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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람 Sep 02. 2016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헨리 제임스 - 나사의 회전

그 남자는 저택에서 떨어진 어느 모퉁이에 매우 꼿꼿이 서서는 벽에서 튀어나온 곳에다 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지면 위의 글자를 보듯 그의 모습을 선명히 보았다.

그리고 정확히 잠시 후, 그 광경에 효과를 더하려는 듯이 그 남자는 천천히 자신이 있던 장소를 바꾸었고, 줄곧 나를 빤히 바라보며 반대쪽 구석 층으로 옮겨 갔다.

그렇다, 이렇게 움직일 동안에도 그가 나한테서 한 치도 눈을 떼지 않고 있음을 나는 정말 강렬하게 느꼇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손이 움직이며 탑 위의 총안 하나하나를 어떻게 스치고 가는지 볼 수 있었다.

그 남자는 다른 구석에 잠시 멈추었다 돌아서려고 할 때조차 여전히 나를 또렷이 응시했다.

그는 몸을 돌려 사라졌고,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한 낡은 저택에 가정교사가 온다. 그녀는 자신이 가르칠 아이들을 만나고 매력있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한 순간에 매료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저택에서 유령을 목격하고 그 유령들이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녀는 유령들의 손에서 순진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내가 현재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가.


나사의 회전은, 타인의 시선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오로지 화자가 보고 느끼는 것만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그녀가 보는 것만을 보고 그녀가 하는 말만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계속해서 유령을 보지만 여기에서 이상한 것은, 유령을 직접적으로 목격한 것은 오로지 그녀뿐이라는 거다. 그녀는 아이들도 유령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믿지만 그건 오로지 그녀의 생각일 뿐, 아이들이 진짜로 유령을 보는지 어떤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에게만 보이는 유령의 정체. 저택에 감추어진 어떤 과거. 비밀스럽고 조용한 아이들. 초반에만 잠깐 모습을 나타냈다가 소설의 끝까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저택의 주인.

소설 전체가 어딘가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가득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독자는 어떤 것도 명확하게 결말을 내릴 수가 없다.

이 쯤에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의심을 가지게 된다.


유령은 존재하는가. 그녀는 진짜로 유령을 본 것이 맞는가. 혹은 그녀의 두려움이 불러낸 환영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말하는 유령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기에, 단지 그녀의 망상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 아이들과 유령을 쫓으며 긴장감의 정점으로 치달아가는 전개, 소설 내부에 무수하게 갈린 복선들.

다 읽고 나서도 머릿속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닐 정도로, 모호한 소설임이 분명하지만 또한 이 모든 걸 다 합쳐봤을 때 꽤 괜찮게 읽은 소설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소설 안에 숨겨진 복선들을 찾기 위해서 몇 번은 더 읽고 또 읽어봐야겠으나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을 정도로 재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소설 속의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되었나요?"
부인이 오랫동안 머뭇거렸기 때문에 난 더욱 어리둥절했다.
"그 사람도 가버렸어요."
마침내 부인이 말을 꺼냈다.
"어디로 갔나요?"
이 말을 듣고 부인의 표정이 몹시 이상해졌다.
"누가 알겠어요! 죽었거든요."
"죽었다고요?"
난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 불가사의한 말을 꺼내며, 부인은 실제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더욱 단단히 추스리려는 듯 보였다.
"아무렴요. 퀸트 씨는 죽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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