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헛똑똑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지만 부모님한테는 늘 부족한 딸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원하는 모범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규칙을 잘 지치고 공부만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아침잠이 많아 자주 지각생으로 벌을 섰고, 화장이나 복장으로 벌점도 많이 받았고, 말 안 듣게 생긴 애들과 연애도 즐겼다. 나쁜 학생, 나쁜 딸은 아니었지만 나는 좀 제멋대로인 아이였다.
한마디로 부모님 말은 죽어라 안 들었다. 부모님과 마찰이 없는 날이 없었다. 보수적이고 통제적인 부모님 성향과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내 성향은 자꾸만 부딪혔다.
그러니 부모님은 내 기를 꺾고 싶었고, 내가 실수만 하면 "헛똑똑이"라며 나를 비난했다. 100점 중 90점을 맞고 실수로 1~2문제를 틀려도 혼이 났고, 인간관계에서 쉽게 상처를 받아도 한 소리를 들었다.
부모님께 지고 싶지 않아서 똑 부러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절대 실수하지 않는 그런 사람. 하지만 안정적인 길에 흥미를 못 느끼는 내 성향상, 나는 자라면서 실수투성이인 사람이 되었다.
완벽하지 못한 내 모습이 싫어서 힘들 때가 많았다. 그런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내 삶을 창작에 녹여내며 느꼈다. 완벽한 내 모습이 아닌 서툴고 어설픈 내 모습이 지금의 독창적인 나를 만들었다는걸. 그동안 겪은 수많은 실수와 실패가 나를 성장시켰음을 깨달았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일단 시작하고 보는 건 내 장점이다. 그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실수도 하게 되고 때로는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실수는 내게 다른 방법을 찾는 길을 알려주고, 실패는 내게 다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니까.
가끔 내 연인은 나를 "바보똑순이"라고 자주 부르고는 하는데, 처음엔 바보는 떼고 똑순이라고만 부르라고 협박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바보똑순이가 더 좋다. 현명하고 똑똑한 나도 좋지만, 어리숙하고 무모한 나도 좋으니까.
세상의 모든 헛똑똑이들이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전히 똑똑하고 엉뚱하고 심지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