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니 Jan 12. 2024

모두다 아는데 나만 몰랐네

에밀리디킨슨, 어테이블, 뚝방길홍차가게

밥심으로 우리는 매월 1권의 시집을 읽어. 처음 가본 동네, 뚝섬유원지. <뚝방길홍차가게>가 아니었다면  그 동네에 생각보다 방문할 일이 없었을 거야. 친구가 열심히 찾은 밥집, 어테이블. 건강한 백반집이었어.


전라도입맛이라 소금 간을 추가해서 오늘 메뉴 중 하나였던 닭개장을 싹싹 긁어먹었어. 배터지게 야무지게. 친구는 된장찌개를 맛봤지. 이날 무를 싫어하는 친구의 취향을 발견했어. 편식 없이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비릿한 무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


우리는 밥을 먹고 카페로 향했어. 밥먹고 카페 코스 오랜만이야. 카페 이름은 <뚝방길홍차가게>였어. 왜 뚝방길인지 걸으면서 알았어. 가게나 브랜드 이름은 심오하거나 어렵거나 있어 보일 필요가 없겠어. 정체성만 뚜렷하면 되니까.


오후 12시 전후였는데 매장이 꽉 찼어. 애프터눈티세트가 유명하대. 메뉴는 정독해야 할 만큼 두툼했어. 그런데 밀크티를 고르고 있더라. 친구는 얼그레이우롱, 나는 뚝방길밀크티. 오늘의 밀크티는 다 팔렸대. 아이스는 저 우유병에 나오는데 빈티지한 저 종이덮개랑 마줄 저 감성이란…


내가 주문한 뚝방길밀크티는 청포도향이랑 꽃향기가 맡아졌어. 색은 연한캐러멜이었고, 농도는 무난했어. 아쌈처럼 진하고 묵직한 맛을 좋아한다면 아쉬운 맛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친구는 디저트로 애정하는 스콘, 나는 말차티라미수를 주문했어. 스콘에 클로디드크림, 내겐 무색의 맛이었지만 스콘이랑 찰떡궁합일 것 같긴 해.


친구가 선택한 시중에

- 케이크의 통치는 단 하루

- 벌레 한 마리 그의 궁극의 목표


위의 구절이 내게도 아하 무릎을 치게 만들었어. 에밀리 디킨슨이 살았던 19세기 역사적 배경이 궁금해지더라.


살아생전에 디킨슨의 방 인테리어를 보고 나중에 집을 구하면 그런 느낌으로 꾸미고 싶다고 이야기했어.

에밀리디킨슨, 시인의 정원 중

책 속 프린트벽지 느낌이 뚝방길홍차가게에 있더라고. 오늘의 시와 홍차 그리고 공간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졌어.


평일 낮에 이렇게 잘되는 티카페라니. 문화충격이었어. 인터뷰에 나와있지만 영국 할머니집 느낌 그게 무슨 말인지 여길 가면 느낄 수 있어.

카페 커피보다 가격은 비싼데 분위기 그걸 마시고 느끼고 있더라고. 일단 우리집 식탁 테이블보부터 사야겠어.


다음달에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을 읽으려고 해. ‘충분하다’ 이후로 다시 읽는 쉼보르스카의 시는 어떨까 기대되네.





매거진의 이전글 내 평생 가는 길, 함께 해줄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