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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mack Jan 28. 2019

브런치에 '다시' 들어가기에 앞서

아무도 관심없을 테지만 그래도 알려주고 싶은 앞으로 쓸 글 정리

본 챕터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한참 고민이 됐다. 컨셉도 장르도 없는, 비루한 글 몇 개로 방치된 지 1년이 넘는 나의 브런치. 처음 신청에서 미끄러진 후 이 악물고 다시 써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시작이 반이라더니 딱 반에 머물러 있다. 어쨌든 다시 써 보기로 했다. 다시 쓰자라는 생각은 최근의 몇가지 사건들에서 비롯되었는데, 그게 또 깊어지다 보니 글제목도 그럴싸하게 쓰고 싶었나보다. 아, 일천한 재주에 허영만 여전하구나. 반성한다.


이 이메일을 받고 몰려 왔던 깊은 빡침을 기억하자. 아마도 경리단길 '멀로니스펍'에서 IPA 때리다 본 기억이 스멀스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 자탐 시간(자기객관화 타임)을 통해 알게된 것은, 내가 글쓰기 또한 업무문서 다루듯 했다는 것이다. 글쓰는 시간 만큼은 직장인이 아니라 글쓰기를 배우는 문하생이 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일단 컨셉과 방향을 설정한 후에 문제를 나열하고  그에 맞는 생각의 상자들을 재배치한 뒤 각각의 대응방법을 제시하는 식이었다. (어떨 때는 화살표와 순서도 마저 집어넣었다) 나부터 자연스럽게 글을 맞이해야 하는데 한 꼭지 쓰기를 회사 업무 마냥 대하였으니 무슨 글이 제대로 나오겠는가. 까불지 말자, 내가 회사에서는 배부른 상사일지 모르겠지만 글 앞에선 얼치기는 커녕 풋내기도 못된다. 당장 무엇 하나를 써서 박수를 받을 생각을 말자. 글쓰기는 신메뉴 마케팅 캠페인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다. 실력을 인정하고 부족한 만큼 드러내어 다듬고 고쳐나가자. 글쓰기 하나 만큼은 린(lean)하게 해야겠다. 나는 나의 글쓰기를 이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본인 외 아무도 관심없을 이 정리는 앞서 얘기한 몇가지 사건들 때문이었는데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쓰고 싶은 마음은 책을 읽어야 생기잖아요.
좋은 문장과 생각을 읽는 순간 묘한 질투심과 함께 나도 한번 써야겠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나요?"

- 술자리에서 정체되어 있는 나의 브런치를 얘기하다 갑툭튀로 나온 상대방의 얘기. 아, 내가 근 한달 넘게 책을 안 읽었구나 부끄러웠다.


"그만 울고, 글을 쓰려면 울 게 아니라 글을 써야 한단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 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中 17쪽. 책 제목에서 위안을 받기는 처음이다. 더불어 저 출판사 마케터 양반 참 잘 뽑아냈다 싶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야해. 나같은 프로는 언제든지 쓰지만(웃음) 당신은 매일 매일 써야해. 글 쓰는게 어디 당신 회사일처럼 쉬운 줄 알어."

- 외출 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글쓰기의 목표를 두고 얘기하다 혼만 났다. 아내의 두가지 워딩인 '매일 조금씩'과 '회사일처럼'이 직접적인 현타가 되었다. 아뿔싸.




나는 절반 쯤 읽다 말았던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의 <슬픔의 위안>을 다시 읽었고, 책 <처음부터 잘...(하략)>은 구매를 못해 이곳 저곳 서핑을 통해 발췌본을 통독했으며, 종일 육아 후에도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무엇인가 열심히 쓰는 아내의 모습에 다시 반성을 했다. 그래 일단 쓰자. 넌 좀 많이 쓰고 더 혼꾸멍이 나봐야 해. 어서 써 보도록 하자꾸나.


강추한다. 현암사 직원 아니다. 오해마시길.


우선 내가 잘 쓰못해도 글을 쓰는 시간이 매우 재미있어야 했다. 글쓰기가 자기발화된 고통임은 부정할 수 없기에 그런 감정을 덮어버릴 강력한 마약이 필요하다. 그것은 소위 글을 쭉쭉 써 내려갈 때의 강력한 쾌감으로 대체 가능한데 가만 생각해 보니 중독과 다를바 없구나 싶다. 군 복무시 읽었던 책 <마라톤>에는 '달리기 중독'이란 말이 있었는데 달리기든 글이든 제발 나도 무엇인가에 취해 봤으면 좋겠다.


