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예람 Sep 03. 2015

못된 어른들에게 응징을!

로알드 달 -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찰리는 하루에 두 번씩 공장 앞을 지나쳤다.

공장 앞을 지날 때마다 찰리는 걸음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늦추면서 코를 반짝 치켜들고는 초콜릿 향을 길게, 그리고 깊숙이 들이마셨다.

아, 달콤한 향기!

아, 저 공장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두 권 다 영화로 먼저 접했다. 일단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원작 동화는 과연 어떨까 하는 흥미가 생겼다. 뭐, 애초에 로알드 달이라면 말을 다 한 거지만.


두 책 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밤 새서 읽었다. 원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조금만 읽고 자려고 했는데, 중도에 멈출 수가 없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마틸다보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조금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초콜릿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풍부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마틸다에 나오는 주인공 소녀, 마틸다는 아주 영특한 아이다. 그런데 부모를 잘못 만나서 그 재능을 십 분 발휘하지를 못한다. 심지어 학교도 육 개월 가량 늦게 입학했으니까. 자기 자식들에게는 관심도 없고 이기적이고 천박한 부모 밑에서 마틸다는 많은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마틸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인, 하니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선량한 하니 선생님은 마틸다의 재능을 알아보고 옆에서 마틸다를 적극 지지한다. 어느 날 마틸다는 하니 선생님의 집에 찾아갔다가 선생님의 비밀을 알게 된다. 마틸다는 그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보통,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어른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단다. 하지만 그게 과연 정답일까? 그 대답을 바로 마틸다가 보여준다.

여기에서 마틸다는 말한다. 아무리 어른이라고 해도 나쁜 사람이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약하다고 해서 무시해도 좋은 존재는 없다. 마틸다는 그 '나쁜 어른들'에게 손수 벌을 주는데 그 벌이라는 것이 참 참신하고 가슴이 뻥 뚫린다.


어린 마틸다가 어떻게 자신의 행복을 손에 넣는지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새인가 나도 모르게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짓게 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작가의 어린 시절을 담은 작품이다.

찰리는 가난한 집에서 대가족과 함께 사는 어린이다. 초콜릿을 무척 좋아하는데 집이 너무 가난해서 일 년에 딱 하루, 생일날 밖에 초콜릿을 받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밀에 싸인 윌리 웡커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게 된다. 찰리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서 괴상하고 흥미진진한 일들을 경험한다.


초콜릿 덕후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일종의 선물 같은 존재였다. 만약 정말로 이런 초콜릿 공장이 있었더라면 내 월급 전부를 털어서 윌리 웡카의 초콜릿을 샀을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니 부러움과 시샘이 가득한 눈으로 다섯 어린이들을 바라볼 수 밖에.


초콜릿 공장에 가게 되는 아이는 총 다섯 명. 그리고 아이들의 보호자 아홉 명.

찰리를 뺀 네 명의 아이들은 전부 인상이 찡그려질 정도로 버릇이 없고 보채기의 선수들이다. 도대체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면 이런 애들이 나오나 하고 보면 부모들도 아주 가관이다.

이런 개념을 쌈싸 먹은 것 같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하여 벌을 받을 때마다 어찌나 웃기던지. 게다가 윌리 웡커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점이 더 통쾌하게 만들었다.


로알드 달의 이야기를 보면 그만의 유머감각이 있는데 그게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더욱 발휘되는 듯하다. 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아서 어느 장면에서는 박장대소를 할 때도 있었다.

유쾌한 움파룸파 족들의 노래도 참 재미있었고 다람쥐들이라던가, 초콜릿 정원도 내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했다.


마지막엔 다정하고 착한 찰리가 보상을 받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윌리 웡카가, 어른이라기 보다는 외관만 어른인 아이처럼 느껴졌다. 아이들과 말싸움을 한다거나 천진난만한 성격과 아이 특유의 고집 같은 것이 보일 때면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난 윌리 웡카가 마음에 들었다. 아마 로알드 달은 이런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려면 어른보다는 아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윌리 웡카가 찰리에게 말한 것처럼.

그래서 아이 같은 어른을 탄생시킨 걸지도.


동화는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 로알드 달의 동화는 상상력의 제한이 없어서 읽을 때마다 유쾌한 기분에 빠져든다. 어른들 생각으로는 이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하다가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된다. 그러다 나중에 이르러서는 동화인데 뭐 어때? 하는 생각이 불쑥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로알드 달의 동화는, 잊고 있던 상상력의 세계로 나를 던져 넣는다. 한없이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고 모험 가득한 삶 속으로.

마틸다가 만들어 먹는 메뉴는 대개 뜨거운 코코아였는데, 우유를 냄비에 데운 뒤 코코아 가루를 섞으면 됐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보브릴과 오발틴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자기 방으로 뜨거운 음료를 들고 올라가 텅 빈 집의 조용한 방에서 오후 내내 책을 읽으며 보낸다는 것.
그러다 가끔씩 곁에 있는 뜨거운 코코아를 홀짝인다는 것은 크나큰 기쁨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