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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lmack Jan 31. 2022

<오늘의 요리>는 완벽했다-1

정창욱이 완전히 망쳐버린 완벽한 콘텐츠 <오늘의 요리> 만든 PD팽이에게

여기 브런치와 유튜브(짭플래닛)에도 계속 언급될 진호와 수연에게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유튜브 <정창욱의 오늘의 요리>는 그냥 요리 유튜브가 아니라고. 이건 작가주의라고.

 

우연히 알고리즘에 걸린 거지만 처음 본 영상은 (지금에서야 알게 된) 지옥의 주방에서 찍은 스테이크 편이었다. 너무 좋아서 열번은 넘게 본 거 같다. 링크를 달려고 검색하니 채널 자체를 폐쇄했구나..역시 하... 동네 마트에는 포트와인이 없어 진로와인을 사왔다. 정창욱이 하는 대로 맛이 있겠냐 없겠냐 혼자 중얼거려도 봤다. 블루 다이아몬드 건포도에 진로와인을 폴폴 넣고 조림(?)까지 만들어 봤다. 당연히 으깬 감자도 같이. 그만큼 좋아했다. 매주 업데이트를 기다렸다. 부산인가 창원인가 유튜브 팬의 집으로 가서 요리를 해준 영상이 있었는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병라벨에 붙은 기름때가 증명하듯 저 '진로와인'으로 포트와인 건포도조림을 실제 만들었었다. 진짜다.



"아 진짜 너무 부러운데. 정창욱 하고 진짜 소주 한 잔. 진짜 해보고 싶어."

"형님도 유튜브에 댓글을 적어보면 어때요?"

"오. 콘텐츠 비평을 한 번 써서 링크를 올려 버릴까?"


앞으로 언급을 하겠지만 '오늘의 요리'는 자 따라해보세요 요리 유튜브가 아니었다. 촬영 연출 편집을 모두 다한 팽이씨는 재료를 씻고 칼질을 하고 절구질을 하는 정창욱의 팔뚝에 이야기를 배치했다. 도시락통에 밥과 카레를 눌러담는 특유의 두툼한 손에 주목했다. 짠, 짠, 짠. 부딪히는 위스키잔과 이즈백 소주잔은 소박함을 가장한 브라보였다. 그냥 쿨한 영상이 아니었다. 고요한 주방과 따뜻한 사람. 푸근히 올라오는 김 너머 카메라가 낼름 잡는 정창욱의 눈웃음. 영상 전체가 정창욱이라는 사람으로 수렴되는 작품이었다. 작가주의였다. 일로 처음 만난 사람과 유튜브 얘기가 나올라 치면 '오늘의 요리'로 선수를 쳤다. 신났었다. 오죽했으면 마지막 직장에서 유튜브 프로젝트를 세팅할 때 저런 톡까지 날렸을까. 참고로 SBS 20년 경력 왕작가님이다.

 

무개념 후회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죄송합니다...ㅜㅜ ㅁ;ㅣㅏ언ㄹ;ㅣㅑㄷ너ㅙㅔ뱌...으아악!!!!!!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난 회사를 나오게 되었고(참고:https://brunch.co.kr/@galmack/7) 10화까지 개런티를 하고 시작한 유튜브 프로젝트(https://www.youtube.com/watch?v=6JfiPRwz5Rs)는 2화까지만 릴리즈 되었다. 어라 지금 검색하니 2화도 날라갔네. 머선일이지..? 탄력이 생겨 흥과 재미가 제이커브를 그리고 있었다. 심지어 3화는 내용, 재미, 감동까지 모두 커버한 종결 패키지였는데 릴리즈 시점에 내가 회사를 나와 아직 볕을 못쬐고 있다. 언젠가 공개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아마도...그 회사가 그 사업을 접는 날? ㅋㅋㅋ


요렇게 욜씨미 진지허게 준비했었습니다잉. 다 옛날 일이지만 ㅎㅎㅎㅎ (유튜브 치얼업네이션 촬영. 2021.9월)




그랬는데 말이다.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지금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일.


그래. 잴 무서운게 세상일이라 나도 욕을 지워봤다. 시발.


그래서 그동안 묵혀왔던 칭송 포인트 몇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정창욱에 대한 얘기는 무의미 할 뿐더러 일고의 가치도 없다. 다만 '오늘의 요리'가 얼마나 완벽한 영상이었는지 정리를 좀 해보고 싶다. 왜냐면,



그런데 '오늘의 요리' 채널이 폐쇄되었다니 팽이씨에게 이 글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적자. 조만간, 빨리.




자세한 얘기는 담편 이어집니다. 대충 아래의 꼭지들로요.

(요렇게 해 놔야 저한테 숙제로 압박이 되어서 아삽으로 쓰게 됩니다. 냉무라 죄송해여...근데 냉무래냉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콘텐츠의 기승전결이 완전한 서사 구조다.

2. 스타일에 관하여. 롱테이크와 초근접 점프컷까지 흥미로운 호흡과 리듬.

3. 이야기가 없어야 할 인서트컷에 이야기가 있다. 역발상의 핸드헬드와 아웃포커싱.

4. 레시피는 텍스트일 뿐. 모두 사람이라는 컨텍스트로 수렴된다.

5. '어, 왔어?' 사랑스러운 남자로의 트랜스포메이션. PD팽이는 마법사? 노노 이것이 바로 브랜딩.

6. 독립영화인가. 이유모를 울림이 있는 토막 엔딩컷.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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