각설하고, 글을 쓰는 '반복된 재미'를 얻기 위해선 이제까지 내가 떠들어대면서 가장 쉽게 흥분하고 즐거워했던 장르가 적합할 것 같았다. 사실 이 글 앞에 쓰여진 브런치의 몇개 글들이 그런 류에 포함되는데 여하튼 그는 무시하도록 하자.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면서 오랜기간 연재를 통해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면 좋겠다 싶었다. 하여 못날 글이 될테지만 아래 두가지 부문에서 '그래도 내가 잘 적고 싶은 글'을 담아보고자 한다.



우선 '자영업 이야기'다.


'생존형 자영업자가 자본형 자영업자와 싸우는 법'이 글로 다뤄질 것 같다. 사실 '이기는 법'으로 워딩을 잡았으나, 애초 내가 정한 이 부문의 전제가 생존형은 자본형에게 이길 수 없다이므로 맥락에 어긋나는 희망고문은 하지 않아야 하겠다. 프랜차이즈와 외식업에서 오랜기간 일을 해 오면서 내가 목도한 바는 자영업이 투자형으로 전환된 지 꽤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먹고 살기 위해 카페라도 해볼란다는 옛날 얘기다. 내가 본격적으로 다루고 싶은 자본형 자영업자는 단순히 돈이 있다의 개념이 아니라 자본과 정보의 상관관계, 좀 더 심하게 말해서 그들만의 정보 독점과 유통에까지 손을 뻗치는 일종의 카르텔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 '어결치'(어차피 결국은 치킨집) 또는 '대끝치'(대기업의 끝은 치킨집)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금, 창업하여 제2의 인생을 꾸리려 가게를 차린들 자본형의 그들에게 무참히 녹다운 되는 사례가 즐비하다. 믿지 못하겠지만 고깃집을 하면서 아직도 상추 따위의 채소들을 시장에서 직접 사오는 가게 사장이 많다. 기간동안 봐온 사례들을 충분히 모아서 구매, 유통, 인테리어, 마케팅홍보 등 각 주제마다 입체적으로 그들간의 관계를 끄집어 내 주려고 한다. 문제에 대한 나열을 하다보면 '싸우는 법' 또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회사 글쓰기'다.


인사말, 공로사, 기념식, 초대장... 회사에서는 글 쓸 일이 참 많다. 회사 규모가 좀 되면 홍보팀에서 쓸 것이고, 작은 기업이면 경영지원부서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 15년에 감히 정의를 내려 본다. 어떤 회사를 정서를 알고 싶으면 대표이사의 말을 들으면 되고, 그 회사의 수준을 알고 싶으면 회사글을 찾아 보면 된다. 회사에 있어 말과 글은 경영의 기준이다. 요새도 뉴스에 어느 회사가 무슨 사고를 쳤다라고 뜨면 나는 그 회사의 홈페이지부터 들어간다. 그리고 사과문을 본다. 사과문 마저도 없다면 일단 수준이하이며, 찾기 힘든 곳에 숨겨놨다면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사과문의 첫 문장, 글의 구성과 맥락, 선택한 언어, 그리고 전체적인 정서까지 이 모두가 입체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한번 봐달라는 식의 논리도 없고 어휘 선택도 형편없으며 심지어 비문까지 섞인 회사글을 볼 때면 내 볼이 다 화끈거린다. '회사 글쓰기' 부문 또한 실제 행사나 액티비티 사례를 토대로 다뤄보고 싶다. 물론 회사 글쓰기는 만만 찮다. 상사의 샤우팅과 반복되는 첨삭을 감정으로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험상 취득한 방법인 '쉽게, 간결하게 그리고 감성이 묻은' 회사글을 쓰는 방법을 공유해 보겠다.


2014년이면 5년전인데 저 때 저렇게 내가 못 적었었구나. 아 부끄럽다.


이만하면 '들어가기에 앞서'의 제목에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염치없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




사족. 2017년 여름 난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지금 18개월인 아이가 태어나기 보름 전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일을 하고 있다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짤린 이유는 '경영 악화' 였는데 실제 그 이유이기도 했다. 약 200억을 쏟아부은 준(準)스타트업의 대규모 프로젝트 였지만, 아쉽게도 결과가 시원찮았다. 그 숨은 이야기 또한 '자영업 이야기'에서 다룰 것이 많았는데 문제는 아직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상 인심이 흉흉한 요즘, 괜한 송사에 휘말리지 않을지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와중 매우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올해 1월까지만 영업을 하고 폐업 한다는 것이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편하게 쓸수 있게 되어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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