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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Mar 13. 2024

바보같이 행동할 때

적당히 할 순 없을까

"이번 주부터 방문 활동 시작하셨을텐데, 매장 방문에 어려움 없으셨을까요?"라고 오픈채팅방에 공지가 올라왔다. 티크리에이터라고 밝히면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냐고? 내돈내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티크리에이터라고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부끄러움, 쑥스러움으로 감정이 뒤엉키고 무료 음료 제공이라는 혜택을 몰랐다. 알았으면? 했지. 당연히.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바보같이 행동할 때가 있다. 그런 감정에 잠식당한 채 손해를 보는 건가. 무언가 제공을 받으면 판단이 흐려지는 것도 별로였다.


한국의 말차는 일본과 많이 다르다. 색감이 다르다. 맛도 진한 걸 좋아하는 나는 일본 말차를 더 선호한다. 취향이 있으니 이번 매장 방문이 내 입장에서는 애매했다. 그래도 이건 좋았다.


다른 카페에서 보기 힘든 티메뉴가 많았다는 점. 말차특화매장이었던 현대미술관 오O록 지점에는 말차샷비엔나, 말차샷카라멜 음료가 있다. 커피 안 먹는 인간이 된 이상 말차로 만든 음료는 대환영이었다. 가격이 사악해서 그렇지. 자릿값인가 분위기값인가 오래 눌러앉아 있어야 할 만큼 비쌌다.


말차샷캬라멜로쉐는 컵에 말차가루와 말차잼, 캬라멜과자가 묻어있는데 마셨다가 사래가 걸렸다. 아이스를 시켰는데 얼음이 너무 녹아서 아쉬웠다. 반대로 친구가 주문했던 말차샷비엔나는 크림 때문에 온도가 미지근했다. 날씨가 으스스했던 터라 온도가 맛을 반감시켰다. 롤케익까지 말차라서 말차덕후에게 좋을 메뉴가 풍성했다. 현대미술관 앞에 미술전문도서관이 있어서 또 한번 방문하고 싶긴 하다.


현대미술관 건너편에 부산에서 올라온 스프카레 도라보울이 있다. 여기 메뉴가 신의 한수였다. 카레가 다 같은 카레아닌가. 아니었다. 부담동 맘스키친에서 먹었던 걸, 안국역에서 만나다니. 도라보울은 포장을 하지 않았다. 꼭 매장가서 먹어야 하는 곳이었다. 요즘 핫하다는 아티스트베이커리도 있다!

도라보울 스프카페 이베리코돼지고기와 채소(13,000원)

티크리에이터라고 입밖으로 내지 못해 내돈내산한 바보짓과 더불어 소위모임을 온라인으로 진행했을 때 옛날 내 습관을 봤다. 질문하고 말끝을 흐리는,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그 버릇 말이다.


그걸 마주했을 때 흠칫 놀랐다.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닐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으로 1시간 안에 회의를 끝내는 게 목표였다. (내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근황토크는 빼고 싶었지만 여러 명이 모이면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 지루해서 우린 농담따먹기처럼 근황토크를 잠깐 했다. 다행히 회의는 30분만에 끝냈다. 나는 빨리 끝내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하고 싶다고 느꼈다. 이렇게 의견이 많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 하긴 상상하지 안했으니까 했겠지, 알면 도망가지 누가 하나.


바보 같은 내 모습도 떠올랐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야지, 바보짓은 적당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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