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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Apr 29. 2020

SNS 시인에 대하여.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고, 한(恨)의 민족이고, 백의(白衣)민족이고, 활(弓)의 민족이기도 하지만, 시(詩)의 민족이기도 하다. 시는 우리 민족의 오랜 문화였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우리 조상의 시 중 가장 오래된 시는 유리왕의 쓴 황조가(黃鳥歌)인데 기원전 17년에 쓰였다. 고려 시대부터는 봄마다 꽃구경을 하면서 시조를 읊는 답청(踏靑)을 즐겼고, 한자의 획을 쪼개 말장난하는 파자(破字) 놀이를 즐겼다.     


 꾀꼬리 오락가락, 암수 서로 노니는데, 외로워라 이 내 몸은, 뉘와곰 돌아가랴. - <황조가> 유리왕


 이뿐 만이 아니다. 정몽주와 이방원은 조선의 건국을 두고 시조 배틀을 벌였으며, 황진이는 시조만으로 수많은 양반 청년들의 마음을 훔쳤다. 심지어 전국을 떠돌며 시로 도장 깨기를 하는 김삿갓 같은 이도 있었으니 이 정도면 우리 민족을 시의 민족이라고 할만하다.


 한국인의 시 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전 세계에서 시집이 30만 권, 50만 권씩 팔리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공중화장실에도 시가 붙어있고, 지하철 곳곳에서도 쉽게 시를 발견할 수 있다.     


SNS 시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 시를 올리고 인기를 얻은 작가들인 하나 둘 데뷔를 하더니 그들의 시집이 베스트셀러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2017년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에서 발표한 인터넷 서적 판매량에 따르면 SNS 시인인 흔글(조성용)의 시집 [무너지지만 말아]가 10대 시집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했다. SNS 시인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SNS시인들은 공모전과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에 비하면 분명 수준이 떨어진다. 그러나 훨씬 단순하고 쉽다. 또한 SNS를 통해 쉽게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다. 현대 독자들은 바쁘다. 아무리 시를 좋아해도 서점까지가서 책꽂이 앞에서 끙끙거릴 시간이 없다. 그들에겐 시의 수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친 하루의 끝에 공감할 수 있는 한줄의 문장이 필요하다.  


흔글의 인스타그램 포스팅 중 하나

  좋아요를 4000개가 넘게 받은 흔글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이다. 등단했거나 등단을 준비하는 시인들에겐 부족한 문장일 수 있다. "비유는 어디가고 심상은 어디갔으며, 시적 정황은 도데체 무엇인가?" 그러나 SNS시에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 공감이 되는지 힐링이 되는지 독자가 원하는 감성인지가 중요하다. 


 세상이 변한다. 물론 책은 여전히 매력적인 매체지만, 책을 대체하는 수많은 매체들이 등장한다. 그동안 시는 책이라는 매체, 그리고 문단이라는 권위와 함께 했고 거의 하나였다. 그러나 시에는 주인도 없고, 한계도 없다.   이젠 고민해볼 때이다. 문학은 SNS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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