모른 체 하며 그를 스르륵 잡아당기든지. 그러기에는 소위 스킬이 부족한 그녀. 포도알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던 포도나무 밑 여우 한마리 이야기가 떠오른다. 포도알이 떨어지지 않자 중얼거린다. "이런 젠X, 그 남자는 어차피 시큼하고 별로였을거야."


 나의 생각은 다소 수동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썸타는 중에 여자는 질문권을 지니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치밀하게 떨리는 순간에도 마지막이 오고, 그들은 공식적인 연애의 대상으로 상대를 인정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를 만나게 되는데...


 손을 내미는 남자에게 여자는 yes 혹은 no라는 대답을 할 기회를 갖게 되지만, 남자가 그녀에게 "계속 만날래?" 라고 묻지 않는다면 이 경우 그녀의 대답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흥미 없는 아이에게는 질문을 하라고 하면, 아이는 궁금한게 없다고 말한다.


 나도 한 때는 짧고도 강렬한 썸의 추억에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지냈던 적이 있다. 그 달콤함에 오랫도록 취해 있었고 끝장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어버린 그 관계에 미련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의 경우, 썸 타는 도중, 한 달이란 시간동안 해외로 나가있게 되었는데 아마 해외 발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서 공항에다가 나에 대한 마음도 두고 떠나버렸던 거 같다. 그렇다고 그가 한 달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썸이 이루어졌을까? 출국했을 당시의 굿바이 인사가 우리 대화의 마지막이었다.


 난 그 때의 시간을 통해 한 가지 암호를 해독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난생처음 장장 5개월 짝사랑의 아픔이 가르쳐준 결론이었다. (부끄럽지만 한달도 채 안된 썸의 기간에 비하면 꽤나 긴 시간인듯 하다.) 즉 나의 질문 그 자체가 답이었다. 대답없는 메아리는 충분한 답이다. 그 남자가 나를 헷갈리게 하여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던 그 상황은 그와 '아니다'라는 답을 조용히 가리키고 있었고, 심지어 1이 오랫도록 사라지지 않은 카톡(둘 뿐인 채팅방에 나의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로 떠돌았다.) 또한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12시 정각에 딱 맞아 떨어지듯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뒤늦게 깨달았다. '아... 아니라고?, 아... 아니구나.'


 어쨌든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렇다. 헷갈리게 하는 남자보단 적극적인 남자가 좋다는 거. 그게 나중에 연애로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좋을테니까. 1분 1초가 초조하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그녀야. 아니라고 말하는 남자는 살포시 넘겨버리자. 생각은 단순하게 정리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미련을 쓱싹쓱싹 지우는 거다. 세상에 반 보다 조금 더 많은 남자 중, 난 그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택할 그녀의 빛나는 센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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