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얼마 전, 작은 노트에 꾹꾹 써 내려갔던 1년 전의 일기장을 보았다. 전에 사귀던 사람과의 이야기, 그 당시 내가 간절히 이루고 싶었던 목표들,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몇 가지만 옮겨보자면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
"걔를 사랑하지 않는다. 난 좀 더 나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매일 나를 다스리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운동하고, 웃고, 잘 먹고 잘 자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우연히 일기장을 읽다 보면 많은 감정이 든다. 1년 전의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이렇게 무사히 그 시기를 잘 겪어내고 성장한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
그 당시 간절히 원했던 졸업전시를 무사히 끝마쳤고, 이렇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수영도 다녀왔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잠도 잘 잔다. 나를 인정하고 아껴주는 사랑하는 연인도 내 곁에 있다.
1년 전의 나보다 나은 지금의 내가 있는 건, 조금 과장해서 일기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기를 쓰지 않으면 스스로와 대화를 나눌 일이 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는 일기 쓰는 시간이 좋다. 누구도 읽지 않으니 어느 때보다 솔직한 내 감정을 알 수 있고, 그 감정을 경청해 줄 수도 있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다. 그건 내 얘기니까.
나랑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시간이 일기를 쓰는 시간이다. 남에게 말하기엔 사사로운 속상함을 털어내는 동시에 풀어주고, 나에게 느끼는 부족함을 객관적으로 비판하고는 그 뒤에 바로 넉넉한 격려를 건네기도 한다.
일기를 쓰는 시간은 주로 아침인데, 저녁에 쓰는 일기보다 아침에 쓰는 일기가 나는 더 좋다. 전 날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나 혼란스러운 내면을 일기장에 몽땅 놓아두고는, 새롭게 긍정적인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자고 한결 가벼워진 머리로 사건을 해석할 수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에 다가갈 수 있어서 어떤 날에는 예상치 못한 해결 방법이 나오기도 한다.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시간이 여유롭기 때문에 내 목표에 대해서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목표에 대해서 적다 보면 방향성이 생겨서 하루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기 쓰기의 장점들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방학 숙제로 꼭 일기 쓰기가 포함됐었나 보다. 그때는 많았던 꿈들이 어른이 되면서 사라져버린 건, 어쩌면 우리가 일기를 쓰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드디어 서랍 안에 아껴뒀던 예쁜 노트를 꺼낼 때가 온 것이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진 날이 기회다. 노트를 펼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나가보자.
유명한 작가는 장시간 비행이 있을 때 자신의 일기장을 챙겨갔다고 한다.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니까. 오늘부터 종종 써 내려갔던 일기장을 1년 뒤에 읽는다고 상상해 보자.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기대하자. 일기장이 우리를 삶에 근사한 여행지로 이끌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