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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블루투스,
여자는 와이파이를 닮았다

남자는 블루투스, 여자는 와이파이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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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블루투스와 닮았고 여자가 와이파이와 닮았다고 할 때,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은 두 기술의 차이를 직접 들여다보는 일이다. 둘 다 무선으로 기기와 기기를 엮어준다는 점에서는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뿌리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성격이 숨어 있다. 블루투스는 ‘개인 영역 네트워크’, 그러니까 손바닥만 한 거리 안에서 오직 내 곁의 기기들만 조용히 연결해 준다. 와이파이는 그보다 넓은 무대, 집이나 사무실, 카페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 속에서 더 많은 기기를 한데 아우른다. 마치 하나의 큰 사랑방에 여러 손님이 드나드는 모습과 닮았다.


블루투스가 그리는 ‘개인 영역’은 대략 10미터 안팎, 한두 걸음만 벗어나도 금세 멀어지는, 내 주변의 작고 단단한 울타리다. 스마트폰과 이어폰, 노트북과 마우스처럼 나만의 기기들끼리만 속닥속닥 묶어준다. 반면 와이파이가 맡고 있는 ‘근거리 네트워크’는 건물 전체는 물론 카페나 학교처럼 특정 공간 전체를 품는다. 이 안에 있다면 컴퓨터든 프린터든, 각자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인터넷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블루투스는 작은 사진이나 음악 한 소절, 혹은 센서에서 오는 짧은 신호처럼 가벼운 파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주고받는 데 맞춰져 있다. 하지만 와이파이는 영화 한 편, 혹은 커다란 파일처럼 묵직한 정보까지도 거침없이 실어나른다.


연결 방식도 확연히 다르다. 블루투스는 대부분 1:1, 많아도 아주 소수의 기기끼리만 밀착한다. 꼭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고 조용히 춤을 추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에 반해 와이파이는 공유기 하나만 있으면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달라붙는 구조다. 마치 사람들이 잔뜩 모여 흥겹게 어울리는 파티 같은 분위기랄까.


통신 거리도 차이가 크다. 블루투스는 내 곁을 바싹 지켜 주지만, 몇 걸음만 멀어져도 “거기까지는 힘들어!” 하고 끊기기 일쑤다. 반대로 와이파이 신호는 집 전체, 때로는 몇 층이고 수백 미터까지 넓게 퍼진다. 데이터 속도도 또렷이 구분된다. 블루투스는 조용하고 가까운 친구에게만 속삭임을 건네듯, 소소한 정보만 주고받는다. 와이파이는 빠르고 시원스럽게, 영상과 파일까지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다. 설정 과정도 색다르다. 블루투스는 버튼 하나로 금방 ‘친구 맺기’를 해 주지만, 와이파이는 비밀번호 입력 같은 절차가 하나 더 얹혀 있다. 쉽게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한 번쯤 문을 잠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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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정리하면, 블루투스는 내 손안, 나와 내 기기가 딱 붙어 지내는 진짜 친한 친구다. 폰과 무선 이어폰처럼 소수만 조용히 비밀을 나누는 공간, 그 안에서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블루투스의 매력은 바로 이 ‘사적이고 전용적인 친밀감’에 있다. 내 이어폰은 내 폰에만, 내 키보드는 내 태블릿에만, 그렇게 내 곁에 꼭 붙어서 존재한다.


반대로 와이파이는 활짝 열린 거실, 누구에게든 열려 있는 마을회관과 같다. 공유기만 있다면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각종 기기들이 다 함께 한 공간에 모여든다. 거실에서 방, 주방까지 집안 구석구석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으니, 중요한 건 늘 ‘나’가 아니라 ‘우리’다. 모두가 함께 편리함을 누리고, 정보를 넉넉히 나누는 자리, 그게 바로 와이파이다.


비유하자면, 블루투스는 오직 둘만 오가는 전용 회선이자 비밀의 핫라인이고, 와이파이는 모두가 북적이는 대로변이자 시원한 고속도로다. 블루투스는 깊고 좁게, 단단한 연결로 깊은 바다로 뛰어드는 다이빙이라면 와이파이는 넓고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물줄기, 강렬하게 분사되는 스프레이 같다. 두 사람이 조용히 손을 잡고 추는 은밀한 춤이 블루투스라면, 와이파이는 여러 사람이 함께 박수를 치면서 신나게 노는 축제 한가운데다.


이렇게 보면, 남자가 블루투스와 닮았다는 건 자신만의 공간과 깊은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 여자가 와이파이와 빼닮았다는 건 여러 사람과 넉넉하게 교류하며 관계를 넓혀가는 태도와 닮아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이 두 가지 방식이 서로 다르지만, 세상을 또렷하게 연결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처럼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는 닮은 듯 전혀 다르다. 하나는 나만의 속삭임, 다른 하나는 모두의 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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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적 특성과 접속 방식을 떠올릴 때, 남자는 마치 블루투스 같다. 가까이 있을 때는 자연스레 연결을 시도하다가,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접속 가능한 다른 사람을 향해 눈길을 돌릴지 모른다. 반면 여자는 와이파이와 닮았다. 주변에 있는 모든 기기를 탐색하며, 가장 신호가 강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대상을 찾아 연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곁에 있는 여자에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어느새 거리가 생기면 바로 또 다른 누군가와 접속을 시도해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블루투스와 빗대어진 셈이다. 반대로, 여자는 가까이에 있는 여러 남자를 살피다가도,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주고 매력까지 갖춘 사람을 발견하면 천천히 마음을 열게 되고, 이런 신중한 선택의 모습이 와이파이와 닮았다는 해석이다.


