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한 번째 편지
그는 삼다수의 물 맛이 가장 좋다고 했다. 그치만 집에 사둔 물이 없을 땐 수돗물도 곧잘 받아마시는 사람이었다.
반면 알량한 미각의 소유자인 나는 맛이 어떻다고 평하기는커녕, 먹어도 되는 상태인지도 겨우 구분해내는 수준이었다.
우리의 먹고 마시는 일들은 늘 그랬다. 나는 둔했고, 너는 예리했다. 너의 예리함이 혹여 모서리를 드러낼까 맘 편히 먹고 마시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나는 아무래도 좋은데, 넌 어때?
난 잘 모르겠는데, 영 못 먹겠어?
우리는 몇 잔의 물을, 몇 끼의 밥을 함께 했을까.
차곡차곡 식도가 채워지는 동안 마음은 비어가고 있었다는 걸 제때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 번 날이 선 입맛은 쉽게 무뎌지지 않는다.
다른 물보다 비싸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삼다수 한 병을 샀다. 널 만나기 전이라면 내 주머니에 고이 아껴뒀을 몇 백원을 더 쓰면서, 어느새 변해버린 나의 입맛에 대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