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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Nov 25. 2018

심심해서 쓰는 체험삶의현장 (1) 2013.9.17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만 1n 년...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이야기, 진상 손님 이야기 올려보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이 있어 옛날에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몇 개 올려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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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내가 여지껏 해본 알바 중에서 가장 고난이도 알바를 하고 왔다
바로 "추석 대목 재래 시장 안 떡집 알바"
아.. 생각만 해도 웃음부터 나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래 내용 길다
이제 하다 하다 시장 장사꾼도 해본다ㅋㅋㅋ
이렇게 나의 알바 경험치는 쓸 데 없이 또 올라간다....ㅋㅋㅋㅋ
난 내가 이렇게 넉살 좋은 사람 줄 몰랐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면접 보러 가기 전... 보다 더 전인,
마침 알바가 아예 없어 가난에 허덕이는 게 안타까웠는지, 아파트 게시판에 모집공고를 찍어서 보내준 동생의 카톡을... 무시했어야 한다

내가 일한 곳은 내가 사는 동네인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원당'의 재래시장인 원당시장... 안에 있는 떡집 4군데 중 가장 손님이 많고 맛있다고 이름난 떡집.
단골도 많고, 여기 저기 떡집 둘러보고 결국 여기가 제일 맛있다며 이 곳에서 사는 손님도 많다
나는.... 이 동네에 사람이 그렇게 많이 사는 지 몰랐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주, 서울에서부터 와서 사 가는 사람들도 있다ㅋㅋㅋ

예비역들이 말하는 일명 '국방부 시계'...가 뭔지 알 것 같았다
좀 20분 쯤 지났나? 해서 보면 5분ㅋ 시간 진짜 안 가 미치겠다ㅋㅋㅋㅋ
옛날에 일본에서 음식점에서 일할 때엔 미친듯이 바쁘면 시간도 잘 갔는데 이건 뭐...

우선, 재래시장이 마트와 다르게 정情이니 뭐니 하는데....
이 '정'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구나...라고 느꼈다
시식하겠다며 마구 집어서 먹는 손님들, 한 둘이어야지 이 가게 오는 손님들 다 한 두개 씩 집어가면 정말 다 없어진다 
장사해야서 돈 벌어야하고 추석 대목 잡아야 하는데, 무슨 봉사단체, 자선사업가인줄 안다

나는 사실 일본처럼 룰, 정량, 정찰제를 매우 선호하고 딱 잘라 지키는 편인데, 
아아 환장하는 줄 알았다....
자꾸 나더러 손 작다고 뭐라고 하는데, 내참 같이 알바하는 애랑 무게는 똑같고,
걔는 산처럼 수북히 많이 막 쌓고, 나는 펼쳐서 색깔별로 넣는데, 
자꾸 나더러 손 작다고 '욕' 한다 무게는 똑같다고요.......

어떤 할아버지는 떡을 2kg 사갔는데 1킬로 1킬로 나눠서 일반 저울로 재서 드렸는데(하도 손이 작다느니 잔소리를 많이 들어서 아예 눈 앞에서 보여줌)
이 할아버지가 앞에 나와있는 디지털 저울로 재보더니
젠장 떡이 1,996g인거다 
개당 무게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20~30그램 정도 되는데, 4그램 모자란다고 나더러 적게 넣었다고 '욕'하고 갔다

하고 싶은 대로 안 해주면 "나 여기서 안 사!!!!"하고 한 마디 하고 떠난다
웬만하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주고 싶지만 대부분 터무니없고, 한 명 들어주면 너도 나도 달려들 것들이라 애초에 짤라버리는데, 
정해진 대로 정확히 주는 것도 왜 욕을 먹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어떤 아저씨한텐 "못 생긴게 인정머리도 없다"고 한 소리 듣고ㅠㅠ

어떤 사람은 현금영수증을 해달라는데 그 땐 정말 정신 빠지게 바빠서 
사장님이 자주 오시는 분이니까 다음에 오셔서 말씀해 주시면 그 때 해드리겠다고 했더니 
"사장님 이거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죠?" 
안 해준다는 게 아니잖아요....ㅠㅜ 현금영수증으로 한 10분 넘게 싸움...

