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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May 05. 2020

<삼삼한 이야기> 그 251번째 끈

뷰파인더

01 뷰파인더(View finder) : 사진을 찍기 위해 혹은 초점을 맞추기 위해 들여다보는 기구.



02 셔터를 누르기 전,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 찍고 싶은 피사체만 보인다. 스마트폰은 점점 커져가지만 6년째 쓰고 있는 내 작은 미러리스의 뷰파인더는 작아서 평소 시야만큼 사물이 넓게 들어오지 않는다. 이건 핑계고, 피사체에 꽂히면 그 외의 사물, 풍경은 눈에 못 본다. 사는 것도 그렇다.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 지면 세상 사람들 머리통만 눈에 들어오고, 고민이 생기면 관련 주제로만 대화를 끌고 간다. 중심에 잡히는 것 외에는 뿌옇게 블러 처리가 된다.



03 초점을 잡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찰칵-. 결과물을 확인한다. '음- 괜찮은 듯?' 얼마 뒤 컴퓨터와 연결해 사진을 찬찬히 넘겨본다. 전에 놓쳤던 것들이 보인다. '초점 외엔 다 나갔네?! 못 쓰겠다.' '뒤에 이 사람 뭐야. 날 보고 있네? 끅 어떻게 몰랐대...' '아, 이건 따로 찍을 걸. 왜 못 봤지? 아까워!'


시야의 사각지대에 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 아쉽다. 일단 잘 찍기 위해선 많이 찍는 게 중요하다지만 많이 찍는 것만큼이나 찬찬히 전체적인 구도와 조화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다. 찍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고 일일이 사진을 확인하는 건 너무 귀찮아서 매번 건너뛴다.  


세상 사는 방법도 마찬가진 거 같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만 보고 달려가거나 천천히 가더라도 알뜰살뜰 체크리스트를 놓치지 않고 가는 방법이 있다. 정답은 없고, '선택은 누구도 대신해주지도 책임져주지도 않으니 알아서 갈 것'이 유일한 행동강령이다. 그러나 첫 번째 길을 택하면 먼 훗날 주위를 다 놓쳐버렸다는, 또는 더 좋은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후회에 휩싸이고, 두 번째 길을 고르면 가는 동안 왜 완벽하게 몰두하지 않았을까 그럼 더 결과가 좋지 않았을까 후회할 거 같다. 어쨌거나 후회하지 않긴 어렵다. 그러니 그냥 내키는 대로 사는 거다. 선택을 책임질 수 있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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