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일] 젖 먹이는 기쁨에 대하여
오물오물 오물오물. 아이는 온 얼굴과 귀까지 움직여가며 열심히 모유를 먹는다. 눈을 뜨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떨 땐 졸려서 살짝 눈이 풀린 채로 열심히 입술을 움직인다. 뭐가 그리 맛있는 걸까. 세상 달콤하고 맛난 걸 먹는다는 듯 분주한 입술은 쉬지를 못한다.
배가 고픈 아이의 울음은 서럽다. 아이를 안아 들고 수유할 준비를 하고 있으면 그새를 못 참고 숨이 넘어갈 듯하다. 허겁지겁 젖을 찾는 입술이 가련하고도 귀엽다. 모유를 먹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젖 먹던 힘까지'라는 말이 실감 난다. 아이는 정말 최선을 다해 젖을 먹는다. 온 힘과 온 마음을 다해 먹는다.
먹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던 신생아 시절을 지나 이제는 주변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먹는 데는 진심이다. 살기 위해 먹는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다만 그 몸부림이 너무나도 귀엽다는 게 함정이다.
꽉 쥐고 있던 양손의 주먹은 배가 불러옴에 따라 스르르 힘이 풀린다. 아이는 펼쳐진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탐험한다. 엄마의 얼굴을 만져도 보고, 옷깃을 잡아당겨도 보고, 윗가슴을 손톱으로 긁어도 본다. 먹으랴 탐험하랴 바쁜 시간이다. 아이에게 손가락을 건네주면 다섯 개의 손가락을 이용해 나의 손가락 하나를 꽉 쥐어 잡는다. 기분 좋은 잡힘이다.
오물오물 모유를 먹던 아이는 기분이 좋은지 이따금 싱긋- 웃는다. 그 웃음에 모유수유의 기쁨이 배가된다. 잠시 숨을 고르느라 입을 뗀 아이는 그새 엄마 젖이 어디로 가버릴까 허겁지겁 다시 찾아 문다. 젖을 물때 입속에 쏙 넣으려 날름 거리는 혓바닥이 포인트다. 엄마의 시선에서만 보이는 귀한 장면이다.
신나서 발을 동동거리고 콧잔등에 땀구슬까지 송송 맺혀가며 모유를 먹던 아이는 어느덧 배가 부른 지 입을 뗀다. 입가 가득 뽀얀 모유가 묻어있다. 아이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띤다. 배부른 아이의 표정은 온화하다. 신이 나 보이기도 하다. 배가 부른 아이를 안아 들고 트림을 시킨다. 이젠 아이도 나도 트림엔 달인이다.
아이를 품에 안아 들고 모유수유를 하고 있노라면 세상이 고요하게 느껴진다.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그 작은 존재가 온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고요한 세상 속 분주한 입술과 즐거운 발버둥,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행복한 시선이 함께하는 너와 나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