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품질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지 않는 경매제
한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약 50%가 도매시장을 통해서 유통된다. 그 중에서도 38%는 한국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경매로 가격이 매겨져 소비자에게 간다. 대한민국 인구의 40%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농산물도 수도권으로 몰리고 그 중심에 가락시장이 있다.
가락시장에서 가격결정은 경매로 한다. 가격결정에서 농가들은 철저히 배제된다. 여기에 경매에서 품질보다는 그날그날 들어오는 물량, 즉 품목별 작황이 가격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구조에서 농가들에게는 품질보다는 언제 가락시장으로 출하하느냐가 더 중요한 가격결정 요소로 작용한다.
추석과 설을 앞두고 배, 사과 등 과수농가들은 농협 APC에서 선별일정을 두고 싸우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추첨(제비뽑기)도 한다.
가락시장에서 입찰된 경락가격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다. 경락가는 특품, 상품, 중품, 하품으로 구별해 공개되는데 특상중하의 기준이 품질이 아니라 가격이다. 그날 경락가격의 상위 20%가 특품, 20-40%가 상품 등 가격에 따라 품위가 나뉜다. 물론 최고가격이나 상위 가격을 받은 농산물은 그날 최고의 품질을 갖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품질(품위)에 대한 기준점이 없어서 어제의 최고가격을 받은 농산물이 오늘은 물량이 많아져 하품 가격을 받는 일이 생긴다. 반대로 최하의 품질이어도 당일 물량이 없으면 최고가격을 받고 특품으로 분류된다. 물론 경매사들 나름의 기준이 있지만 규격화, 표준화되지도 않았다.
정부는 고품질화, 브랜드화 등등을 외치지만 실상 가격결정 구조에서 품질은 등한시 된다. 특히 등급제가 없는 채소, 과수는 더욱 심하다. 한국 도매시장은 소비자와 농업인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만 경매제로 인해 품질 표준화, 가격의 급락, 급등의 문제를 갖고 있고 시장을 변질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