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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승우 Apr 24. 2019

그대, 청년이라는 이유로

영농정착지원금은 청년농업인에게 갑인가?

농촌의 청년들은 확실히 SNS를 잘 이용했다. 자신의 농장 홍보부터 농산물 판매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해 홍보에 적극 나섰다. 2016년부터 농업분야에서는 청년들이 화두가 됐다. 생각보다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귀농을 하거나 창업을 해 농사를 짓고 있었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지자 정부는 각종 지원정책을 내놓았다. 그 첫번째가 청년농산업창업지원사업이었다. 청년농산업창업지원사업은 2016년에 처음 도입한 청년농업인 지원제도이다.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의 영농창업자 또는 영농창업한 지 3년 이하인 청년에게 최대 2년간 매월 8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였다. 이 사업은 일본에서 시행하는 연간 150만엔(한화 약 1720만 원)을 최대 5년 동안 농촌에서 창업을 한 청년에게 지원하는 청년취농급부금을 벤치마킹했다. 


이 청년농산업창업지원사업이 설계될 당시에는 월 10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했지만 결국 80만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일본의 150만엔 지원금 산정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했다. 한국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예산 부족과 청년기본소득과 동일한 좌파적 개념이라는 이유로 이 사업은 축소해서 시행됐다. 당시 청년농산업창업지원사업에는 300명이 선발돼 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은 선발과정에서 지원자가 부족해 신규창업농이 아니라 영농 창업 3년 이하인 청년까지로 지원대상을 확대하면서 248명을 최종 선발했다. 당초 계획인 300명에는 한참 부족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에 대한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이 사업에 반대를 하면서 제도 대폭 변경되면서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의 불만을 샀다. 


2016년 7월 농식품부는 사업에 참여한 청년농업인들을 모아놓고 제도변경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당초 2년간 1920만원(매달 8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1년에 500만원씩 2년 동안 1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사업계획에는 매월 80만원 지원 목적이 훈련수당(1년)과 창업안정자금(1년)으로 사실상 사용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갑자기 농업관련 컨설팅과 마케팅 비용, 소모성 영농 기자재 구매 등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정산도 선지급이 아닌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변경했다. 청년들은 제대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항의했지만 농식품부는 묵묵부답이었고 이 사업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2017년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농업인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2017년 12월 청년창업농육성대책을 발표했다. 청년창업농육성대책은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 임대와 후계농자금을 확대해 자금지원을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년창업농 중 1200명을 선발해 월 100만원의 정착금을 지원해 안정적으로 육성하겠고 발표했다. 야심에 찬 내용으로 가득 차 보이지만 지난해 박근혜정부 때 발표된 기존의 정책들과 내용적 측면에서 다른 점이 크게 없었다. 당시 대책에서는 후계농자금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한도를 상향했다. 하지만 후계농자금이라고 해서 보조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기 때문에 갚아야 할 부채이다. 


청년창업농육성을 위해 월 1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창업 1년차에만 100만원을 지원하고 2년차에는 90만원, 3년차에는 80만원을 지원한다. 정착자금지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귀농대책에서는 기재부 반대로 빠졌던 내용이고 청년들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지난해 실시했던 청년농산업창업지원과 마찬가지로 사용처를 창업관련 컨설팅과 마케팅 비용, 소모성 영농 기자재 구매 등으로만 제한하고 영수증을 첨부하는 방식이라면 지원효과가 현저히 낮아진다. 가장 큰 문제는 100만원이라는 지원금이 2018년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지원금 사용방식은 이전과는 달리 농업용이 아닌 생활비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연암대 채상헌 교수가 청년농업인을 초청해 청춘농담 토크쇼를 하고 있디. 

청년농산업창업지원제도는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의 공격을 계속 받았고 그럴 때마다 제도는 누더기가 됐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으로 이름을 바꾼 이 제도는 청년창업농으로 선발된 1600명의 청년농업인에게 1년차 100만원, 2년차 90만원, 3년차 80만원이 매달 지원되며 지원금은 바우처카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정착지원금의 사용처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용까지 제한하면서 이 사업에 참여한 청년농업인들이 분노했다. 농촌에 거주하고 있어 필요한 물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던 청년창업농의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고 사용방식을 기존에는 사용금지업종을 설정하는 방식에서 올해부터는 사용가능한 업종을 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제약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청년농업인들에게 자유롭게 농사를 짓고 농촌에 정착하라고 지원하는 제도가 점점 청년농업인을 옥죄고 있으니 옥상옥이 되고 있다. 일본은 사용처에 대한 제한이 없다. 월급과 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월급을 주면서 사용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예산이라 사용에 제한두자는 것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업의 목적인 청년농업인의 정착을 위해서라면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하게 놔두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처럼 최저임금을 지원한다면 월 174만5150원을 지원받게 되면 청년농업인들은 소득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작물선택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품종 재배 등 신기술을 이용한 농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2년간 월 100만원을 주면서 사용제한을 둔다면 소득이 높은 작목 위주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기술보다는 수확량을 늘리는 농법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농촌에 자유롭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지 그들이 농촌에서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는 제도가 아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도 성공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청년들에게 어른들은 너무 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왕 주는 거 더 많이 더 자유롭게 농사짓도록 해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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