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니 Feb 27. 2024

일시 정지

차 공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에는 차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올해는 명상도 궁금해진 나. 이런 내가 차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고민했다. 물론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는 게 현실인데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분명히 좋아했던 건데...차와 관련한 자격증은 민간자격증이었고, 그걸 딴다고 내가 차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심하게 흔들렸다. 개강하기 전까지만 고민만 2달이 걸렸다. 그렇게 나는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 정말 하고 싶은 공부는 어떻게든지 하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뛰어넘을 만큼 지금 차 공부를 하기 어렵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건 차 산지에 가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지, 다도학을 알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이건 연극평론을 공부할 때도 늘 부딪혔던 지점이었다. 현장과 현장 아닌 것. 그 둘 사이에서 갈등했고 적합한 답을 찾지 못한 채 학교생활은 끝이 났다.


공부는 준비가 덜 됐지만 나는 차를 좋아한다. 차와 관련한 활동은 올해 오설록 티크리에이터로 충분하다. 정말 그렇다. 내게 차는 기호식품으로 그 이상 이하도 아직은 아니다. 차가 커피를 대신할 수 있을까. 꼭 대신해야 할 건 아니지만 카페인에 약한 사람들에게 차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차를 마시긴 하지만 주로 밀크티를 먹는다. 티소믈리에까지 따길래 내가 차를 엄청 사랑하는 줄 알았다. 김창옥 교수의 영상을 보다가 용기 내서 도전하라는 말에 힘을 내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하루의 시작과 끝에 명상을 할 때마다 가슴이 움직이지 않았다.


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그다음이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차와 관련된 일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커피보다 더 대중적이지 않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랬다. 요즘 내가 스타벅스 클래식밀크티에 빠져 있어서 그런가. 굳이 티카페에 가서 마시지 않아도 괜찮겠다 싶은 게 차였다. 인스타그램에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도 일을 구해서 하던데, 나는 왜 그렇게 구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걸까.


차와 관련한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관심도가 높아질 줄 알았다. 지금 내 수준에서는 국제티클럽 협회 1만원을 내고 정보를 받는 정도면 됐다. 대학교에 가서 차 공부를 하지 않아도 협회 정보로 야금야금 민간자격증도 따고 괜찮다고 판단했다.


차와 커피로 가야 할 큰 방향성을 생각해봤다. 남편은 커피를, 나는 차를 하고 싶어서 공부할까 했다. 나는 차로 뭘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자꾸 결과물을 내려고 하니 지쳤다.


우연히 광화문 카페 포비에 갔다가 잭살차(하동군에서 생산되는 발효홍차, 그 지역에서는 감기걸리거나 배가 아플 때 먹었던 차) 메뉴가 있어서 반가웠다. 크림치즈와 베이글과 잭살차는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허브티, 녹차, 홍차와 같은 티메뉴가 아니라서 그저 좋았지만 물에 잎차를 굳이 사먹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 밖에선 그렇다. 안 먹어본 티메뉴가 있지 않으면 일편단심 밀크티다. 물론 유당불내증 때문에 밀크티도 잘 먹진 못한다.


앞으로 차를 공부한다면 오프라인 대학원을 선택할 것이다. 온라인으로 하는 건 그만하고 싶다.


요즘 내 인생은 총체적 난국이다. 사실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 하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붙잡고 있었던 걸 하나씩 내려놓고 있다. 차를 배우고 싶었던 순간도 잠시 멈추기로 했다. 답이 보이지 않고 내가 좋아했던 것조차 의심하고 있다. 마구 흔들고 있다. '내가 진짜 차를 좋아했어? 명상이 진짜 도움이 돼?'라고 질문하면 겉핡기 대답은 가능하지만 마음 깊이 만지는 그 무언가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매일 달라지고 나 역시 변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의 내가 동일하지 않다. 아주 미세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한때는 무언가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요즘엔 잘 빠지지 못한다.


내 친구는 그림책을 좋아해서 그것을 빼곤 단순노동을 택할 용기가 있다고 했다. 나는 좋아하는 게 여러가지라서 그것과 관련된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 나는 좋아하는 걸 계속해야 힘이 생기는 인간유형이었다. 올해는 어떻게든 차와 일로 인연을 만들고 마음이 움직일 때 학업을 이어가야겠다. 아무래도 하동이나 보성, 제주도로 일하러 가는 것까지 고려해본다. 차나무 그러니까 차가 궁금하면 차농사를 해봐야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지루함과 사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