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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종이책을 들고 다닙니다

by 빈센트

요즘 출근길에 일부러 종이책을 들고 다닌다.


사실 집중해서 책을 읽지는 못한다. 아침에는 하품을 쩍쩍 하며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할 때도 있고, 밤에는 퇴근하고 피곤해서 그냥 잘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손에 쥐고 다니려고 한다. 최근 들어 생각하는 방식이 점점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AI 툴을 활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 수동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당연해 지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지식을 소화하는 힘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연습하려고 한다. 겁나 귀찮지만 ...

AI가 3초 만에 책 한 권을 통째로 요약해줄 수 있지만 한 줄 한 줄 문장을 직접 읽는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나에게 딱 맞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지만 그냥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책을 고르고 한 장 한 장 넘긴다. 손으로 책을 들고, 눈으로 활자를 따라가며, 머리 속에서 문장을 곱씹어보는 연습. 그리고 나만의 생각과 문장으로 재생산하여 글로 써보는 연습.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능동적인 사고의 힘을 되찾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이다.

"미디어는 인간을 게으르게 만들어요.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지만, 인간 본래의 감각을 둔화시켜요. 우리는 더 잘 보고 느낄 수 있는데 기계에 그것을 '아웃소싱' 하면서 내 몸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많이 잃어버렸어요."

- 정여울 작가, 끝까지 쓰는 용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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