뭐 기가 막힌 상황들이 너무 많아서 다 적을 수는 없지만,
하면서 일본에서 하던 마츠야 알바가 생각났다

마츠야는 요시노야, 스키야 등의 소고기덮밥(규동) 체인점으로,
일본에서 "이케부쿠로 마츠야에서 알바해요ㅋ"라고 하면 일본인 10명 중 9명은 
"절대 하기 싫은 알바 1위가 마츠야, 요시노야임ㅋ"이라고 대답한다
나머지 1명은 "나도ㅋ"의 맥도널드, 요시노야, 이자카야 체인점 등의 동지들.
우리 가게는 21개 좌석에 점심 피크 30분 동안 120~150명 들어오는 가게였는데(1시간 180~250명)
마츠야는 완전 팀웍으로 일했었고, 손님 수보다는 그 날 같이 하는 멤버에 좌우했다
잘 맞는 사람들끼리 하면 250명도 수월하고, 안 맞는 사람이랑 하면 100명도 힘들다
솔직히 그거에 비하면 바쁘진 않았다 

하지만 내일은 이거 보다 더 바쁠테니까....
게다가 오늘 알바 오기로 했던 한 명은 펑크까지 냈다-_-

처음엔 손님한테 왜 일케 서투냐고 한 소리 들었는데
끝날 때 즈음엔 한 아줌마 손님이 아줌마냐고 묻길래
아줌마로 보이냐..ㅠㅜ라고 물으니 장사를 너무 잘해서 시장사람인 줄 알았단다
얼마나 바빴으면...ㅠㅠㅠㅠㅠ
사장님이 나랑, 같이 한 22살 언니(?)랑 일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러니까 최고 시급 8천원 주시기로 한 거 꼭 8천원으로 주세요ㅠㅠㅠㅠ

지친다 자야지... 내일도 9-22시의 하드스케쥴이다....
내 다리가 과연 멀쩡할까......

아직도 손이랑 몸에서 깨 들은 송편, 기름 냄새 난다.......
집에 오자 마자 얼굴만 클렌징을 5번 하고 
머리를 두 번 감고 몸 비누칠도 3번을 했는데 말이다....


===

나더러 손 작다고 하는 손님들은

옆에 애는 푹푹 퍼서 넣는데 나는 한 번에 잡는 게 적단다

난 예쁘게 가지런히 색깔별로 섹션 나눠서 넣어 드린다니까요... 

그램 수는 똑같은데 왜 나만 욕 먹음ㅋㅋㅋㅋ


난 사실 재래시장엔 정이 있다느니 하는 그런 소리.. 진짜 싫어하는데,

그건 소비자만 생각하는, 상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매우 폭력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정=덤=손해" 정량, 정찰제가 나는 차라리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손님이 정말 왕인데, 서비스 제공자와, 업주는 아주 깔끔하게 무시당한다



지금 떡 담던 손과 다리 전체, 떡 사가라고 외치던 목...

이렇게 사망함.

하지만 내일이 있음. 내일은 레일 헬게이트 오픈이라 함....


그리고... 시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러워졌다

하면서 절대 다시는 시장에서 일 안 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네들의 삶이기도 한 이 곳에서 서로 상인들끼리 의지하며 한 삶 살아가는 것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나의 넉살은 정말.... 최고였다ㅋㅋㅋㅋ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싶음ㅋㅋㅋ


떡(송편)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면 나는

1킬로에 9천원~ 근데 만원 하시면 그만큼 더 드리고. 

어머니 어떻게 해드려? 여긴 다 깨~ 여긴 다 콩. 

어머니 종류 별로 다 넣어드려? 우리 어미니는 깨만 색깔 다 해서 만 원~~~

어머니, 이게 1킬로니까 9천원~~ 이제 여기서부터 더 넣어요~~ 이렇게 해서 만 원. 

우리 아버진 깨 넣고 아쉬우니까 콩도 조금 넣는다고 하셨고~~~~

어머니, 우리 원래 시식 없는데, 터진 건 제삿상에 못 올리니까 걍 함 맛 보시라고 시식으로 해 놓은 거예요 추석 때는 시식 해놓으면 어휴 우리 장사 안 돼~~ 다음에 추석 끝나고 오셔서 울 사장님한테 그 때 왜 일케 야박했냐고 하시면 울 사장님이 시식, 서비스 팍팍 드릴 거예요 오늘 한 번만 봐주세요~~

 

아 오늘 꿈에서도 떡 팔고 있겠구만..... 새알바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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