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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승우 Aug 13. 2018

스마트팜은 과연 장밋빛 미래일까

농사 크게 지으면 크게 망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월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종합자금 대출을 시행했다. 이 종합자금 대출은 4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에게 담보 없이 최대 30억원을 1%의 금리로 5년 거치 10년 상환의 조건으로 빌려준다. 예전 벤처기업들 사업계획서만 보고 대출이나 투자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농식품부는 스마트팜 종합자금 대출 1호로 20대의 청년이 30억원을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청년농업인은 대출을 받은 뒤 5년 거치 기간 동안 매년 3천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그리고 5년 뒷면 매년 원금 3억원과 이자 3천만원을 10년 동안 내야 한다. 물론 이자는 원금 상환을 시작하면 매년 줄겠지만 어쨌든 상환이 시작되면 몇 년간은 3억3천만원을 갚아야 한다. 


연간 3억3천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서는 어떤 농사를 짓는 게 맞을까.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하는 농작물 소득을 보면 고소득 작물이 파프리카 아니면 토마토와 시설오이 정도다. 청년농업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작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파프리카 농사를 짓게 된다면 파프리카 상품을 평년가격으로 계산하면 연간 58톤을 생산해야 매년 3억원을 갚을 수 있다. 생활비와 이자까지 생각한다면 연간 72톤의 파프리카를 생산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농산물 소득정보에 따르면 파프리카(착색단고추)는 2016년 300평당 총수입은 3,657만9,741원이고 소득은 1,286만4,518원이다. 3000평의 스마트팜을 짓는다고 해도 연간 소득은 1억2864만원 정도다. 스마트팜이라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문제는 농사짓다가 외부요인으로 가격이 폭락하면 그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보통 정책자금은 매달 나눠서 상환하는 게 아니라 1년에 한 번 상환하게 돼 있다) 연체가 되면 농협은 바로 경매에 들어간다. 내부요인으로 병충해로 농사를 망치게 되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고 농협은 경매를 시작한다. 물론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경영위기에 빠지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시행하는 경영회생자금 지원을 받으면 된다. 농민들이 흔히 말하는 '농사 크게 지으면 크게 망한다'라는 게 이런 경우다. 


젊은 청년에게 자립할 수 있는 농업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빚을 지게 하는 방식은 이미 1980~90년대 한국 농업에서 겪은 오류다. 농가들에 복합영농하라고 소 키우라고 비닐하우스 하라고 농기계 사라고 빌려준 정책자금이 2001년 50조원이었다. 지금은 2014년 기준 농업정책금융의 총잔액은 34조2,481억 원으로 많이 낮아졌지만, 그게 다 농가부채가 됐고 대통령 농업공약 첫 번째가 농가부채 해결이었다. 지금은 농가부채에 대한 부담이 줄긴 했어도 농가당 평균 2천7백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스마트팜이 농업 문제의 모든 걸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하기 전에 청년농업인이 출발부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부채를 지고 시작하는 게 과연 올바를 정책인지 그리고 스마트팜이 과연 농민을 위한 것인지 정책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다. 


스마트팜은 우리 농업의 장밋빛 미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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