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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승우 Jan 24. 2019

연금나무의 몰락

아로니아 농가들의 눈물

연금나무의 몰락

IMF 이전까지 한국에서 직장은 별일 없으면 정년까지 다디는 평생직장 개념이었다. 그러나 IMF 이후 명예퇴직이 휩쓸고 평생직장은 없어졌다. 퇴직도 빨라졌고 평균 수명은 길어지면서 노후의 삶도 불안해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퇴직 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로니아와 블루베리는 연금나무라 불렸다. 과수는 묘목을 심은 후 3년 정도가 지나야 제대로 된 수확하는 특성이 있다.

퇴직을 2-3년 앞둔 시점에서 블루베리나 아로니아를 심어 놓으면 퇴직 후부터 농사를 지으면 수확이 가능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은퇴나무 연금나무라고 홍보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지역의 소득작물로 아로니아를 적극 권장했다. 한때는 복분자를 심으라 했었다.  그리고 아로니아 블루베리 재배는 다른 과수에 비해 쉽다. 쉽다는 게 상대적이지 진짜 쉽다는 건 아니다. 아로니아, 블루베리는 6월이면 수확이 끝나고 과실 크기가 작아 배나 사과만큼 노동력도 많이 들지 않는다.

한국에 안토시안 바람이 불었다.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등에 안토시안이 많아서 노안에 좋고 기억력 감퇴에 좋다고. 외국의 저명한 잡지에 슈퍼푸드라고 소개됐다며  소비가 늘었고 그만큼 재배도 늘었다.

블루베리는 돈이 됐다. 2000년대 중후반 블루베리는 비싼 과일이었고 꽤 소득을 올렸다. 아로니아도 블루베리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농사짓고 살만했다.

문제는 외국산이었다. 2014년 한미FTA협상에 따라 블루베리 생과가 수입개방되면서 저가로 밀려들어 왔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아로니아는 수입산 분말로 인해 국내산 가격이 폭락했다. 블루베리는 2017년 결국 FTA피해보전직불 대상 작물로 선정돼 블루베리 재배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지원을 받았다. 그래도 농가들의 손해는 컸다.

아로니아 역시 수입산으로 피해를 봤지만 피해보전대상이 되지 못했다. 아로니아는 생과가 수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공품(분말)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 것을 보전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주장이다.  아로니아 재배농가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국감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세종 정부청사에서 집회도 하고 결국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했다.

한때 연금나무로 불렸던 아로니아와 블루베리. 농가들은 농사만 지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정부는 연금나무를 뽑으라 하는데 연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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