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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Sep 30. 2019

<삼삼한 이야기> 그 247번째 끈

이면

01 이면-관찰

- 물체의 뒤쪽에 있는 면. 순화어는 '뒤쪽'
-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내부의 사정이나 사실.

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재밌다. 실제 면(面,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도 그렇고, 사람의 면모를 파악하는 일도 그렇고. 아무튼 사람에 관심이 많다. 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다 보면 면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두어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면면을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은 피곤하지만 즐거워서 멈출 수 없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의 피치 못할 숙명이다.


02 이면-사랑

이면을 보면 심장이 뛴다. 가벼워 보이던 이의 진중한 무게를 알게 될 때, 어둠을 안고 살던 사람의 빛이 반짝일 때, 틈새에서 이면을 발견한 사람은 '유레카'를 외친다. 다채로운 사람의 빛깔은 무엇보다 아름답다. 사람들은 반전 매력을 좋아하잖아.

그중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건 확신 속의 의심, 단단함 속의 유약함, 유머 속의 뼈 같은 것들. 믿음과 선의와 희망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속에 피어나는 의심 한 줄기를 사랑한다. 흔들리는 모습이 더 그를 그답게 만들어주니까.


03 이면-배신

보이던 이면이 돌아앉을 땐 세상이 끝날 것도 같다. 몸을 부비던 고양이가 쌩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것처럼 잔혹하게 느껴진다. 살짝 드러났던 이면에 사회적 가면이 씌워지는 건 마법 같은 순간이 종 치고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만큼 아쉽다. 구두를 든 사람은 멀뚱멀뚱 제 삶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찾기를 멈출 수 없다. 캄캄한 터널 속에서 섬광을 찾는 광부의 마음으로 또 얼굴을 들여다본다. 구두의 주인을 찾는 심정으로 또 다른 면을 들여다보고 내 이면을 드러내고 면과 면이 통하는 순간을 찾는 게 관찰자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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