연애 감정을 블루투스와 와이파이에 비유한 이 이야기는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지만,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발상이다. 네티즌들도 재치 있는 반응들을 남겼다. “연결하고 싶어도 다 비밀번호 걸려 있더라”, “연결하고 싶어도 365일 비행기 모드인 듯” 같은, 솔로의 씁쓸함을 드러내는 댓글이 유독 눈에 띈다. 블루투스는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고 쉽게 연결된다. 설정만 마치면 곧장 반응하고, 한 번에 단 하나의 기기와만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마치 호감이 생기면 일단 다가가보는 남자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반대로 와이파이는 넓은 범위에서 여러 기기가 동시에 연결될 수 있지만, 비밀번호나 복잡한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이런 점은 여성들이 보여주는 신중함, 한 번 마음을 열기까지의 긴장감과 닮아 있다. 그렇다면 보다 근본적으로 블루투스와 와이파이의 기술적 특성은 물론 그것이 품고 있는 시사점에 비추어 볼 때 남녀간의 성향적 차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어떤 구체적인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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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연결의 집중성과 확장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블루투스는 한 점에 몰입하는 직선적 특성을, 와이파이는 여러 관계망으로 뻗어 나가는 사회적 특성을 지녔다. 남자는 블루투스처럼 오직 한 지점에 강하게 집중한다. 특정 기기와 1대1로, 직접적이고 배타적인 연결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연애에서도 남성은 마치 명확한 목표를 정해 홀로 달려가는 사냥꾼처럼, 연인에게 강렬하게 몰입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문제 해결에만 귀를 기울이고, 연인과의 사소한 갈등이나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손길을 잘 빌리지 않는다. 자기 내면에서 직접 실마리를 풀겠다는, 외딴 섬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마치 산 속에서 홀로 사냥감을 추적하는 노인의 등 뒤에 깃든 고독과 결연함이 느껴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여성은 와이파이처럼 사회적 관계망의 확장성과 유연함을 추구한다. 와이파이는 하나의 공유기를 통해 여러 기기와 동시에 연결되어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여성 역시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기댈 지지망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여러 지류가 모여 강줄기가 되듯, 복잡한 감정이나 문제가 생길 때도 자신만의 섬에 머물지 않고 여러 관계망을 두드린다. 누군가는 울림판이 되어주고, 또 누군가는 부드러운 위로를 건넨다. 거대한 숲의 나무들이 보이지 않는 뿌리로 서로 엉겨 영양분을 나누듯이, 여성은 관계라는 커다란 토양 위에서 자신의 삶의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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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도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는 선명하게 다르다. 블루투스는 목적 지향적 분석을, 와이파이는 맥락과 공명의 깊이를 추구한다. 남자는 블루투스와 닮아, 도구적 이성과 목표 중심의 소통에 익숙하다. 블루투스가 특정 기능에 초점을 맞추듯, 남성의 대화도 자주 문제 해결이나 정보 전달에 목적의식을 둔다. 연인이 감정 이야기를 꺼낼 때,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혹은 “결론은 뭐야?”처럼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을 찾으려 한다. 감정의 파도를 공유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핵심과 해결책만을 뽑아내려는 본능에서 비롯된 모습이다.


여성은 와이파이의 특성처럼, 맥락을 읽고 공감의 깊이를 중시한다. 와이파이가 주변 환경의 신호를 고루 감지하여 끊임없이 최적의 연결을 찾아가는 것처럼, 여성은 대화의 내용만이 아니라 그 순간의 분위기, 목소리의 떨림, 눈빛에 담긴 미묘한 감정까지 한꺼번에 읽어내려 한다. 상대의 말에 숨어 있는 감정과 관계의 결을 포착하며, 단순히 정답이나 정보만을 좇지 않는다. 마치 시의 해석처럼, 단어 하나가 던지는 묘한 울림보다는 전체가 만들어내는 정서와 공명의 결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이처럼 여성의 소통에는 말 너머의 온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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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 역시 각기 다르다. 개별적 리부트에 가까운 블루투스와, 네트워크 전체를 초기화하는 와이파이 방식은 본질적인 차이를 지닌다. 블루투스의 경우, 자기회귀적 침묵 현상과 자연스레 겹쳐 생각해볼 수 있다. 블루투스 기기가 종종 연결이 끊기거나 불안정해지면, 대부분 기기 자체를 껐다 켜거나 별다른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연결 상태를 다시 점검한다. 마치 남성들이 연인과 갈등을 겪을 때 먼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그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것과 비슷하다. 이 자기회귀의 침묵은 누군가의 개입이나 조언에 기대기보다는, 조용히 문제를 정리하고 감정을 가라앉히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자,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자기만의 리부트 과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듯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는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부딪히고 다시 이어지며, 자신만의 답을 찾는 치열한 내적 작업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와이파이는 관계 복원의 대화적 방식을 택한다. 와이파이 연결이 끊기면 우리는 공유기를 재설정하거나 다른 네트워크를 찾기도 하고, 때론 주변 사람에게 “와이파이 왜 안 돼?”라고 묻기도 한다. 이처럼 외부의 도움을 받아 복원을 시도하는 모습에서, 여성들이 갈등을 맞닥뜨렸을 때 보이는 태도가 겹쳐진다. 여성들은 문제가 생기면 먼저 대화를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다양한 관계망을 동원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감정적 어려움을 자신만의 몫이 아닌, 함께 헤쳐가야 할 공동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여러 소통의 끈을 통해 관계를 다시 잇고자 한다. 마치 거미줄이 한 가닥 끊어졌을 때, 다른 실오라기를 통해 균형을 되찾듯, 관계라는 연결망 안에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본능적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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