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방법 7
Role & Responsibility. 회사에서 R&R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문자 그대로 조직에서 내가 어떤 역할인지, 그에 따라 주어지는 내 책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R&R에 따라 회사 내 나의 위치가 결정되기도 한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회사에서 신망 받는 핵심 인재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조직에서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는 안정성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중요한 역할로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회사의 인정은 보상으로도 이어진다. 회사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 만큼 그것에 대한 대가를 준다. 이는 회사가 지는 책임이다. 회사가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중요한 역할을 부여 받은 사람들 또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회사로부터 받는 대가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결과물이나 실적이 그 책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역할에 비해 책임을 덜 지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은 아주 많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역할에만 관심이 많다. 다수의 팀장, 부서장 또는 임원들이 그렇다. 역할이 높아질수록 그에 대한 책임도 더 커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회의가 길어지는 것도, 품의서를 올린 지 2주가 되도록 전결이 되지 않는 것도 다 그 이유다. 그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내게 돌아올 그 책임을 질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결국 일이 무산되거나 흐지부지 끝난다. 결국 흐지부지 끝난 일에 대한 책임은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가 진다. 보고서가 잘못되었다는 코멘트와 함께.
역할보다 책임이 더 중요한 게 회사생활이다. 회사는 직원들의 역할보다 책임에 더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내 많은 시스템들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의사소통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이메일이나 문서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직접 찾아가서 몇 마디 나누면 끝날 일을 단어 하나, 표현 하나 고민하면서 이메일을 쓴다. 기록이 남아야 그 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서면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정당하게 책임을 물 수도 있다. 결국 각자 책임을 다하는 것이 회사 생활의 전부이자 본질이다.
책임감 있는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것이 회사다. 어떤 공고를 보아도 원하는 인재상에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없는 공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쩌면 공고에 적혀져 있는 책임감 있는 인재가 회사에서 구린내를 솔솔 풍기며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높은 사람들의 책임까지 대신 져줄 사람을 뜻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애먼 MZ세대만 책임감이 없다며 욕을 먹은 것은 아닐까. 그들도 그들이 받는 역할만큼의 책임은 모두 한다.
회사 생활에서 만큼이나 사회에서도 책임이 중요한 시기다. 한국의 정치계 상황을 봐도 그렇고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의 많은 체육협회의 상황을 봐도 그렇다. 역할에 따른 책임을 명확하게 지면 모든 일은 해결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면 그 역할을 맡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말을 모든 책임자들에게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